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자와 숫자
<이정숙 칼럼>
2008-10-27 이정숙
돈은 노동의 대가인데 사람마다 일하지 않고 돈 불릴 궁리 뿐이다. 노동하는 사람은 개값에도 못가고, (가치있는 머리는 대체 얼마나 되나?!) 노동하지 않을수록 돈은 더욱 물쓰듯 쓴다. 입술 몇번 나불 거리고, 글자 몇자 오리곤 천문학적인 연봉을 받고, 노동시간이 길수록 가난해 지는 것을 正常으로 여기는 미친세상이다.
10%의 사기군들은 1억짜리 상품을 담합해서는 3억이라 부풀려 팔면서 내일엔 5억이 된다고 꼬드긴다. 20%의 돈없는 사람들은 감히 넘보지 못하지만 주머니에 1억 넣고 지나던 재수없는 사람들은 2억을 대출받아 샀는데 그 다음날 바로 1억으로 도루묵 됐다.
"본전"에다 이자를 갚는 덫에 걸리게 되자 항의하니 "투자의 자기 책임 원칙"라는 법을 내들고 "탐욕스러운 당신은 투자의 위험을 스스로 짊어져야 한다"는 식으로 수염을 씃는다. 쓰나미는 부자들과 없는 사람들한테는 덮치지 않았다. 반면에 죽도록 일해서 돈은 벌었는데 금융사기군들에게 정신을 빼앗겨 자기 분수를 모르고 설치던 중산층만 쪽박차게 만들었다.
1. 팔자에 대한 횡설수설
이 세상에서 많기로 어마어마한 수들도 결국은 10개의 아라비아 숫자로 구성되어 있다. 귀찮더라도 펜으로 "1 2 3 4 5 6 7 8 9 0 을 써 보시라. 그리고 모두를 8로 고쳐 보시라" 8자 하나만을 빼곤 손쉽고, 확실하게 8자로 고칠 수 있다.
반백을 넘어 살아 보니 이런 생각이 자리를 튼다. 힘 좋은 다리, 두둑한 뱃장, 힘 들어간 어깨로 뭐든지 한다면 해낼 수 있지만 결과적으론 손바닥에 움켜쥐고 태어난 8자만은 못 고친다이다.
상팔자로 태어난 사람들이야 풍성한 가을속에서 양질의 열매만을 골라 수확하면 될것이지만 그렇지 아니한 사람들은 팔자에 없는 것에 목숨 걸지 마시라! 8할의 하늘이 돕지 아니하면 공들여 쌓은 탑도 순간에 와르르이다. 그러니 가시덤불 속에서 씨 뿌리고, 땀 흘려 가꾸는 그 과정을 즐기고, 낙을 찾으라. 여유를 갖고, 내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후회없는 삶을 살라고 호소하고 싶어진다.
나의 한 동창생이 무연고로 얼마후 입국하게 된다. 50넘도록 곱게 살던 아낙네가 5년동안 이를 악물고 일해서 꼭 50만위안 인민페를 손에 쥐고 귀국하겠다고 윽벼른단다. 그렇게 벌 수 있음을 의심치는 않지만 내게 달린 내 몸도, 내 명도 좌지우지 못하는 중생이 하물며 땅에 쌓아 놓아서 아침저녁인 재물이 언제 날아 갈지 누가 알랴?!
재한중국동포들은 일터와 잠자리만 오가면서 악착같이 돈을 벌기만 한다. 오늘은 죽이고, 내일의 무지개 삶만 꿈꾼다. 나도 지난 세월 하고 싶은 일들은 많았지만 시간이 없어서 나중에 나중에 하다가 지금껏 실천 못하고 있다. 오늘도 여전히 시간에 쫓겨 살면서 깨우친 것이 있다.
오늘은 내일의 연장선이기에 오늘 試圖못한 일은 내일에도 못한다. 팔자에 없는 것은 세워 보았자 신기루이다. 남은 건 행한 것 뿐이고, 내 손에 쥔 돈도 써야 내 돈이다.
내일의 나이가라 폭포여행만 꿈꾸지 마시고, 하다못해 벽천, 인공폭포 구경이라도 지금 떠나라! 원하면 연지곤지 곱게 찍어도 보고, 예쁜옷 사 입고 거울 앞에서 쌩긋 웃어도 보고, 먹고 싶은것 이가 좋을 때 와작와작 실컷 씹어 먹어 보고, 씽씽 걸어 다닐 때 볼거리 찾아서 실컷 구경하시라! 그 속에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엔돌핀이 팍팍 돌게 하시라!
오늘을 다 희생한후 "아이구, 내 팔자"에 땅을 치지 마시라! 목표를 설정하고, 목숨걸고 노력은 하되, 주저하지 마시고, 미루지 마시고, 한번 밖에 못사는 짧은 인생을 즐기시라!
2. 숫자에 대한 횡설수설
나의 Brain Color는 숫자에 민감한 좌뇌형이다. 그 증거는 다리를 꼬거나(양반다리=아빠다리)팔짱을 끼고 보면 꼭 오른쪽이 위에 얹혀 있는 것이다. 숫자로 설명해야 이해가 되고, 설득을 받고, 숫자로 말을 해야 직성이 풀린다. 지금같은 금융위기에 보이고, 들리는건 오로지 숫자뿐이다.
한국의 국제전화번호는 82=빨리이다. 100여년전 유럽 선교사가 한국땅에서 당구치는 것을 그늘에서 부채질하며 구경하던 양반들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단다. "상놈들을 시킬 것이지....." 그러던 한국이 지금은 운동을 제일 열심히 하는 나라가 됐다. 엊그제 GDP가 70달러였는데 2만불을 넘었고, 유례없는 속도로 한강의 기적을 일궈냈다. 인터넷도 댓바람에 생활속에 침투됐고, "빛의 속도"로 달리고 있다.
그런데 어느날 부터인가 빨리빨리 재테크란 미사려구가 사람들을 달달 들볶으면서 일확천금을 꿈꾸는 도박쟁이로 내몰았다. 30대 부터 노후를 준비해라, 주식, 펀드에 투자해라, 부동산에 투자해라, 보험에 들라, 돈은 굴려야 된단다. 운명에 없는 것을 얻어 볼려고 망상한 귀구멍 넓은, 발빠른 뱁새들은 죽도록 일해서 번 돈을 들고, 다리가 찢어지게 허둥지둥 달려가서 고스란히 황새들에게 바쳤고, 바치고 있다.
그 82정신은 10년 다져진 나의 身心=걸음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머리는 빨리 가자고 앞서 있는데 뒤쳐진 엉뎅이, 더 뒤쳐진 발 때문에 걸음걸이는 당장 꽁질듯한 태세이다. 중국에가 있는 일년 동안, 집에서나 밖에서나 걷질 않고, 맨날 껑뚱껑뚱 뛰어 다니니 동행하는 자매들은 길에 나서면 먼저 나의 뒷자락 잡기에 바빴다. 품위없는 걸음걸이에 창피하다고...........
8282 잘 살아 보려고, 오랜 한국생활에 거의 하루도 쉬지 않고, 물불을 가리지 않고 일했다. 첫입국 첫해, 재입국해서도 일요일마저 투잡으로 일했는데 그마저도 성에 차질 않았다. 페지상자에서 신문, 잡지를 뒤져내, 부동산, 주식, 재테크의 모든 것을 스크랩하고 줄그어 가면서 "연구"했다. 그런데 빨리 돈 벌고, 빨리 실천하다가 지금은 그만 속만 끙끙 앓는다ㅋㅋㅋ
한 타임 늦추시라. 자칫 맨 먼저 불구덩이에 풍덩 빠질수가 있다. "말 탄놈 갈 때 소 탄놈도 간단다." 콩밭에 서슬 치려"말고, 느긋이 내 팔자=자연에 순응하며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이다.
중국의 국제전화번호는 순리롭게 부자가 되길 소망하는 86이다. 90년대 100원, 50원짜리 새 인민페가 나오기전 중국의 인민페를 총 합치면 88원 88전이었다. 중국동포들의 전화번호엔 거의다 8자가 들어가 있다. 나의 트렁크 번호는 688였고, 메일의 패스는 5198 = 吾要久發 였다. 8을 어디에라도 붙여 놓으면 행운의 신이 돈을 포대로 메어다 줄 듯 집착했다.
중국의 최남단 광동으로 부터 북에 이르기까지 중국인의 모든 가계엔 재물신만 모시고 밤낮 "공양"하고 있다. 수단을 가리지 않고 쉽게 돈을 긁어 모으느라 사람냄새가 나지 않는다. 모두가 돈에 미쳐 있다.
나는 지구상에서 "물질 불멸의 정의"는 어디에도 통한다고 믿는다. 중국주식에 투자한 숱한 개미들(중국인)의 원금이 절반 이상 날라갔다. 그러면 그 돈을 가리기에 =쌓기에 바쁜 몇몇 매미들이 탈진하지는 않았는지?!
나의 한 동창생은 십여년 가정부로 일해서 번 돈 50만위안 인민페를 중국은행에 저금하고 있는데 언제 휴지조각이 될지 몰라 발편 잠을 못 잔단다. 어디선가 호시탐탐 이런 돈을 노리는 음흉한 눈들이 번뜩이고 있을 것이다.
금융위기를 불러온 "싱크탱크"들은 천당에서 살고 있고, 자기 체력으로 살아야 할 늠들이 교묘한 마술에 걸려 언감생심 투기로 돈 벌려다 뼛골 빠지고, 피를 말리우고 있다.
중국의 금융회사는 자신들의 수수료만 챙기고, 은행은 손쉬운 주택담보대출로 배를 불리고 있고, 토지 소유자인 중국정부(모든 공무원들은 퇴직후 죽을 때까지 매달 쓰고도 남는 退休費를 받는다. 국장급은 50세에 退二線하면 60까지 하루도 출근 안하고도 출근할때와 동등한 대우를 받고, 모든 공무원(30년 출근)은 퇴직후에도 100%의 월급에 여러가지 명목으로 덧붙인 민초들의 혈세를 받는다)와 권세를 등에 업은 건설업자들은 떼돈(노동자의 피땀)을 벌었다.
80%의 사람들은 공부할만치 했고, 세상 돌아가는 걸 안다고 가슴 탕탕 치지만 오늘도 결국은 꼭두각시로 10% 사람들에 의해 주물럭 거림을 당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싱크탱크들의 도덕적 해이가 계속 되는한 아무리 82 86 (빨리 부자)되려해도 백일몽에 지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