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취업제도 개선' 방안은 "동포포용정책의 후퇴"

이호형 서울조선족교회 인권센터소장 “이번 방안은 ‘개선(改善)’ 아닌 ‘개악(改惡)’”

2008-10-15     동북아신문 기자

“참여정부에서는 외국국적동포 관련 전담부서를 신설하고 방문취업제도를 도입하는 등 과감한 동포정책을 시행함으로써 출입국 및 취업 혜택에서 소외받아온 중국과 러시아 동포들에게 자유로운 모국 방문이나 취업활동의 기회를 보장해 주었다. 이에 반해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17년간 불법 체류를 해온 ‘한․중 수교 이전 입국 동포들’을 추방키로 결정하는가 하면 한국 입국과 취업을 제한하는 성격의 정책을 발표함으로써 방문취업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 러시아 동포를 3등 동포로 밀어내고 있다. 이는 분명 ‘동포포용정책의 후퇴’가 아닐 수 없다”

이호형 서울조선족교회 인권센터소장은 “해외동포들을 적극 포용하기 위해 마련된 ‘방문취업제’는 시행된 지 불과 1년7개월여 만에 새 정부에 의해 그 기능이 상실될 위기에 놓이게 됐다”면서 “법무부의 새로운 조치는 동포사회의 실정을 무시한 실질적인 ‘동포포용정책의 포기’와 다름없다”며 정책의 입장 변화를 취한 이명박 정부를 향해 쓴소리를 내뱉었다.

법무부는 국적을 취득 또는 회복한 동포들이 방문취업 목적으로 친척을 초청할 수 있는 인원을 3명으로 제한하는 내용의 ‘방문취업제도 개선 및 시행 방안’을 15일부터 시행키로 했다고 최근 밝혔다.

   
▲ 이호형 목사가 방문취업제 개선 방안과 관련“법무부의 새로운 조치는 동포사회의 실정을 무시한 실질적인‘동포포용정책의 포기’와 다름없다"며 이명박 정부를 향해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이 소장은 “법무부가 이번에 발표한 방안을 보면 ‘개선’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는 말 그대로 잘못된 것이나 부족한 것, 나쁜 것 따위를 고쳐 더 좋게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60세 이상의 고령동포에 대한 입국특례제도를 폐지하는 등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이번 방안은 ‘개선(改善)’이 아닌 ‘개악(改惡)’이다”고 주장했다.

이 소장은 정책 시행시 예상되는 문제점과 관련, “우선 불법체류자 신세로 전락하게 되는 고령 동포의 수가 확연하게 늘어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종전에는 1949년 10월1일 이전 중국에서 출생한 고령 동포에 대해서도 방문취업이 가능한 5년짜리 H-2 비자를 내줬지만, 이 입국특례제도가 폐지됨에 따라 C-3(관광비자)로 입국을 한 후 출국하지 않는 고령 동포들이 늘어나 불법체류자가 신규로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체류절차를 준수한 동포에 대해 인센티브를 부여한다는 방침에 대해서도 부작용의 우려를 나타냈다.

“법무부의 개선 방안에 따르면 중소 제조업, 농축산, 어업 분야에서 근무처 변경없이 2년 이상 계속 취업한 동포에 대해서는 2명 이내에서 친족 초청기회를 주고, 4년6개월 이상 단일 직장에서 근무한 경우에는 영주권을 부여키로 했다. 그러나 중국동포에 대한 내국인 고용주의 노예화 현상이 확대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가령 정부에서 정한 근속년수를 채우기 위해 (중국 동포들이) 취업장 고용주의 폭력을 비롯 임금 착취 등의 부당한 대우에도 참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근속년수를 채우기 위한 고용주와 중국 동포간의 불법적인 금전 거래 등 각종 편법과 비리도 성행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단속에 적발될 시에는 엄청난 과태료를 물어야 하기 때문에 부정과 비리로 인한 폐해도 생겨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소장은 ‘법무부가 최소한의 홍보·계도기간 없이 곧바로 정책을 시행해 혼란을 야기시키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새롭게 바뀌는 제도가 시행될 때에는 사전에 미리 예고를 함으로써 해당 대상자가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을 부여해 줘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면서 “고령 동포들의 경우 그동안 입국 규제를 하지 않은 정부의 관대한 태도로 '방문취업(H-2)사증'을 발급받아 재입국해 취업 활동을 해왔다. 저희 교회에서도 불법 취업을 하고 있는 고령 동포들에게 자진 출국을 권유함으로 적법한 절차를 통해 자유롭게 취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 왔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법무부의 정책 발표로 중국에서 H-2를 발급받으려 대기하고 있는 고령 동포들에게 본의 아니게 실망감을 안겨주는 꼴이 되고 말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소장은 마지막으로 미국과 유럽 등 여타 다른 선진국의 동포와 달리 중국과 러시아 동포를 차별하는 정책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MB정부를 향해 ‘모든 동포들의 자유왕래를 보장하는 재외동포법의 평등한 시행’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중국과 러시아 동포 등의 노동력 이동을 통제하기 위한 자유왕래 및 연령제한 등의 규제는 철폐돼야 하며, 취업의 자유도 평등주의에 입각해 여타 다른 재외동포들과 차별없이 동일하게 보장해 줘야 한다”

업코리아/장혜원 기자 jangjang@up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