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중국동포들의 입국을 규제하려고만 할까?
강효삼 칼럼
지난 10월 15일부터 중국조선족동포들의 한국 방문에 또 새로운 규정이 나왔다. 지금까지 60이상의 자유왕래와, 그리고 보다 확대되고 원활해진 친척방문으로 하여 해외동포들이 드나들 수 있는 문이 넓게 열리었기에 대한민국에 감사하게 생각했는데, 세월의 흐름을 따라 더 자유로워져야 할 고국나들이가 오히려 줄어들고 좁아져 60세 이상의 고령 동포들의 자유로운 출입국도 취소되었고, 친척방문 인원도 제한하여 이미 3명을 초청한 친척에 한에서는 지난 10월 15일부터 더는 친척을 초청할 수가 없게 하였다. 그리하여 그동안 이미 친인척의 초청장이 와서 대기하고 비자를 기다리던 숱한 중국동포들의 기다림이 헛되이 되었다.
한국법무부의 규정대로라면 이제 친척도 3명뿐이고, 그 3명을 초청한 가족들에게 친척들의 모국방문 초청은 아쉽게도 끝이 난 것이 아닌가 싶다. 재외동포들의 모국방문을 어떻게 하면 더 늘일 것인가를 생각하고 고안하기보다, 새 정부가 들어서서 어떻게 하면 더 줄이고 이미 열어놓은 문까지도 좁히고 막을 것인가에 골몰하다보니 대한민국은 친척방문을 3명으로 제한하는 특수정책까지 내놓은 것이다.
기실 재외동포들로 말하면 모국은 고향집이요 친청과도 같다. 때문에 시집간 딸이나 밖에 세간을 나가있는 자식들이 부모를 찾아가는 것은 응당한 일이다. 여기에 그 무슨 제한을 둔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지금껏 시종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문을 열지 않고 노상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하는 것으로 그 신뢰도를 스스로가 떨어뜨리고 있다. 아마 재외동포들이 모국을 방문하는데 이렇게 어렵고 까다로운 규제가 많은 것은 이념과 사상 및 제도가 달랐던 냉전시대가 아닌, 현시점에서 세계에서도 흔치 않은 사례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나들이란 문이 열린 이후 얼마나 많은 제한과 규제로 재외동포들의 발걸음을 막았는가? (특히 중국조선족을, 어쩌면 이 모든 것이 중국조선족을 겨냥한 정책일 수 있다) 필자가 알기에도 일찍 90년대 초 물밀듯이 밀려가는 중국조선족을 제한하기 위해 ‘초청허가서’란 것을 만들어낸 후부터 시작하여 지금까지도 그 제한과 규제는 풀릴 줄 모르고 계속되고 있는데, 이번에 60세 이상의 모국방문을 취소하고 친척초청을 3명으로 제한한 것이 바로 그 단적인 실례가 된다. 하여 행여나 이번에는 친인척이 초청이니 될 수 있지 않을까 신심을 가지고 기다리던 많은 중국동포들의 꿈이 일시에 좌절이 되고 말았다.
물론 시간이 흐르면서 그 방문의 폭을 점차 넓혀왔다는 것을 나는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한번 열린 문이 내내 걱정 없이 열려지고 시간에 따라 더 넓게 자유로이 열렸으면 하는 기대이고 희망이나, 사실은 그와 상반이니 근심뿐이다. 이렇게 피를 나눈 같은 한민족 사이지만 이익이 있으면 열리고 이익이 없으면 닫히는 순수 자본효율에 의하여 지배되는 불확실한 정책 때문에 중국조선족은 다른 곳도 아닌, 모국나들이에 너무나 막대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이제 또다시 동포들의 방문에 제동이 걸렸다. 그런데도 버리지 못한 그 고국에로의 미련과 잘살아보려는 마음은 얼마나 끈질기고 모진 것인가. 불안 속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무엇인가 좀 더 좋아질 앞날을 기다리며 산다는 것은 바로 모국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을까?물론 한 개인도 아니고 나라에서 제정하는 엄숙한 정책이기에 여기에 어떤 원인과 근거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어떤 원인이든 간에 필자가 생각할 때 이미 열었던 문을 좁히거나 닫는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알기에 친척방문을 제한 없이 풀어놓으면 가짜친척이 나지고 한국이 복잡하게 된다는 이유 같은데 기실 보면 지금까지 중국조선족의 한국행에 나타난 그 수많은 가짜들 - 이를테면 가짜 이혼, 가짜 공무원, 가짜 연수생, 가짜결혼 등등이 생겨난 원인은 전적으로 중국조선족만의 탓은 아니다. 변화무쌍한 한국의 재외동포 출입국법이 바로 가짜가 나오도록 만들어 놓은 장본인이라고 본다.
중국의 유명한 장회소설 ‘수호전’에 나오는 송나라 80만 금군교두 림충이 ‘핍박에 의하여 살인을 하고 양산에 오르’듯 지금까지 한국정부에서 해외동포들의 고국입국에 너무 많은 규제와 제한을 하다 보니 어떻게 하든 모국에 가서 돈을 벌어와 잘살려는 인간적인 욕망이 그렇게 행해진 것이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이 가짜도 중국조선족의 코리안드림에서 큰돈을 벌 것 같아서 중국에 와 있는 한국인들이 역으로 먼저 시작한 것이다.
중국에 올 때면 모두가 사장님으로 자처하는 많은 한국의 가짜 ‘사장’님들이 가짜기업, 가짜회사, 가짜사장, 가짜공무원 등등 가짜 만드는 수법들을 중국조선족에게 가르쳐주고 중국조선족과 합작하여 가짜를 ‘진짜’로 만들어 한국에 ‘수촐’하였었다. 물론 가짜가 진짜로 되는 바람에 이런 기회에 한국에 가서 돈을 벌어와 잘사는 사람들이 있게 되었으니, 조선족은 법은 위반했으나 경제적으로 모두 손해를 보았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문제는 어디에 있는가? 이런 가짜를 제한하기 위해 언제나 행차 뒤에 나발 격으로 내놓은 각종 까다로운 규제들이 결국은 진짜들을 울려 가짜가 진짜로 된 대신 진짜가 억울하게 가짜로 되었다는 것이다. 가짜가 득세하면서 돈 있고 인맥 있는 사람들이 진짜를 대신하여 출국을 하게 되였고 돈 없고 인맥 없는 사람들은 진짜라도 갈 수가 없었는가 하면, 가짜를 만드는 과정에 순박한 사람들을 울리는 숱한 사기행각들이 줄지어 나타나 수많은 가정과 인생을 파멸로 몰아넣어 한국행이 그대로 하나의 불행의 시점이 되기도 하였다.
이미 지나간 일에 대하여 왈가불가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은 아니지만, 처음부터 통 크게 문을 열었더라면 이런 불행은 아마 없거나 적게 발생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끊임없이 변하는 정책으로 그에 응부하기 위하여 쓰지 않을 돈을 더 쓰거나 헛 쓰고도 결국 성사되지 못한 한국행 때문에 가뜩이나 어려운 그네들의 삶이 더 어렵고 피곤하여 울지도 못하고 웃지도 못할 기막힌 일이 얼마나 많고 많았던가. 이제 또 새 장벽을 설치했으니 이를 뛰어 넘기 위해 또 어떤 브로커들이 쏟아져 나와 순박한 동포들을 괴롭힐까. 그래도 못사는 동포들이니 한국 출입국정책이야 어떻게 변하든 간에 기어이 잘산다고 하는, 저 대한민국에 가서 지금까지 가난하게 살아온 슬픈 현실을 개변하려는 모진 욕망과 의지를 버리지 못하고 있으니 이러한 좌절과 불행은 계속될 것이다. 나는 그것이 더 불행하고 슬프다. 정녕 대한민국이 우리에게는 무엇이기에?…
필자가 잘못 판단하는지 몰라도 한국처럼 같은 핏줄을 가진 동포들이 모국에 오는데 이렇게 수속이 까다롭고 불편한 나라가 또 있을까 싶다. 한국은 쩍하면 일본이 어떻다고 하면서 흠 잡기를 잘한다. 그러나 일본처럼 제 민족, 제 동족을 생각하고 아끼자면 한국은 아직 멀었다고 본다. 전후의 실례만 놓고 보아도 일본은 경제가 조금 올라 자기들이 살만하자 국외에 널려 사는 자기 동포들을 일본으로 모셔갔는데, 내가 살고 있던 마을에서도 조국의 부름을 받고 많은 일본사람들이 줄지어 돌아갔다. 지금도 자기네 국적이거나 핏줄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히 여기면서 어렵지 않게 모셔 가고 있다, 어디 한국처럼 이것저것 제한하고도 모자라 모처럼 고국이라고 찾아간 동포들을 불법체류라는 딱지를 붙여 붙잡아 수쇄까지 채우고 추방하는 나라가 어디 있는가? 자신들은 세계 어느 나라도 가고 싶으면 다 가면서, 더구나 중국은 앞뒷집 다니듯 다니면서 중국조선족에 대해서는 그렇게도 온갖 규제를 만들어 제한을 하니 한 핏줄을 가진 상식으로서는 납득하기가 어렵다.
더구나 한국은 자기 나라보다 잘사는 나라 미국이나 일본과 기타 유럽 나라에 마음대로 가기 위해 무비자까지 추진하면서 모국에 오고 싶어 하는 동포들에 대하여서는 이렇게도 까다롭게 구니 정말 가슴 아프다. 그 많은 한국인들이 미국 같은 선진국에 가서 불법체류 하는 현상은 또 어떻게 해석할까.
지금 한국은 21세기 새로운 도약을 꿈꾸며 경제발전과 인권향상으로, 나라는 작지만 세계무대에서 한번 우뚝 서보려는 야심찬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그렇다면 묻고 싶다. 같은 핏줄의 동포마저 포용하지 못하는 옹졸함을 가지고 세계무대에 당당한 나설 수 있겠는가, 고?
필지가 알기에 한국의 친척들이나 한국에 호적을 올린 중국조선족은 제한 없이 친척을 초청할 수 있게 된 시간이 얼마 길지 않다. 헌데 그렇게 규정한지 불과 몇 년 안 되어 또 정책을 바꾸었다. 실로 천기예보마냥 조석으로 변하는것이 한국의 재외동포 출입국정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지금까지 해외동포들의 모국방문을 위해 시간에 따라서 그 문을 넓혔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또 이 때문에 수많은 조선족들이 모국을 다녀올 수 있었고 경제적인 이익을 얻었기에 재외동포들은 늘 고국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더욱이 모국방문에서 재외동포가 얻은 것은 경제적인 실리만 아니다. 더 중요하게는 모국이 문을 열고 동포들을 받아들였기에 지금까지 많은 것을 모르고 살아온 동포들이 민족문화를 배워 민족의 정체성과 동질성을 되살릴 수 있게 되었고 뿌리의식이 강해짐으로써 진정 조선민족으로서 민족답게 살 수 있는 정신적 에너지를 얻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민족의 생존과 7천만의 진정한 화합을 위해서도 보다 많은 동포들이 제한 없이 모국에 다녀갈 수 있게 하는 것이 진정 모국으로서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오늘의 현실은 우리 백의민족에게서 민족의 미래에 대한 기대나 희망이 한국에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때문에 문을 이미 열어놓은 이상 그 정책에 지속성을 보장하여 더 넓게 크게 열어야 할 것이다.
한때 중국조선족이 어려운 시기에 북한에 갈 때 그들은 국경지대에 전문 접대소를 지오 놓고 반갑게, 따뜻하게 맞아들였다. 못살고 가난한 나라에서 베푼 민족적인도주의가 이러할진대 잘산다는 나라 모국에서는 어떻게 해야 마땅할까?
물론 중국조선족의 왕래가운데 많은 문제점들과 해결할 과제가 있는줄 안다. 그러나 문은 문대로 열어놓으면서 이런 문제들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른 처사이지 ‘구데기 무서워 장 못담구’는 격으로 이것도 두렵고 저것도 걱정되어 자꾸만 문을 좁히거나 닫아 거는 것은 바람직한 처사가 아니다.
최근 미국에서 있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은 각국 간 무역에서 서로가 장벽을 쌓지 말고 상호 동조할 데 대한 건의를 하였다. 그렇다면 동포들의 왕래에도 되도록이면 장벽을 높이지 말고 이미 쌓은 장벽도 허물어야 할 것이다.
나는 비록 이름 없는 한 동포에 불과하지만 재외동포정책을 만드는 분들에게 제안하고 싶다. 재외동포들의 모국방문을 부담으로 생각하여 걸핏하면 제한하는 정책을 내놓지 말고 이미 문을 연 이상 더 넓게 더 크게 여는데 신경을 쓰시라, 고. 이것도 두렵고 저것도 마음 놓이지 않아 자꾸 문을 닫아거는 옹졸한 나라가 아니라 글로벌 시대에 진정 문을 활짝 열고 칠천만 동포를 한 몸에 아우를 수 있는 포부와 흉금을 가진 대한민국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2008,11,16
강효삼 (필명 심효문)
1961ㅡ1982년 초․중등학교 교사직종사. 1982ㅡ1995년까지 향(면)문화소 근무.
1999년 퇴직하고 지금껏 자유기고인, 대학학력, 흑룡강문인협회.
연변문인협회 회원, 시, 수필 ,잡문 등 다수 작품이 있음. 2권의 작품집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