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 3월 19일 중국 요녕성 심양 소가툰에서 출생.
떠돌아 다니기 좋아함. 그래서 연길까지 굴러 와 현재 연길에서 산다.
샌님 노릇을 오래하다보니 씨벌이기 좋아 함. 누가 듣든말든.
여자들한테는 밉상이라 여자들 나를 보면 달아나기가 일수, 안 달아나는 여자는 이상함.
글은 내내 쓴다고 하나 아직까지도 글이 무엇인지 모르고 헤덤빔.
언제 철이 들겠는지…
얼굴 깔끔하게 한다고 지랄발광하는 것은 여자들의 천성. 엄마, 아버지가 준 눈섭 지저
분하다고 다 밀어 제끼고 버들 눈섭이요, 반달 눈섭이요, 봉이 눈섭이요 하며 그려대다가
이제는 심기까지 한단다. 눈섭을 심는다, 심는다… 요즘에 와서는 나도 몰래 버쩍 구미가
동한다. 나도 눈섭, 아니 여하튼 무엇이든지 얼굴에 좀 심고 싶다. 그저 심고 싶은 콤플렉
스에 나는 잠 못 이루며 황홀경에 빠진다. 무엇을? 나는 뽀드라지를 심고 싶었다. 아, 그
리운 뽀드라지여…
나는 고중(고등학교) 다닐 때까지만 해도 별명이 뽀드라지였다. 초중(중학교) 1학년 때
부터 뽀드라지가 나기 시작한 것 같다. 어느 날 면경을 보다가 눈에 띄운 한 두 개 뽀드라
지에 나는 당황해났다. 그런데 어른이 되느라고 그런다는 아버지의 한마디 말에 나는 그만
황홀감에 빠졌다. 어깨가 으쓱해졌다. 나의 손은 어느새 나도 모르게 그 뽀드라지들을 애
무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나는 눈을 지긋이 감고 뽀드라지야, 어서 빨리 많이 자라라고
빌고 빌었다.
영험할시구! 내가 빌었던 효험은 장땅. 어느 하루아침에 뽀드라지는 모택동의 말처럼 《
점점의 불꽃이 요원의 불길로 타오르듯》나의 온 얼굴로 번져 나갔다.
나는 좀 당황해났다. 어린 내 마음에도 어른이고 아이고 이것은 좀 별로인데 하고 머리
를 꺄웃했다. 그리고는 심각한 반성에 들어갔다. 나와 잘 어울러 놀던 애들조차 뽀드라지,
뽀드라지… 하며 무슨 온역이나 만난 듯이 나를 꺼려했으니 말이다. 특히 고 내가 좋아하
는 몇몇 기집애들이 슬슬 나를 피하는 눈치니 반성이고 무엇이고 거저 똥줄이 달아났다.
철천지 원쑤는 요 뽀드라지! 이젠 애무고 무어고 거저 발갛게 볼록볼록 나온 뽀드라지를
쥐여짜기에 여념이 없었다. 학교에 가나, 집에 돌아오나… 그때 나는 기집아이들이 동그
란 손거울을 가지고 다니듯이 나도 손거울 하나. 뽀드라지와의 전쟁은 한동안 계속 되었다.
한 놈 쓸어 눕히면 또 한 놈 생겨나고, 정말 제풀에 손들고 말게 하는 뽀드라지의 인해
전술! 나는 급해나서 아버지를 불렀다.
아버지, 이 뽀드라지 자식들 좀 보아요!
나는 내 양쪽 뺨을 철썩철썩 때렸다. 양빤씨(樣板戱) 영화의 딱 그 누구처럼. 어, 아버
지도 좀 당황해하는 눈치였다. 여보, 엄마를 불렀다. 아버지와 엄마 이마 맞대고 뽀드라지
박멸작전을 짰다. 이 자식 아마 홍진을 안 해서 그런지, 아니요 자꾸 잡아뜯어서 그래요,
아니 열이 세서 그래. 그 다음은 나한테 작전포치. 차렸! 옛설! 이 자식아, 첫째 절대 얼
굴에 손대지 말 것! 둘째 얼굴 자주 씻을 것. 셋째 절대 매운 고추 먹지 말 것. 넷째, 다
섯째… 나는 아버지, 엄마를 총지휘로 하고 흥분에 겨워 뽀드라지를 향해 진공을 개시했다
. 처음 얼마 뽀드라지 토치카들이 폴삭폴삭 물앉고 뽀드라지들이 손 드는가 했더니 그게
아니였다. 좀 있을라니 물앉았다 싶은 토치카들에서 뽀드라지들이 한 놈 한 놈 새롭새롭
머리를 내밀며 이 봐라, 나 여 있다, 어쩔래 하며 나를 꼴려주는 것이였다. 정신을 헷갈리
게 하며 혼을 빼는 게들의 게릴라적인 반격에는 아버지, 엄마, 나도 그만 두 손 들고 말았
다. 아버지, 엄마는 나를 뽀드라지 병원에 맡겼다.
뽀드라지, 별거 아니요, 칭춘메리떠우(靑春美麗豆) , 요시요시, 한창 날 때야, 성병이다
말이야, 이제 장가가면 낫는다 말이야.
개 뚱딴지 같은 소리. 칭춘메리떠우(靑春美麗豆), 요시요시, 그럼 니나 한번 콱 나보지,
흥, 성병,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개×도 모르는 아이한테 무슨 성병인가 말이다. 나
는 어느새 훌쩍 커버린 고중생의 콧대 너머로 그 흰 두루마기 입은 사람을 째려 보았다.
그러면서도 무슨 열 치는 약이요, 무슨 바르는 물약이요, 고약이요 하며 한 보따리 안고
왔다. 그리고는 행여나 해서 먹고 바르고 시키는 지랄을 다 해보았다.
그랬더니 그렇게 완고하고 악렬했던 뽀드라지들였건만 이상하게도 하나 둘 기가 죽고 뿌
리가 뽑히기 시작했다. 그 의사 돌파리는 아닌 듯 했다. 그런데 뿌리가 뽑힌 그 자리에는
털구멍 같은 구멍들이 숭숭 생겨났다. 딱 마치 얽음뱅이 곰보같이. 뽀드라지들이 죽으면서
까지도 나한테 악몽을 남기고 간 것이다. 참 악연이기는 악연이다. 똑 마치 원폭을 맞은
히로시마나 나가자끼처럼. 그런데 참 또 묘한 것은 대학에 입학을 해서 연애를 좀 해볼까
하니깐 그 숭숭하던 뽀드라지 구멍들이 부끄러운 듯이 하나 둘 오무라들며 언제 그런 구멍
이 있었나 싶게 반반하게 번져나갔다. 련애할 때 되면 그 구멍들이 없어진다고 하던 그 의
사의 말이 신통히도 맞아 떨어졌다. 그래서 나는 대담하게 한 처녀의 손목을 쥐였다. 그리
고는 결혼인지 무언지하는 데까지 골인했다. 이상하게도 결혼을 하고 나니 얼굴은 더 뺀질
뺀질 해지고 기름기가 돌며 말 그대로 홍광만면(紅光滿面). 내 어릴 때 별명― 붉은 사과
를 되찾은 듯하다. 그러니 뽀드라지하고는 정말 완전히 인연을 끊은 셈. 이젠 뽀드라지를
잊은 지도 석삼년 네댓 번 잘 지나갔다. 그런데 아들 새끼 빼고 열심히 키우느라 그런지
요새는 정력이 떨어지고 얼굴에 심심찮게 하나 둘 반갑지 않은 주름살만 늘어간다. 지나니
눈물이요, 쉬나니 한숨이로다.
여기에 요새 또 아들 녀셕 칭얼거림에 신경질이 더 난다. 그 아비에 그 아들이라, 그 자
식 똑 내 클 때처럼 얼굴에 뽀드라지 투성이다. 애비 잘 못 만난 자식, 처음에는 스르륵
측은한 감이 들다가 요새는 어쩐지 그 자식이 부러워나며 시샘까지 하게 된다. 고 뽀드라
지 나 주지! 마음이 싱숭생숭. 정말 가지고 싶다― 그 뽀드라지. 아들 새끼한테 좀 안 된
것 같아― 요시요시, 무슨 뚱단지 같은 소리닙니까? 아들 녀석 낯이 지지 벌개진다. 아들
녀석한테는 먹혀 들어가지 않는다. 뽀드라지― 칭춘메리떠우(靑春美麗豆), 요시요시 나한
테 너무도 와닿는다. 뽀드라지, 성병이라지. 남아도는 리비도가 분출구를 찾지 못해 지랄
발광을 하는 거라지. 나한테 그런 리비도가 필요해. 그 지랄발광할 리비도가 필요해. 아,
황홀한 칭춘메리떠우(靑春美麗豆)― 뽀드라지여! 그대여 내 품에 돌아와줘!
나는 아들 녀석 뽀드라지가 내 얼굴에 옮아 붙으라고 아들 새끼 얼굴을 끌어안고 마구
비벼보았다. 소용이 없었다. 그래서 다른 별지랄을 다 해보았다. 그래도 소용이 없었다.
그래서 고민 속에 빠졌다. 그러다 어느 날 저녁 힘에 부치는 그 지랄을 하며 코앞에 닿은
마누라의 많이 뜯어고친 얼굴을 보는 순간 피긋 영감이 떠올랐다. 그래서 영감이 사그러질
세라 녀편네하고 하던 그 일 집어치우고 어리둥절해 있는 아들 녀셕의 손목을 잡고 우리
연길시 제일 잘 한다는 보건정형미용원으로 달려갔다.
원장님, 이 아들애의 뽀드라지를 저에게 심어주세요!
눈이 휘둥그래진 원장. 어떻게 되여 먹은 정신병자인가고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훑어보는
원장. 뽀드라지? 뽀드라지를 심겠다? 정신병원으로 가세요. 아니 정말이예요, 눈섭은 심
으면서… 맞아요, 그렇지만 뽀드라지는 심는 법이 없어요. 아니, 그러면 뽀드라지 심는 법
을 만들면 되지 않나요? 정 소원이시라면 가짜 눈섭을 심듯이 가짜 뽀드라지도 심을 수는
있어요. 그래요, 그럼 심어 주십시오.
나는 얼굴에 다닥다닥 칭춘메리떠우(靑春美麗豆) - 뽀드라지를 박아 심었다. 기분이 좋
았다. 한결 젊어진 것 같다. 힘도 막 솟구치는 것 같다. 그런데 아들 녀석의 뽀드라지를
옮겨 심지 못한 것이 아련히 아파왔다. 그래서 나는 아버지의 근엄함을 살리며 아들님에게
정중하게 뿌쉬낀의 명시 한 수를 읊어주었다. 19세기 암흑한 짜리 독재통치하에서 신음하
던 러시아 사람들에게 생의 희망을 주었다는 그 시를 말이다.
얼굴에 뽀드라지가 나더라도
서러워 말고 울지 말라
세월이 흐르면 지나간 것은
모두 아름다우리!
뽀드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