<5. 중국 이야기> “어이, 비행기 창문을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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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중국 이야기> “어이, 비행기 창문을 열어!”
  • 동북아신문 기자
  • 승인 2006.08.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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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통 더위 속의 여유와 지혜

비행기 안은 찜빵 쪄내는 시루 안처럼 더워났다. 심양에서 연길로 날아갈 저녁 비행기지만  빈자리 하나 없이 꽉 채운 여행객들 때문인지 숨이 막혔다. 그래도 그 큰 몸뚱이를 끔쩍도 않는 중국여객기는 못 박힌 듯 선 자리서 부르릉! 부르릉! 몸만 떨었다.

기내에는 소수의 중국인외 대부분 연변으로, 백두산으로 여행하는 한국인 여행객들이다. 이들은 이미 짐이며, 몸에 걸친 옷들을 “위험”수위까지 다 벗어 내쳤지만 바늘구멍 하나 없는 기내에서는 숨 막히는 더위를 참기 어려웠다.

이때 한 중국 사나이가 참지 못해 일어나며 기내승무원을 향해 소리쳤다. “무슨 비행기 안이 이리 더워?! 선풍기는 망가졌어?” 섬약해 보이는 여승무원도 만만치 않았다. “비행기가 뜨면 인차 차가워질 텐데 뭘, 떠들어요, 좀 참아요!” 이 대답에 중국사나이는 어이없는지 입만 딱 벌린 채 할 말을 찾지 못한다....

여기서 중국말을 못 알아들어서인지 한국인들은 한국인끼리 떠들어 댔다. 그러나 이들의 소리를 귀담아들으면, 불평을 토하는 소리가 아니라 배꼽을 잡는 재미있는 유머들이다.
“어이, 창문 옆에 앉은 친구! 거기 비행기 창문을 열라는데, 그래.....” 하하하! 기내에는 웃음이 터쳐 올랐다. “세상에 창문을 여는 여객기도 있나?! 하하하!”

또 한사람이 옆 친구를 보며 “와, 이 친구 온밤 월드컴 응원하던 그 열기를 식히지 않고 비행기 오르니 더 더워하지”(당시 독일 월드컴의 한국팀 경기가 밤에 진행)
한사람이 맞장구쳤다. “자네들 다 틀렸어,”
“그럼 왜, 더운 이유라도 있어?” 모든 사람이 아는 체하는 그 여행객에게 집중했다.
“암, 있다 뿐이겠나, 백두산에 오르면 아직 눈도 채 녹지 않아 춥단 말이야, 여기서부터 응당 몸을 달구어야 해!” 그의 결단과 긍정에 찬 말에 기내엔 또 와 그르! 웃음이 터쳐 올랐다.

같은 일에 어떤 사람이 짜증을 낼 때, 어떤 사람은 여유 있는 웃음으로 열기를 식혀주니, 참, 재치 있고 유모적인 사람들이라 나는 다시 쳐다 밨다.

그러면서 그들이 주고받는 말에  나 자신도 얼음 보숭이라도 먹는 듯 더위를 깡그리 잊을 수 있었다.

웃음은 분노와 스트레스를 해소시킨다.
웃음은 신이 인간에게만 내린 축복임이 틀림없다.
인간은 생존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경험한다. 그 것을 해소할 수 있는 적절한 감정표현 능력이 없다면 아마도 세상은 더없이 삭막 할 것이다.

우리는 타국여행을 하다 보면 왕왕 본국과는 다른 문화, 또는 색다른 고난을 당하게 된다. 이때 여유를 가지고 유머로 주변사람을 달래줄 줄 아는 사람이야 말로 문명한 사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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