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봉 중국동포타운’ 최황규 목사 인터뷰
2004-04-26 운영자
최황규 목사는 1999년 중국의 반체제인사를 보호하고 구명하면서 ‘외국인난민돕기모임’의 대표로써 외국인 난민을 위한 활동을 시작했고, 2000년부터 2003년까지 ‘서울조선족교회’에서 동북아 신문의 편집장을 맡는 등 동포 지원 활동을 했다. 현재는 ‘서울중국성교회’의 담임 목사로 중국인 노동자들을 위해 선교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가리봉 중국동포타운 추진 위원장’으로 동포들을 위한 봉사에 임하고 있다.
▲‘가리봉 중국동포타운’의 의미는 무엇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가리봉동은 중국동포들이 밀집되어 살고있는 지역입니다. 체제가 다른 중국에서 온 동포들이 한국인들과 상호작용을 하며 한국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국동포타운의 목적이 될 것입니다. 전 우리 민족 3대강(한강, 혜란강, 대동강)의 물결이 함께 움직일 때에야 비로소 민족의 도약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강의 기적’ 이후 이제는 ‘혜란강의 기적’을 이뤄야 할 때이고, 이는 후에 ‘대동강의 기적’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한강의 기적’이 본토 한국인들에 의해 이뤄졌듯이 ‘혜란강의 기적’은 200만 중국동포들의 힘에 의해 이뤄질 것입니다. ‘가리봉 중국동포타운’은 ‘혜란강의 기적’을 위한 시작점입니다. 저는 이곳 가리봉동이 ‘민족통합실험마을’ 으로서 민족통합을 위한 실험의 장이고, 우리 민족의 진정한 통합을 위한 시작점이라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작은 지류(支流)들이 합류하여 대하(大河)를 형성하듯이 이곳 ‘가리봉 중국타운’에서의 작은 화합을 위한 노력들이 큰 강을 이뤄 ‘혜란강의 기적’을 이루어 낼 것이라고 믿습니다.
▲목사님이 ‘가리봉 중국동포타운’을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처음에는 도움을 청하는 중국인 노동자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시작하였습니다. 수중에 가진 돈이 얼마 없어 보증금 300만원에 월세 15만원 짜리 쪽방을 얻어 중국인교회를 시작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애초에 길거리에서 예배를 볼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이러한 사정을 알고 있던 동포사랑교회에서 예배공간을 빌려줘 그 곳을 이용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시작하게 된 중국인교회(서울중국성교회)를 운영하던 중 마침 중국 동포 ‘김용팔’ 씨에게 전화가 와서 함께 지내게 되었고, 중국동포들에 대한 봉사도 다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동포들의 한국사회 정착을 돕자는 취지와 중국동포와 한국인이 서로 돕고 살 수 있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가리봉동을 ‘중국동포타운’으로 특화시키자는 주장을 하게 되었습니다.
▲‘가리봉 중국동포타운’이 활성화되는 데 어떠한 어려움이 있습니까?
우선 지역 관청 공무원들과 일부 주민들은 동포들의 쓰레기 분리수거 등의 이유로 그들에 대해 환영하지 않는 시각이 있습니다. 이러한 시각에 대해 지역 관청 공무원과의 대화를 통하여 그들의 시각을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한, 생활 측면에서 반감을 가진 지역주민들에 대한 설득과정이 조용하고 비공개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한편, 현재 가리봉동은 재개발 지역으로 선정된 상태입니다. 앞으로 재개발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이 지역의 중국 동포들이 배제되지 않도록 관계 당국과 협의를 해야 할 것입니다. 재개발 이후 중국적인 특색을 가진 중국 동포의 거리를 조성하여 동포들과 내국인간의 활발한 교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관청의 지원은 어떻습니까?
구청에서 ‘가리봉 중국동포타운’이라는 간판 하나를 세워줬으면 합니다. 지하철 7호선 남구로역을 ‘중국동포타운 역’으로 바꿔주면 지역특성도 살아날 것으로 봅니다. 서울시에서 이 지역을 안산시의 ‘국경 없는 마을’처럼 ‘중국동포타운‘으로 지정해 주기를 바랍니다.
또한, 정부는 이곳을 중국동포 불법체류자의 소굴 정도로 인식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이 마을은 민족 통합의 실험장입니다. 이 곳에서 중국동포들은 한국인과 어울려 살아가는 법을 몸으로 익히고 있습니다. 이젠 정부에서도 동포를 ‘단속’ 해야 할 대상이 아닌 서로 ‘화합’을 할 동반자로 인식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리봉 중국동포타운’에서는 어떠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까?
우선 이 지역 상인들과 함께 조직(가리봉 중국동포타운 추진위원회)을 결성하여 유기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상인들과 합동하여 수차례 단속 차량의 접근을 저지하였고, 상인들 수입의 일부를 동포들을 위해 환원하고 있습니다. 이제 이 지역 상인들의 시각도 많이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그들 스스로 동포들을 통해 벌어들인 수입의 일부를 환원하지 않고서는 더 이상 동포 고객을 끌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가고 있습니다.
또한, ‘가리봉 중국동포타운’이라는 지역신문을 제작해 배포하여 동포타운 조성을 위한 홍보도 하고 중국동포들에게 여러 가지 정보와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한편, 지역주민들의 동포들에 대한 좋지 않은 시선이 있는 데에는 중국 동포들의 책임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동포 나름대로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인식 하에 동포 봉사단인 ‘깔끄미 봉사단’을 결성하여 일요일마다 거리 청소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러한 작은 노력들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지역주민들의 시각도 변해갈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중국동포들의 발전과 민족통합을 위한 비전을 말씀해 주십시오.
고국을 찾은 중국 동북3성의 동포들은 분단의 벽을 넘어서 온 민족 화합의 가교이며 이젠 고국에서의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는 건설역군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고국은 동포들에게 따뜻한 보금자리가 되어주지 못 하고 있습니다. 중국동포들에게 마음 편히 생활할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만이라도 만들어줘 고국의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게 해주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이제는 중국동포들에 대한 대전략을 세워야 할 때입니다. 중국동포들이 중국 땅에서 한족 주류와 대등한 위치에 올라 갈 수 있도록 중국의 젊은 동포들을 육성하는 것이 시급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동포 젊은이들을 일으켜 세워 우리의 중심을 크게 하는 것입니다.
다른 체제에서 생활해 왔던 중국동포와 한국인의 ‘가리봉동 중국동포타운’에서의 교류를 통해 민족화합을 위한 과학적인 토대를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이곳은 그러한 과학적인 토대를 위한 하나의 실험의 장이고 나아가 민족 통합의 한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