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취업제의 문이 갈수록 좁아진다
중국에 거주하는 무연고 조선족들에게 한국에 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도입된 방문취업제가 올해로 실시 2년째를 맞았지만 "시험을 치르면 치를수록 한국에 가는 문호는 더 좁아진다"는 '역설'이 조선족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런 역설은 바로 실무한국어능력시험을 치러 일정한 점수를 얻는 조선족을 상대로 추첨을 해서 한국행 기회를 부여하고 추첨에 탈락한 조선족들은 성적 유효기간인 5년동안 계속 추첨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한 방문취업제의 특성에서 비롯되고 있다.
론리적으로는 이런 역설은 타당성을 지니고 있다.
방문취업제가 실시된 첫해였던 지난해 실무한국어능력시험에 응시한 조선족은 2만5천964명으로 이 가운데 50% 이상의 점수로 추첨자격을 얻은 응시자는 2만5천140명이었다.
이중 2만2천863명이 추첨을 통해 한국행 기회를 얻었다.
올해의 경우 지난 4월 치러진 실무한국어능력시험에 4만2천명 가량이 이미 응시해 오는 8월 추첨결과를 기다리고 있으며, 오는 9월로 예정된 시험에는 무려 4만5천명이 원서접수를 해놓고 시험을 앞두고 있다. 통상 실무한국어능력시험 합격률이 95%를 상회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에만 8만명 이상이 추첨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따라서 올해 추첨을 통해 한국에 갈 수 있는 응시생이 2만3천752명이라는 점을 계산에 넣으면 확률은 30% 정도에 그칠 수밖에 없다.
결국 추첨에 탈락한 5만6천명 가량은 래년에 시험을 봐서 새로 추첨자격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8만명과 래년에 다시 2천3천명 안팎의 추첨기회를 놓고 격돌해야 한다는 점에서 확률은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때문에 조선족 사회 일각에서는 "이런 추세라면 2∼3년 뒤에는 적체현상으로 루적 추첨대상자가 20만명을 넘어서 확률이 10% 수준으로 떨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먼저 추첨을 해서 한국행 대상자를 뽑아놓고 추후에 시험을 치러 합격한 사람을 보내는 '선추첨 후시험' 방식의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런 제도를 도입하면 시험 때마다 4만명이 넘는 응시자가 원서를 접수하느라 전쟁을 치르고 다시 시험을 치르기 위해 고사장까지 멀게는 2박3일씩 장거리 이동을 해야 하는 고통과 비용을 없앨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하지만 이런 '역설'이 반드시 현실로 드러날 것이란 보장은 없다는 반론도 없지는 않다.
우선 중국의 경제가 급속히 성장함에 따라 한중 간 경제력 격차가 크게 줄어들고 있는데다 위안화 절상에 따라 원화 가치까지 크게 떨어지면서 '코리안 드림'은 이미 끝났다는 인식이 조선족 사회에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실무한국어능력시험 응시 동기도 한국에 가서 돈을 벌겠다기보다는 한국으로 수시 출국이 보장되는 복수비자를 하나 마련하겠다는 목적이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심양의 한 한국어시험 학원 관계자는 7일 "얼마 전 끝난 9월 실무한국어능력시험 원서접수 결과를 보면 올해 2월에 응시자가 폭주하면서 4월 시험 원서를 접수하지 못한 응시자가 8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런 경향을 보면 래년에는 실무한국어능력시험 응시자가 올해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 적체현상은 생각보다 심각하지 않을 것"고 예측했다. 흑룡강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