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노동자 무차별 연행

2004-03-18     운영자
대통령 탄핵 문제에 사회적 관심이 온통 쏠려 있는 동안, 정부가 불법체류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단속을 크게 강화해 국내 노동단체와 당사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인권침해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17일 법무부와 민주노총 등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 12일까지 열흘 동안 계속된 출입국관리소와 경찰의 합동단속으로 모두 1469명의 불법체류 외국인노동자들이 연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일에는 경기 안산외국인노동자선교센터 앞에서 농성 중이던 외국인 노동자를 연행하는 과정에서 선교센터 소장인 박천응 목사가 단속반에 의해 30여m를 끌려가는 사건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쪽은 법무부가 대화를 통해 사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해 놓고도, 탄핵정국을 핑계로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민주노총 주진우 비정규사업실장은 “지난달 강금실 법무부 장관과 면담을 한 뒤 실무협의를 하기로 했으나 법무부 실무자들이 이를 기피하고 있다”며 “대화를 통해 불법체류 외국인노동자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민주노총 쪽은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한달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7명의 외국인 이주노동자들 중 네팔인 샤말이 지난 15일 병원으로 급히 이송되는 등 3명의 건강이 심각하게 악화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지난 3일에는 단식 16일째이던 몽골인 2명이 강제추방됐으며, 각혈하고 있는 노동자를 그냥 비행기에 태워 추방시킨 사례도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평등노조 이주노동자지부가 최근 작성한 ‘화성 외국인보호소의 인권침해에 대한 보고서’를 보면, 외국인보호소에 수용된 외국인노동자들은 폐쇄회로티브이(CCTV)로 감시당하고 있으며, 질병이 생겨도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강제퇴거 명령서와 이의신청서,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서 등이 영어와 한글로만 작성돼 있어 외국인노동자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제대로 알지 못해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 한겨레(http://www.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