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빈자리 그처럼 클수가
2008-07-07 동북아신문 기자
20~30년전까지만 하여도 남자가 녀성노릇한다는것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였다. 하지만 요즘은 집집마다 안해를 출국시킨 남자들이 녀자노릇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현실이다.
7개월전, 연길공항에서 한국으로 떠나는 안해를 배웅하고 집으로 돌아온 나는 녀자노릇하지 않으면 안되였다. 빨래질,구들닦이, 밥짓기 등 모든 집안일을 스스로 감당하지 않으면 안되였다.출국하기 며칠전부터 안해는 세탁기는 이렇게 돌려야 하고 마지막물에 헹구어야 비누냄새가 없게 된다고 신신당부하였다. 내가 세탁기에 옷을 넣고 가루비누를 넣고 세탁기를 돌리니 한참후에 다 씻었다는 신호를 보냈다. 맑은 물에 옷가지들을 넣고 몇번 헹구고 탈수기에 넣어 탈수까지 하였더니 작업은 끝났다. 하지만 몇번 세탁하는 가운데서 팔소매와 옷깃부분이 손으로 씻는것보다 더 깨끗하지 못하여 나는 더는 세탁기로 빨지 않고 손으로 씻은 다음 탈수기에 넣어 탈수하였다. 과거 안해가 그 많고도 많은 옷가지를 씻느라고 얼마나 고생하였는지를 실감하면서 코마루가 찡해났다…
"여보세요… 해해, 구들 닦는 걸레는 며칠에 한번씩 비누로 씻고 방치질해야 깨끗해져요." 안해는 한국에서 하루가 멀다하게 전화로 지시하였다.
나는 석탄을 퍼들여 쏟기전 석탄에 물을 친 다음 땅바닥에 쏟았다.재를 파낼 때도 역시 물을 쳤다. 안해와 함께 있을 때 여름철이면 좀나비가 매우 많이 날아다녀 여간만 성가시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는 그런대로 지냈다. 하지만 지금은 안해가 없고 내가 "주부"이니 다르다.나는 어느 잡지에서 쌀독에 미역을 놓아두면 좀나비를 방지할수 있다는 생활상식을 보았다.마른 미역을 사서 쌀통마다에 넣어두었더니 과연 좀나비가 한마리도 생기지 않았다.
중년에 접어들어서 머리카락이 자꾸 빠져버렸다.온돌에 떨어진 머리가락을 치우는것이 수월하지 않았다.점착제종이로 붙여내니 아주 리상적이였다…
몇달간 나는 집안을 먼지가 없고 머리카락이 없으며 좀나비,파리가 없는 집으로 만들었다. 그것은 안해가 있을 때 어깨너머로 보아둔 경험과 새로운 지식으로 "발명"한 결과이다.몇달간 녀자노릇을 하면서 안해가 이 가정을 위하여 갖은 고생을 감내하면서 얼마나 열심히 살아왔는가를 실감하였다. 따라서 안해의 존재가 그처럼 소중하고 빈자리가 그처럼 큰가를 새삼스레 느끼였다. 따라서 안해가 더없이 그리웠다.
몇해가 지난후 안해가 돌아와도 이 가정을 위하여 땀 흘리며 열심히 돈을 번 안해를 위하여 "녀자노릇"을 계속 하련다. 연변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