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양 훈남신구를 가다
2004-04-09 운영자
#1. 도시 전체가 ‘공사중’
선양(瀋陽, Shenyang) 공항에서 쭉뻗은 고속도로를 차로 20분쯤 달릴 때까지 차는 논스톱이었다. 이따금씩 마주 달리는 자가용들은 ‘토요타’, ‘이스즈’ 등 일본 메이커였다.
톨게이트 요금소를 빠져나와 다시 10여분을 달리자 시내 중심부인 듯 빨갛고 검은 차들이 빵빵거렸다. 선양에서만 자동차가 매일 300대씩 늘고 있다는 사실 을 실감케 했다. 재미있는 점은 먼지 구덩이를 뒤집어쓴 듯 차들이 시꺼멓다. 현지 가이드에게 “내륙에서 불어온 황사 때문이냐”고 묻자 고개를 저으며 “ 공사판 먼지가 날아왔기 때문”이란다.
실제 선양시는 도시 전체가 공사중을 방불케 했다. 우뚝 솟은 중심부 건물은 ‘안전’을 알리는 리노베이션 공사가 한창이다. 중국식 전통 가옥들은 상당수 헐린 채 공사를 기다리고 있고 골조 공사까지 끝낸 아파트 공사가 도시를 뒤덮 고 있다.
개발이 한창이면 땅값이 오르는 것은 이곳도 마찬가지다. 현재 선양 상업도시 의 평당 매매가는 800만∼1000만원 사이. 2년전 평당 50만원에서 최고 20배 가 까이 오른 셈이다. 시내 중심부 아파트 값도 평당 300만∼500만원을 호가한다. 그러나 교외로 나가면 아직도 평당 3만∼5만원대 임야가 수두룩하다는 게 현지 가이드 귀띔이다. 중국 최고 공업도시 중 하나인 선양은 부동산 개발을 필두로 말 그대로 ‘도시 개발중’이다.
#2. 훈남은 중국판 ‘강남’
서울의 한강처럼 선양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강이 훈허강이다. 남쪽 개발에 초점을 맞춘 것도 서울과 똑같다. 중국 선양시 정부가 80년대 서울 강남 개발 을 벤치마킹했기 때문이다.
특히 선양은 지난해 10월 전국인민대표대회때 확정한 ‘동북대개발’의 중심 도시다. 총 660억위안(한화 9조2000억원)중 72.5%를 선양지원에 쏟아부을 정도 다. 이곳에서는 “1000년에 한번 올까말까한 기회”로 보고 있다.
그 선양 개발 중심에 바로 훈남신구가 있다. 이곳에 오자 마치 안산공단을 온 듯 공장이 즐비하다. 현재 이곳에 입주한 기업만 4300여개. 그중 외국인 투자 기업이 600여사에 달한다. 미국 GM, 캐나다 노텔, 일본 도시바, NEC 등 유수 다국적 기업이 상륙해있다. 한국도 LG전자와 삼보컴퓨터 등이 앞다퉈 진출해있 다.
조효천 훈남신구관리위원회 상무부주임은 “훈남은 북방의 푸둥”이라며 “상 하이가 푸둥을 통해 세계 중심으로 우뚝 섰듯이 동북 중심은 바로 훈남”이라 고 강조한다. 그는 “서울엔 테헤란밸리가 IT 중심이듯 훈남신구는 중국 하이 테크 산업의 메카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 훈남신구는 2005년 재정수입을 35억위안(5250억원)으로 높여 추정하고 있 다. 상주 인구만 35만명에 기술 공업 무역수입만 800억위안(12조원)으로 설정 해놓고 있다. 이 가운데 70%인 560억위안을 IT산업에서 얻겠다는 게 훈남신구 측 계획이다.
특히 푸둥은 이미 외국기업 입장에서 ‘꼭지’에 다다른 느낌이지만 훈남신구 는 이제 막 시작하는 ‘투자의 최적 지대’라는 말로 외자유치에 총력전을 펴 고 있다.
#3. 한국기업이 몰려온다
놀라운 사실은 훈남신구에 진출한 외국기업 600여곳 중 절반이 한국기업이란 사실이다. 인천서 비행시간이 1시간 30분 정도로 가깝고 조선족이 많은 동북3 성의 경제, 교통의 핵심이란 지리적 위치 때문이다. 특히 빠르면 올 연말 경의 선 철도가 개통되면 물류비도 6분의 1로 줄어드는 이점도 있다. 선양은 중국횡 단철도(TCR), 시베리아횡단철도(TSR), 만주횡단철도(TMR), 몽골횡단철도(TMGR) 와 아시아횡단철도(TAR)를 연결하는 물류 전진기지로서 가치도 크다.
이곳 600여 기업중 매출액 1위도 한국 업체다. 삼보전뇌유한회사로 불리는 삼 보컴퓨터다. 99년 7월 진출 이래 4년만인 지난해 6000억원 매출액으로 1위다. 이윤식 총경리는 “2002년 선양시 수출 1위에 올랐고 지난해엔 수출 6억달러를 달성했다”면서 “지난해까지 이익 누적액만 800만달러(96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이곳 부동산 개발을 한국 회사인 SR개발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선양엔 래미안 입간판도 보이지만 SR개발엔 못미친다.
지난 2002년 3월 첫삽을 푼 SR개발은 1단계 주택사업(~2007년)에서만 12만5000 평 대지에 건설면적만 24만평을 개발 중이다. 올해 7월부터 2008년까지 시행할 2단계 상업시설 사업에서는 호텔과 오피스텔, 테마빌딩 등을 개발할 계획이다. 강주영 SR개발 회장은 “총 1조3500억원의 투자비가 들어가는 대규모 공사”라 며 “한국 자존심을 걸고 세계 최고 시설을 세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진정고 선양시장이 “SR개발은 선양 도시 계획의 사령탑”이라고 말할 정도다.
특히 선양은 5월 19일부터 25일까지 ‘한국주간’ 행사를 벌일 정도로 한국기 업 유치에 적극적이다.
진정고 선양시장은 “세제, 금융상 지원은 물론 부동산 부지 알선까지 원스톱 서비스 체제를 마련했다”고 말한다. 그는 마치 주식회사 선양의 CEO같은 모습 이었다.
#4. 선양의 밤풍경
한국기업이 많은 탓인지 술문화도 발달돼있다. 특히 ‘코리아타운’인 셈인 서 탑가는 선양내 유일한 외국인 거리다.
이곳 북한 음식점인 옥류관에는 한국인을 타깃으로 한 폭탄 모양 술병까지 등 장했다. 북한 히트곡 ‘반갑습니다’가 생음악으로 나오는 이곳에서 4명이 생 고기 요리에 밥을 먹은 요금은 3만원 정도. 그러나 가라오케 시설이 완비된 ○ ○룸살롱은 서울 변두리 단란주점 가격에 맞먹는 고가였다. 이곳서 일하는 한 족 리뻬이(李菲)씨는 “하룻밤에 한국인 단체손님만 3∼4팀 이상은 꼭 온다” 고 말했다.
▶선양 개황
선양은 중국 동북지구의 남부로 요녕성 성도다. 길림성과 흑룡강성과 함께 동 북3성의 핵심 도시로 인구는 720만명이다. 중국내 최대 제조업 도시중 하나다. 특히 반경 150km내에 공업도시군을 형성 중이다. 가령 강철의 도시-안산, 석탄 의 도시-무순, 석유의 도시-반금, 경공업 방직의 도시-단동, 화학섬유의 도시- 요양, 석탄 기지-철령을 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