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이동은 조선족사회의 민족정체성 위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

-‘재중동포사회의 아이덴티티’ 세미나에서 김범송 박사 지적

2008-12-16     이동렬 기자

“인구이동이 조선족사회의 민족교육의 위기를 비롯한 민족정체성의 위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주요인이며, 개혁개방 이후 시장경제의 충격을 받으면서 조선족들의 인생관·가치관의 변화 또한 민족정체성을 약화시키고 국민정체성을 강화시키는 또 다른 중요한 원인”이라고 중국 흑룡강신문 논설위원 김범송 박사가 지적했다.

해외교포문제연구소(이사장 이구홍)에서 주최한 ‘2008 교포정책포럼’에서 ‘재중동포사회 아이텐티티의 다변화-인구이동과 가치관의 변화를 중심으로’로 주제발표를 한 김범송 박사는 최근 10년 간 조선족의 “대도시와 연해도시 이동한 인구는 55~60만명이 유동했고 2007년부터 재외동포정책의 일환으로 방문취업제가 실시되면서 올해 9월까지 한국에 진출한 중국동포는 38만 명에 달하며 국제결혼과 귀화한 인국 8만 명 까지 합치면 46만 명이 넘는다”면서 “그중 미국과 일본 등 해외에 진출한 출국인원 15만 명 까지 합치면 60만 명이 넘는데, 이는 기존의 조선족 인구 192만 명중 60%가 넘는 120만 명이 이미 이동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박사는 “이러한 인구변동과 대량적 인구유실은 민족공동체의 해체와 새로운 거주지의 형성 및 도시 공동체의 특징을 나타내고 있고 조선족의 민족정체성이 약화되면서 전통적 민족문화가 상실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이로 인해 “국내이동에 따른 새로운 거주지의 조선족들의 민족정체성은 갈수록 약화되고 중국국민으로서의 민족정체성이 강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특히 중국 국내 대도시나 연해지구 등 “새로운 거주지 형성으로 기존의 조선족 잡거지구는 총체적인 해체 위기를 맞게 되고 있”는가 하면 “도시공동체가 촉성되고 있지만 민족어를 배울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들고 민족교육의 환경이 열악한 상황”이어서 “민족동화가 갈수록 심화되어 도시에서의 민족정체성 위기가 새로운 거주지에서의 조선족사회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이런 “조선족공동체의 해체 및 변화과정에서 일부 조선족들 가운데는 민족허무주의와 극단적인 민족주의 경향이 엇갈리고 있다”며 “조선족의 존재의미를 부정하며 나아가 조선어 무용론을 거론”하고 있으며 반면 “극단적인 민족주의는 기존 조선족의 특유의 (이중) 정체성을 무시하고 고국인 한국을 구세주로 보며” 모든 것을 한국에 의지하려고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중국동포들이 “고국에서 받은 ‘외국인노동자’로서의 사회적 멸시와 차별은 (중국)조국관 강화와 중국동포로서의 자아정체성을 확인하고 고국관이 변화를 가져오게 됐다”면서 한국의 불합리한 동포정책에도 일침을 놓았다.

김박사는 결론적으로 중국조선족의 정체성은 “‘중국국적을 가진 중국인’이자 한민족이라는 이중성”에 있다면서 “인구이동으로 조선족공동체의 해체와 정체성의 혼란, 민족교육의 위축으로 인한 민족공동체의 위기 및 민족동화의 가속화 등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첫째, 인구이동에 따른 저출산 고령화 현상에 대한 정부의 대비책이 우선적으로 마려되어야 하며 둘째, 새로운 거주지 도시공동체에서 민족어를 기반으로 하는 민족교육을 강화해야 하며 셋째, 고국과의 교류와 연대성을 강화하고 민족문화와 정체성을 보존해야 하며 넷째, 새로운 거주지에서 코리아타운을 형성해 민족정체성을 지켜나가야 하고 다섯째로는 경제 문화적 유대를 강화하는 한민족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이날 지정토론자로 나선 연합뉴스 곽승지 박사는 김범송 박사의 발표에 충분히 공감하면서 “시대적인 흐름에 따라 정체성이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으며 세계화되고 있다”면서, “중국동포의 정체성은 다변화되고 있는데 한민족사회와 관계 맺기 속에서 제대로 관계를 맺지 못하면 국가정체성 쪽으로 흘러가고 제대로 관계를 맺으면 민족정체성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하였다. 때문에 “관계 맺기 속에서 민족 정체성을 지켜나가려면 한국의 역할과 중국동포 스스로의 역할, 즉 상호역할을 중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토론자인 한중경제친선교류협회의 김일남 상임이사는 “중국에서 조선족의 정체성을 지켜나가려면 중앙정부의 소수민족정책을 활용하여 새로운 농촌집거구 형성도 하나의 대안”이라고 지적하였고, 토론자 김용필 중국동포타운신문 편집국장은 “조선족사회의 스스로의 변화”를 촉구하면서 이중정체성이 어떻게 변하든 한국과 중국에 이로운 “한민족 정체성을 어떻게 유지하는 데 있다”고 하였으며, 토론자 정신철 중국사회과학원 교수는 “중국의 산해관 이남 현지 정부는 민족정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면서 “조선족 엘리트들이 민족정책을 활용하여 국가 관련부처에 적극 대안을 제시하고 부지런히 뛰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연변가정연구소’의 조선족 차세대 엘리트 최국화 토론자는 현재의 청소년들이 북한을 보는 시각을 분석하면서 “그들은 민족의 정체성보다 현실의 빈부 차이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고 지적하고 나서 “조선족인구의 유동이 나쁜 것만 아니고, 이는 또 조선족들이 새로운 정체성을 갖게 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민족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마지막 답변에서 김범송 발표자는 정체성은 끊임없이 변화되고 있지만, 조선족이 중국과 한국 사이에서의 중요한 역할을 해나가며 삶의 영역을 확대하고 주류사회에 진입하자면 자기의 “이중정체성을 계속 지켜나기에 노력해야 한다”고 정리했다.

이날 중국 동포 관련 세미나는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이진영 교수가 사회하였다.

해외교포문제연구소는 12월 17일부터 18일까지 이틀간에 걸쳐 한국과 중국, 일본, 미국 학자들이 참가한 “재일동포사회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금후의 과제”, “미주동포 정치력운동의 현황과 과제”, “재중동포사회의 아이텐티티”, “사할린동포사회의 제문제”, “경험을 통해서 본 정부의 교민정책” 등 섹션을 갖고 세미나를 개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