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족 공장장
<정창준 칼럼>
2008-09-13 정창준
그리고 요즘은 남자나 여자나 인연은 어디서 맺어 지는지는 몰라도 술상에서 깊어 지는것이 틀림이 없이 맞는것 같기도 하다.
초면에 서로 면목이 서먹서먹 할때엔 이 벙어리도 말시킨다는 술이 제일이다. 술이 한순배 두순배 돌다보면 저절로 말문이 열리고 말문이 열리면 자연히 본심도 슬슬 들어난다.
그래서 난 " 외모는 거울로 보고 내모는 술로 본다" 고 하였다.
그런데 어느때 부터인지 초면에 그명함이라는것을 돌리기 시작하더라. 본래 신분이 하층이고 장사도 하지 않고 사기도 칠줄 모르며 꾸준히 맡은바 직업에 종사하는 나, 더욱이 하층직원인 나, 이주정배에게는 명함이 있을리만무라 ... 주정배는 술판 시작에 앞서 명함을 돌리는것을 제일 싫어 한다. 그래서 또 이런 명언을 만들었다. " 초면엔 명함이고. 구면에는 직함이요. "
그보다 더 싫어하는 것은 명함에 적힌 그 무슨 사장이요. 하는 명함을 받았을때는 기분을 싹 잡친다. 그런 명함을 받은날에는 술맛도 별로다. 사장이 왜 나같은 주정배 한테 존귀하신 명함을 돌리는가 말이며 왜 나같은 하잖은 주정배들과 술자리를 같이 하는가 말이다. 솔직히 이런 심리는 나에게 명함이 없기 때문에 나타나는 반사 적인 심리임은 주정배도 부인 하지는 않으련다.
때문에 고향에 있을때 부터 난 제일 싫어하는 것이 명함 돌리는 것이였다. 그보다 더욱더 싫은것은 술판에 앉자마자 명함을 내미는 늠들이라는 말이다.
명함을 받다보면 대부분 사장이 아니면 부장이다. 혹시 과장도 있긴 하지만 그것은 대 기업과장이 아니면 내밀기조차 멋하다. 명함은 아마 모르긴해도 중국이 개방하면서 외국인들이 밀려 들어 오면서 수많은 사장님들이 고향에 진출하면서 생겨난듯도 하다. 어쨋든 난 그때에 처음 이 명함이란것을 받아 보았으니깐 말이다.
오 ~ 그때는 사장이 아닌 명함은 받아 보지도 못한것 같다.
주정배는 술자리에서 이런 사장님들의 명함을 많이 받다 보니 이런 명언을 만들수 있었다.
" 남한엔 사장이 많고 북한에는 개똥이 많다. " 참 멋진 명언을 만들었다. 한때는 이명언이 우리 고향에 유행되기도 햐였단 말이다.
뭐 , 주정배가 두어잔 먹고 필이 가는대로 쓰다나니 이글의 서두가 이렇게 두서가 없이 갈지자처럼 갈팡질팡이다.
그럼 이제부터 본론으로 들어간다.
전번날에 구로구 어느한 술판에 술마시러 갔다가 또 내가 제일 싫어 하는 명함 돌리는 늠을 만났다. 의례 그러듯 초면에 수인사를 나누고 술상에 각기 자리를 찾아 앉자마자 또 그명함을 돌리는치들이 있어서 난 속으로 욕하였다.
" 짜슥아 그명함을 나한테 주어보았쟈 술판이 깨지면 구두 신을때 딱 한번 사용할뿐이다. 이늠아. " 하면서도 그 명함을 공손히 두손으로 받았다.
그런데 유난히 어린늠이 명함을 건너는 것이 아닌가.
난 " 도대체 뭘하는늠이지 " 하고 명함을 피뜩 들여다 보았더니 오~ 이늠은 어디 공장장이라고 버젓이 씌였더라. 글쎄다. 사장님 명함만 받아온 난 이런 공장장이란 명함을 처음 받았으니 다시 그늠을 찬찬이 쳐다 보았다.
그리고 술판이 한창 무르익고 , 그늠이 나한테 한잔 따를때 넌짓이 물어 보았다. 혹시 나이가 어떻게 되였는지 ...
하글쎄 그늠은 이제 겨우 32살이란다. 그런데 공장장이라니 ... 난 속으로 은근히 놀랬다. 본래 명함따위는 믿지도 않는 주정배이지만 이늠은 아주 잘생긴 얼굴에 체격도 제법이였다.
그래서 난 또 이렇게 생각하였다.
어린나이에 공장장이라니 혹시 아버지친구가 아니면 어느 가까운 친척이 회장이라도 되는가부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난 슬그머니 고향이 어딘가 물어 보았다. 그런데 이늠은 고향은 중국 흑용강성이란다.
어머 ! 난 술이 취해서 잘못 들었나 싶어 또 되물었다.
" 그럼 조선족이요."
" 냐 조선족임다. " 그늠의 활기찬 그리고 아직도 가시지 않은 조선족 사투리 대답이였다.
오 ~ 어디 신문에서 조선족도 부장이 있다며 올려 춰 주더니 여기 이늠은 공장장이란다. 거기에 새파랗게 젊은 늠이 말이다.
본래 오만 하기로 유명한 이주정배, 거기에 술한잔 들어가면 오만무례하기로 유명하여 나의 진속을 모르는 친구들은 두번 다시 나하고 술먹기 싫어 하는 이주정배도 이젊은늠의 앞에서 주눅이 들기 시작하였고, 금시 겸손해지기 시작하였고으며 술상에서 술받아 마시기만 하고 술따를줄 모르던 이주정배는 술병을 들었다.
그리고 정중히, 공손히, 한손으로 병밑굽까지 바쳐서 그에게 술을 따랐다. 그리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 언제 한국에 들어 왔소? "
" 7년째 되여 감다."
머라 칠년? 칠년에 공장장까지 승진하다니 난 믿기지 않았다.
도대체 이늠의 실체는 무얼가 ?
사기군 아니면 ... 추우뉴비써우 ( 吹 牛 手 ) 난 머리를 저으면 반신반의 하였었다.
그리고 몇달후 난 또 우연한 기회에 다시 그친구와 자리를 또 함께 하게 되였다. 그리고 난 그와 인터뷰를 시도하였다. 조선족 젊은이가 새파란 조선족 젊은이가 대한민국에서 공장장으로 높이 계시는것은 정말 흔한 일이 아닌것이다.
그러나 그는 정중하고도 겸손하게 사양하는 것이였다. ( 아마도 내가 술을 많이 마시여서 그러는것 같았다.)나는 할수 없이 옆에 친구들을 통해서 그의 승진으 경력, 약력과 더불어 그이를 더 깊이 요해 하게 되였다.
그는 올해 34 살이였고, 2000년도에 입국하여 대한민국 서울의 어느 모기업에 취직하여 일년만에 대리로 승진하였고 과장 부장을 거쳐 5년만에 공장장이 되였단다. 그리고 요즘은 회사에서 사준 승용차까지 타고 출퇴근 하시고 계시였다.
아마 모르긴 해도 대한민국에서 취직하여 일하고 있는 우리 조선족 친구들 중 이분이 제일 승진을 빨리하고 제일 나이가 어린 제일 직함이 높지 않을가 생각한다.
그보다도 더 나를 놀라게 한것은 그는 이미 대한민국국무총리상까지 받았다는 것이다.
대한민국국무총리상까지 받으신분, 이분이 바로 조선족이며 이름은 김경수 이시며 바로 대한민국 서울의 열처리공장의 공장장이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