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雪雜筆] 산모(産母)는 진통을 느끼기 시작한다!
.....처녀는 아이를 낳지 못하는 법!
2004-04-02 운영자
처녀는 아이를 낳을수 없는 것이다. 아이를 낳자면 시집 가야 한다.
시집을 간 뒤에도, 임신(姙娠)을 해야 하며, 태기(胎氣)가 느껴져서도, 만삭(滿朔)에서 해산(解産)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저그만치 열달이라는 시간이 소요(所要)되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태어난 그 아이가 이가 나고, 젖을 떼고, 쌀을 씹기까지도 시간이 더 필요한 것은 두말할것도 없고, 귀저기를 집어던지고, 걸음마를 떼기까지, 다음 탁아소에서 유치원으로, 소학교에서 중학교로, 미성년에서 성년으로 성장하기 까지는 어쩌면 그 아이를 낳은 여자의 인생 전체가 바람과도 같이 사라져버릴는수도 있는 것이다.
[떡 친 놈이 많이 못 먹는다!]
한국에 온지 이태째나는 내 아내가 늘쌍 하는 말이,
한국 음식가운데서 제일 맛 없는 음식이 무슨 음식인줄 아세요? 순대랍니다! 그만큼 아내는 나한테 시집오기전인 처녀 시절에도 음식 솜씨가 아주 뛰어났고, 그중에서도 순대를 잘 만들었는데, 정말 희한한 일이 아닐수가 없었다.
한국 사람들은 순대속에 감분을 넣은 탓인지 질기고 끈적끈적한 것이 고소한 맛이란 전혀 없고, 도무지 인절미 씹는 기분이라서, 연변 조선족의 순대와는 전혀 비길바가 못 된다. 우리 조선족의 순대와, 연길 냉면과, "꺼우스제"(狗市街)의 보신탕(개고기)을 맛 본 한국인들은 열이면 열, 백이면 백, 다 혀를 내두르는것을 내가 잘 안다.
아내의 언니되는 여자, 그러니까 나한테는 처형되는 셈인데, 이혼을 하고, 또 직장(연길방직공장)에서도 나오고, 비슷한 처지의 웃기는 친구들끼리 여럿이 집에 몰려앉아서는 순대를 만들어먹었던 적이 있었다. 나와 연애중이었던 아내가 그 먹다남은 순대를 조금 챙겨가지고 우리 집에 가져다준적이 있었던 것이다.
순대라면 그냥 서시장에서 2, 3원씩 주고 사먹었던 기억밖에 없는 나는 아내의 언니네가 만든 그 순대 맛에 아주 환장하다 싶이 돼서, 순대 생각만 나면 아내를 닥달했다. 물론 그때는 아직 아내가 아닌 연인 사이였다.
아, 그 순대 한번 더 먹구싶어! 하니,
아내는, 그럼 제가 한번 만들어볼께요! 하고는 언니한테 졸라서 순대 만드는 법을 열심히 배웠던 모양이었다. 그리고 어느 하루는 나더러 돼지 밸과 피를 사놓으라고 한다. 놀러 와서 같이 만들자는것이었다.
그때 방금 잡은 돼지 밸과 피를 살려면 새벽 4, 5시경에 일어나서 하남시장이나, 아니면 서시장에 가서 사야했다. 아니면 차라리, 3, 4시경에 연길 시교의 도살장에 나가서 직접 싼 값으로 사올수도 있었다. 떨꺽떨꺽 소리나는 낡은 자전게 페달을 밟으며 도살장까지 나가서 밸과 피를 사오니, 그 밸을 번지고 훓고 하면서 씻는데, 족히 한시간 남짓 걸렸고, 또 그 속을 만드는데 넣을 쌀은 벌써 하루 전날 저녁에 물에 담가놓아야 했다.
그리고 아내(그때는 여자친구였다.)가 와서 순대속을 만드는데, 온갖 천가지 만가지 양념들을 다 만들어서 다져넣는 것을 보았다. 또 배추잎도 썰어넣고, 또 된장까지도 한국자 퍼넣는 것을 보았던 기억이 난다. 속을 밸속에 넣고, 실로 매고, 물을 끓이고, 바늘로 찔러보기도 하고, 그렇게 다 만들어서 먹기까지는 온근 하루가 걸려야 했지만, 정작 밥상에까지 차려놓고나서, 우린 한 사람이 몇 토막씩밖에 더는 먹을수가 없었다. 벌써 만드는 새에 잔뜩 눈요기하고, 배불르고, 느끼해졌기 때문이었다. 놀러온 형님 내외만 배 두드리며 먹고, 또 한짐씩 싸지고 갔다.
원래 "떡 친 놈이 많이 못 먹는다."는 속담도 그래 있는게 아닌가 싶다.
외에도 "돼지 꼬리 쥐고 순대 달란다."는 속담이나, "우물가에서 슝늉 내놓으라고 한다."는 속담이나, 또 그리고 "처녀 보고 아이 낳으라고 한다."는 속담이나, 그게 다 성격 급한 사람, 도저히 성사 불가능한 일을 닥달하는, 어처구니 없는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아니겠는가!
[길은 늙은 말이 더 잘 안다!]
몇토막 먹자고 직접 순대를 만들어보니, 그것이야말로 정말 서시장이나, 아님 하남시장에 달려가서 제꺽 돈 2원 주고 한 그릇 사먹기만 못한 노릇이었다. 그러나 그래도 어차피 그렇게 힘겹게 만드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남들이 쉽게 사먹을수도 있는 것이었다.
마찬가지로 슝늉을 먹기 위해서도, 물을 길어다가 밥을 짓고, 가마바닥에 드러붙은 누룽지에 물을 붓고 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또 누룽지가 물에 퍼져서 제맛을 내기까지도 시간이 소요(所要)되는 것이다.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나는 우리 조선족의 문제도 이제 풀려지기 시작하고 있는 것을 본다.
조선족의 국적취득의 범위가 전에 비해 크게 확대되기 시작한것이라던지, 그리고 앞으로는 일본이나 중국 등 외국 동포 가운데 본인 외에도 4촌 이내 혈족이 호적에 등재돼 있고 그 사람과의 혈족관계가 족보와 유전자감식 등을 통해 입증되면 국적을 회복할 수 있게 되었다는 등, 그외에도 또 국가유공자의 친족은 증손자녀와 그 배우자까지도 국내 거주기간 등에 관계없이 국적취득을 허용해주고 이미 한국국적을 취득한 동포의 배우자나 자녀는 불법체류라 하더라도 구제해주기로 했다는 등 희한한 소식들은 모두 신선한 바람과도 같이 우리의 마음을 무척 설레게 만든다.
이와같은 내용들을 골자로 하는 법무부의 이번 새로운 방안들은, 그야말로 서울조선족교회 및 서경석목사가 주도해왔던 그 간(時間)의 운동의 결실들이 비로소 하나 둘씩 맺어지기 시작했다는 좋은 증명(證明)이기도 한것이다.
어쩌면 법무부는, 이미 수개월전에 벌써 서경석목사가 정부를 향하여 제출하였던 그 모든 요구들가운데서, 하나, 둘씩 판에라도 박은 듯이 옮겨놓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이 너무나도 경이(驚異)로와서, 나는 "노마식도(老馬識途)"라고, 그래도 "길은 늙은 말이 더 잘 안다."는 속담을 또 하나 더 거들지 않을수가 없다.
[조선족은 반드시 축복받는다!]
그리고 그만큼 한국 정부(政府)와 시국(時局)과 그리고 그 위정자(爲政者)들의 생리(生理)를 손금같이 잘 아는 서경석목사가 주도해왔던 우리 조선족 동포 해방의 웨침속에는, 그동안 미국(美國) 시민 운동의 대가인 랄프네이더와 비견될 만큼 한국내 시민 운동을 활성화(活性化)해 "시민 운동의 파수꾼"이라는 별칭으로 불릴만큼의 지혜와 비젼을 쌓아온 서경석목사의 인생 자체가 든든한 밑바탕이 되어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서목사를 향하여, 우리 일부 동포들이 부렸던 난동은 입에 담기에도 부끄럽다.
하루 자고, 이틀 두리벙거리고, 사흘째 서성대다가, 바로 나흘째 부터 "왜 아무 약속도 실행되지 않느냐!"고 떠드느니, 차라리 시집 안간 처녀더러 아이 낳으라고 호통쳤음즉도 할만한 일이었다. 아니면, 돼지 꼬리 잡고 순대 달라고 하던지, 또 아니면 우물가에서 드레박 던지는 큰 누나 버선목 움켜쥐고 슝늉 내놓으라고 앙탈을 부리던지, 말던지 할 노릇이었다.
하물며 이것은 우리 조선족 동포 전체의 명운(命運)과 진로(進路)가 걸린 문제였음에도, 그 사흘째를 넘긴 오늘 벌써 실마리들은 하나, 둘씩 풀려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 와중에 부렸던 우리 조선족의 일부 못난 동포들의 몰상식한 난동들도 실상(實狀)은 다 고약한 몇몇 한국인들의 이간질과 헐뜯기 못된 버릇에 의해 꼬드김당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조선족이 예의바르고, 인간적이며, 소박하고, 순수한 것은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그 소박함과 순수함을 이용하여 상처를 주고, 아픔을 주는 고약하고 나쁜 한국인들 수백명을 제외하고, 좋은 한국인들 수천만명이 바로 조선족의 진가(眞價)를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위한 사역(使役)에, 나서신 분이 바로 우리 조선족을 위하여 "죽도록 수고 하고도, 소화불량에 걸리도록 욕을 많이 잡수신" 서경석목사인 것이다.
조선족은 그것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해방 받는다는 신심에 넘쳐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제는 막무가내로 서경석목사에게만 무작정 매달릴것이 아니라 조선족 스스로가 그 해방의 촛불을 마음에 들고, 손에 들고, 거리거리로 쏟아져나갈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지금 서울의 거리바닥에서 그 정신 나간 한국인들이 들고 있는 그런 증오와 갈등을 심지 삼아 타인의 피를 태우는 어중이떠중이 얼간이들 촛불이 아니라 혼자 타면서 혼자 아파하고 혼자 꿈꾸는 인간 해방의 촛불을 마음에, 손에 들고, 우리 조선족 동포들에 대한 서경석목사의 예언자(預言者)적인 인도(引導)가 하나, 둘씩 적중해가고 있는 것을 인내심 있게 지켜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마중할 준비를 해야 하는것이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BC 13세기에 고난 받던 이스라엘민족에게 모세( Moses )를 주셨듯이, 지난 20세기 1960년대에는 천대받던 미국의 흑인들에게는 마틴 루서 킹(1929-1968,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미국 민권운동가겸 목사)을 주시고, 오늘 우리 조선족에게는 서경석목사를 주신 것을 진심으로 고맙게 감사해야 할 것이다! (2004. 4. 2. 뉴욕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