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진정 느낀것은...<허수남 수기>
허수남 (세진콘덴서) (노동부 외국인근로자 고용/ 취업 미담수기 공모전 장려상)
오늘따라 하늘이 점차 흐리는 것 같더니 궂은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서 더불어 세찬 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집 앞에 심어 놓은 백양나무가지가 마구 흔들리는 것 같다. 내린비는 어느새 붉으스런 강물을 이루며 시내 한복판을 가로지른다.
드디어 한국비자가 내려왔고 오늘 떠나야 하는 날이다. 아내는 이른 아침부터 내가 가지고 가야 할 짐을 정리하느라 바삐 돌아쳤다. 그것은아내가 나로 하여금 단 한치의 고생도 적게 하라고 세심하게,꼼꼼이 ,차곡차곡 준비하는 사랑의 마음이였다. 너무나도 일찌기 섬이 든 어린 아들도 엄마의 손길을 도와주고 있었다.
나는 멍하니 그들의 뒤모습을 바라보았다. 어쩐지 마음이 무겁고 슬픈 생각이 든다. 피치못할 사정으로 떠나야만 하는 나 자신도 측은하게 생각된다. 나는 저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힘들게 보냈던 흘러간 지난날이 눈앞에 선히 떠 오른다.... 드디어 떠날 시각이 된 듯 싶다. 나는 플래트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세찬 비바람이 무섭게 내리치며 나의 옷깃을 적시는 것 같다. 아내는 눈에 눈물을 가득담고 나를 바래 주었고 어린 아들도 엄마의 품에 안겨 애타는 눈길로 나를 바라 보는것 같았으며 그 순간 나 자신도 어쩐지 마음속 깊이 뜨거운 그 무엇이 흐르고 있음을 새삼스레 느꼈다. 그렇다, 아들은 비록 너무나도 나이가 어리지만 나의 마음을 녹여줄 수 있는 미소를 지을 줄 알고 있으며 사랑을 듬뿍 주고 받을 줄 아는 능력을 누구보다 많이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지금 생각하면 그 때의 그 심정은 말로 표현할수 없을 정도로 아프고 쓰린 것 같다.
이젠 한국에 온지도 어느덧 한해가 지나간다. 5000년 역사를 가진 한국은 고대부터 우수한 문화를 가지고 있으며 시대의 흐름에 따라 큰 변화가 물결치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그리고 또한 학문과 과학기술 분야에 있어서는 물론,문화예술 분야를 포함한 전 생활영역에서 큰 발전을 가져온 것 같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교육을 소중히 여기고 대부분 부모가 희생하더라도 자식에게 최고의 교육을 시키는 걸로 알고 있으며 옛날부터 학문하는 사람을 높이 평가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나 자신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한국사회 특성과 한국 문화를 점차 이해하게 되고 한국생활이 더 즐겁고 편해진다. 내가 중국무역담당으로 취업한 곳은 서울특별시 금천구 가산동에 자리잡은 콘덴서를 제조하는 전자회사인데 나를 포함해 총 15명이다. 그 가운데는 한국인 두명과 나머지는 '고용허가제' 의 혜택을 입어 한국에 온 필리핀 친구들이다. 사장님은 나이가 든 분인데 머리는 하얗게 변해가고 있었고 많은 풍파와 곡절을 겪어서 인지 몹시 여위고 말랐으며 반면 평온한 마음, 친절한 성품과 안정된 스타일을 갖 춘 분이였다. 사장님은 매일과 같이 사무에도 바쁘시고 열심히 직원들의 사업을 도와 주고 있다. 비록 나의가 50이 넘어가고 60을 바라보고 있다 지만 젊은이들 못지 않게 침착하게 ,신속하게 일을 하는 것이 나로 하여금 깊은 인상을 남기게 한 것 같다. 관리 방면에서도 독특한 방식으로 자신의 직원으로 하여금 가정같은 분위기 속에서 열심히 일을 하도록 하는 것 같다.
나는 사장님의 모습에서 무엇을 하나 꼭 성공하고야 말겠다는 강한 의지와 경영자로서의 폭넓은 시야와 기질을 보는 것 같다. 그리고 힘겹게 일하고 있는 필리핀 친구들의 모든 것을 속속들이 관심과 사랑을 주시고 있으며 비록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고 있지만 사랑의 마음으로 차곡차고 챙겨 준 덕분에 필리핀 친구들은 아무런 우려도 없이 열심히 일을 할 수 있게 되었으며 다문화의 따뜻한 가정속에서 내국인이던 외국인이던 서로 서로가 형제 자매와 같은 분위기 속에서 화목하게 잘 보내고 있다. 간혹 필리핀 친구들이 실수를 하면 웃음띈 얼굴로 도리를 따져 가며 조용하게 ,유모아적으로 말하고 있다. 그것은 비평이 아니라아버지가 자식한테, 형님이 동생한테 하는 따뜻한 타일름이였으며 내가 회사에 취업한지 한해가 지나가도 한번도 직원들과 소리를 높여 말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물론 사장님도 고민이 많았고 문밖의 세상이란 매일 아침 집을 나서서 저녁이면 돌아오는 하루하루를 살아도 늘 어제 같은 오늘이 아니고 또 오늘 같은 내일이 아닐 수 있듯이 회사에세도 여러 번 위기를 겪은 과정이 있었다.
그러나 사장님은 침착하게 하나 하나 문제를 풀어 나가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신용과 실력으로 노력한 보람으로 최근에는 규모가 커지고 최고의 매출과 최고의 수익율을 보존하고 있다. 회사직원 가운데서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차장님은 나의가 40이 넘어가지만 아직 총각의 몸으로 지내고 있었다. 사회적 압력과 장래에 대한 불안과 모두가 원하는 행복한 가정, 훌륭한 자녀를 갖고 싶은 절실한 소원이여서 인지 가끔씩 술을 마시고 출근하지 않고 결근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으며 얼굴엔 늘 어두운 그림자가 비껴 있었다. 차장님의 마음을 읽어서인지 사장님의 중매로 이젠 회사내의 필리핀 직원과 사랑을 속삭이고 있다. 새로운 모습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차장님의 모습에서 나는 회사의 미래를 볼 수 있었고 푸른 하늘을 볼 수 있었다.
비록 문화가 다른 두 민족이지만 '고용허가제' 의 혜택으로 이렇게 한국에 온 필리핀 직원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이다. 그들의 사랑은 회사에서 ,공원에서 ,곳곳에서 볼 수 있었고 사랑의 감정이 익어 이젠 얼마 지나지 않으면 그들은 단란한 가정을 꾸려 사는 가족과 든든한 후원자가 되며 모든 사람들의 축복속에서 결혼식을 올리게 된다. 나는 그들의 사랑이 영원하고 행복하길 바라고 있다.
시간은 이렇게 어제도, 오늘도, 지금 이 순간에도 소리없이 흘러가고 있다. 시간의 흐름과 더불어 회사에서는 부단 '고용허가제' 의 혜택으로 인력난을 해결했을 뿐 만 아니라 급변하는 환경변화 속에서도 끊임없는 혁신과 변화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고 위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옳바른 방향을 설정할 수 있었다. 그리고 또한 부과되던 1개월 출국요건을 페지하고 2년미만의 기간 범위내에서 취업기회를 최대 5년 미만으로 연장해 숙련된 직원을 유치하고 회사로 하여금 비용을 줄이고 인력활용 효율성을 제고하고 더불어 회사에서 경쟁력을 키우는 등 다 방면에 큰 기여를 한 것 같다.
나는 가끔씩 신문이나 매체를 통해 '고용허가제' 를 반대하는 모습을 가슴 아프게 본 적이 있다. 그 가운데는 집회도 있었다. 이렇게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가 옳다고 믿으며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정말로 누가 옳은지를 알고 있는 사람은 하느님밖에 없지 않을까고 말하고 싶다. 중소기업을 활성화 시키고 일자리 창출에 거대한 기여를 하고 있는 '고용허가제' 를 우리는 기쁘게 받아 들여야 될 것이 아닐까 싶어진다. 우리는 마땅히 '고용허가제' 의 도입으로 나라에 주는 거대한 효과에 대하여 긍정적인 방면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고용허가제' 의 실시와 더불어 가난에서 허덕이며 침체 상태에 있던 타국 경제의 부활에 대한민국이 기여한 거대한 공헌에 대하여 긍정적으로 인정을 하여 주어야 될 것이 아닌가 싶다. 세상에는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있다.
그리고 우리가 정말로 넘기 어려운 힘든 고개도 있다. 우리는 마땅히 이 '거목' 이 더욱 푸르고 건실하게 자라도록 ,자신의 친 자식처럼 사랑하지는 못해도 그래도 사랑의 마음으로 보살펴 주어야 될 것이 아닐까 싶어 진다. 또한 이 세상은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다. 사람이 살다 보면 이런 사람,저런사람,이런 일 ,저런 일에 부딛치기 마련이다. 이럴 때 허리를 굽혀 성근하게 '미안합니다.' 라고 한마디를 하면 어떨까? 금방 오해가 풀리고 평화가 찾아 들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마땅히 대한민국의 결정을 지지하고 이해하고 사랑하여 주어야 될 것이 아닌가 싶다. 또한 경제적으로 보다 나은 미래를 찾고저 이 땅에 온 우리 외국인 친구들도 마땅히 입국 전 한국어 학습을 좀더 열심히 공부하고 한국 문화를 알고 그 지역의 풍습과 예의 범절을 익혀 그것에 따르고 융합 되며 자신의 '가치관' 만으로 세상을 판단하지 말고 항상 작은 일이라도 최선을 다 하는 습관을 몸에 익히도록 애써 노력해 주길 바란다.
그러면 회사에서의 취직이나 기타 방면에서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우리 외국인 친구들이 이 점을 명기하고 가슴 깊이 새겨두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오늘도 많고도 많은 외국인 가정이 '고용허가제' 의 혜택으로 더욱 빛나고 있으며 자신의 성실한 노력으로 아름답고 참된 것들을 차곡차곡 쌓아 가고 있다. 그리고 행복을 이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