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소 10살 영롱아, 살아있는 거니

2009-01-02     동북아신문 기자
국내 최초 체세포 복제소로 알려진 '영롱이'는 잘 있는 것일까.

지난 1999년 2월 경기도 이천의 한 목장에서 태어난 영롱이의 행방이 묘연하다. 영롱이란 이름은 'young-long'에서 유래했다.'젊음을 유지하며 오래 살아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영롱이는 지난 2001년 자연교배를 통해 건겅한 송아지를 출산했고, 이후에도 새끼를 여러번 낳았다.1997년 태어난 세계 최초 복제양 '돌리'가 노화 촉진에 의해 일찍 죽은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영롱이는 2005년 말까지만 해도 국내 최초 복제소라는 이유로 사회적인 관심을 받았었다. 그러나 영롱이는 지난 2005~6년 줄기세포 진위여부가 논란이 된 ‘황우석 사태’ 이후 사라졌다. 영롱이가 도살 됐는지, 다른 목장에서 사육되고 있는지, 황우석 박사가 은밀한 곳에서 키우는 지 등에 대해서도 알 길이 없다. 현재 살아 있다면 열 살인 영롱이는 어디에 있을까.

■영롱이 "있다" "없다"

기축년 소의 해를 맞아 영롱이를 찾기 위해 '있을 만한 곳'과 '알만한 사람'을 만났지만 모두 '모르쇠'였다. 영롱이가 살던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서울대 생명공학연구소. 일명 황우석 농장이다. 조선족 출신 이성암(55)씨 혼자 농장을 관리하고 있다. 이씨는 황박사가 '복제연구에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일등공신'이라고 한 인물이다. 농장 진입로와 주변에는 철조망이 쳐져 있다.

취재진을 본 이씨는 황급히 건물 안으로 사라졌다. 어렵게 연결된 전화 통화에서 이씨는 "영롱이는 현재 여기에 없다"고 밝혔다. 이씨는 " 2년여 동안 이 농장에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2006년 1월 춘천으로 갔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춘천 어디로 갔는지는 모른다"고 했다.

2006년 1월이면 황교수의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 진위여부로 온 국민의 관심이 황교수에게 집중돼 있을 때이다. 사흘 후 이씨와 두 번째 통화를 했다.

그는 처음과는 다른 이야기를 해 궁금증을 자아내게 했다. "영롱이는 선생님(황우석 박사)이 여기에 있다고 하면 있는 것이고, 없다고 하면 없는 것이다"고 알송달송한 대답을 했다. "확인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이곳은 함부로 들어올 수가 없다"고 했다.


■2007년 ‘봤다’

농장 인근에 살며 관리인 이씨와 친분이 있다고 밝힌 주민 김 모씨(47)는 "지난 2007년 5월에 농장 안에서 영롱이와 비슷한 얼룩 젖소 3마리가 있는 것을 봤다"며 목격담을 전했다. 당시 김 씨가 이씨에게 "영롱이냐”고 묻자 그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김씨는 “이씨가 영롱이가 없다고 말한 것은 취재진을 따돌리기 위해서다”라고 귀띔했다. 그는 이어 "이씨가 영롱이 행방을 알아도 말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했다.그렇다면 영롱이는 춘천의 농장으로 보내졌을까. 강원도 춘천 소재 목장 서너군데에 전화를 걸어 확인했지만 이들은 금시초문이라 했다.


■영롱이 행방 연구원도 몰라

영롱이가 춘천에도,이천의 황우석 농장에도 없다면 어디에 있는 것일까.경기도 용인 원삼면의 수암생명과학연구소. 황 박사가 40여명의 연구진과 함께 생명공학연구를 하는 곳이다. 연구소 건물 내에서 개 짖는 소리가 요란했다. 개 복제연구가 진행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연구소 총괄 책임자라고 밝힌 조용석 국장은 "황박사가 알고 있지 나를 비롯한 연구원들은 영롱이가 살아있는지, 어디에 있는지, 새끼를 몇 번 낳았는지 알 수가 없다. 알아도 이야기 해줄 수가 없다. 어딘가에 살아 있지 않겠느냐" 고 밝혔다.

이어 조 국장은 "황박사도 과거에 연연하지 않으며 영롱이 이야기도 일체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연구단지에서 만난 연구원들도 하나같이 '모르쇠'였다.

배아줄기세포 연구팀 이었지만 황우석 사태 이후 서로 경쟁의 길을 가고 있는 서울대 수의학과 이병천 교수는 "연구하시던 분이 학교를 떠났기 때문에 이야기 할 부분이 없지만 2005년 말 이후로 영롱이에 대한 소식은 들어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황 박사가 이전해준 복제기술로 복제 송아지를 생산하는 축산연구소의 직원들도 행방을 모른다고 했다. 한 연구원은 "우리도 영롱이가 어떻게 됐는지 궁금하다"라고 말했다.


■영롱이 미스터리

황 박사는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 논문과 관련한 사태 때 국내 최초 체세포 복제소에 대한 기록이 불에 타 없어졌거나 이사 중 분실했다고 대국민 기자회견을 통해 답했다. 영롱이에 체세포를 제공한 소는 이미 사망했고, 논문과 기록조차 남아있지 않아 검증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2005년 8월 황박사와 서울대 수의과학팀이 복제 중 가장 어렵다는 개 복제에 성공, 복제견 ‘스너피’를 세상에 내 놓자 상대적으로 복제가 쉬운 소(영롱이)는 '팽' 당했다는 말도 심심찮게 들려왔다. 수암연구소에서 만난 한 연구원에 따르면 "생명공학 분야에서는 '소 복제는 누워서 떡먹기'라고 할 정도로 쉬운 일"이라 "더이상 소 복제는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해 '팽' 당했다는 설이 설득력이 높다.

영롱이가 살아 있다면 열살이다. 일반소의 수명은 15~20년으로 알려져 있다. 황우석 사태와 함께 사라진 영롱이는 어디에 있을까. 복제견 스너피는 서울대에서 관리하고 있다.
 
일간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