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홍진 감독은 "조선족을 뼛속까지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기본적으로 애정을 갖고 찍었다"면서 "영화적 장치로 인해 다소 과격하게 비쳐지는 부분이 있겠지만 이 영화의 본질은 조선족에 대한 애정"이라고 '조선족 비하 논란'을 거론하는 질문에 대해 해명했다.
'황해'는 데뷔작 '추격자'로 일약 스타 감독으로 떠오른 나홍진 감독과 두 주연배우 하정우 김윤석이 다시 뭉쳐 제작 초기부터 관심을 모았던 작품이다.
100억원이 넘는 제작비가 투입된 점과 국내영화 최초로 할리우드 배급사인 20세기 폭스 산하의 폭스 인터내셔널 프러덕션이 직접 투자한 점 역시 이 영화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황해’는 돈 벌러 한국에 간 아내를 찾기 위해 청부살인 제안을 받고 한국에 밀항한 연변 남자 구남(하정우)의 도주극.
극중 구남은 아내의 한국행 비자 발급 때문에 큰 빚을 지게 된다. 하지만 아내는 연락이 끊겼고, 구남은 매일 개처럼 일하지만 돌아오는 건 빚받이들의 협박과 발길질뿐이다. 그가 인생 막장인 마작판을 드나들게 된 것도 한탕이 아니면 도저히 갚을 수 없는 악성 부채 때문이다.

구남이 면가로부터 청부살인 댓가로 받은 착수금은 고작 50만원. 나머지 빚은 열흘 안에 유도 국가대표 출신 교수를 죽이면 준다는 조건이었다.
‘황해’의 한 제작진은 “땅에 파묻은 병든 개를 꺼내 먹을 만큼 식량 사정이 안 좋은 조선족을 청부살인에 끌어들이는 범죄 조직이 실제로 많다”며 “극중 구남이 받은 50만원도 실제 사건에서 나온 액수”라고 말했다. 사람 목숨 값이 50만원에 거래되고 있는 비극적인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30대 조선족 여성 토막살해 사건도 실화에 바탕을 뒀다. 구남은 한국에서 비참하게 사는 여러 조선족 동포를 만나게 되고 여행용 트렁크에서 발견된 한 여성의 토막살해 사건을 접하며 절망하게 된다.
이밖에 ‘황해’에는 경기도 공단 지역과 서울 변두리에 사는 조선족의 실상이 자세히 나온다. 허름한 다세대주택에서 다닥다닥 붙어사는 이들은 공단 근처 식당에서 허드렛일을 하거나, 조금 형편이 나은 사람들은 강남 일식 집에서 써빙을 하며 생계를 꾸린다. 고향에 있는 가족에게 돈을 부치기 위해 노래방 도우미 등 매춘까지 뛰어든 조선족 여성도 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조선족들은 비인간적인 대접을 받을 뿐 아니라 각종 범죄에도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나홍진 감독이 ‘추격자’에서 사회 안전 망의 사각지대에 놓인 안마시술소 여성의 억울한 죽음을 그렸다면, ‘황해’에선 저임금 노동력으로 치부되고 마는 조선족의 실상과 범죄자나 피해자로 전락하기 쉬운 비정한 현실을 차갑게 고발한다.
김윤석은 “아마 ‘황해’를 보고 나면 주위에서 마주치는 조선족을 다시 쳐다보게 될 것”이라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한국인의 눈에 비친 조선족, 조선족은 이 영화에 어떤 반응을 보 일가 하는 것이 자못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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