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들과 좋은 인연 맺고 사는, 사람 좋은 조남철 사장의 이야기

2008-06-12     동북아신문 기자

“조광농원요? 한 1만 5천 평에 달하는 배농원이구요, 농원 이름은 저의 성씨에 제 아들 이름 조광해의 광(光)자를 따서 지었어유. 물론 배상자에도 조광농원 이름이 들어가지요. 한 50%의 배는 미국에 수출하고 30%는 추석에, 20%는 봄에 국내 시장에 판매 하지유. 네, 여기 지제전철역에서 한 10분 거리고, 금방입니다. 지금이야 배꽃이 벌써 졌지요, 과일 솎을 철이거든요.”

우리를 마중 나온 조남철 사장은 외모가 푼더분하게 생겼는데, 법이 없어도 살만큼 맘씨 너무 착해 보였다. 고향은 황해도 염평 사람, 6.25때 어머니 등에 업혀 인천으로 피난 와서 삶의 뿌리를 내렸다고 한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처음에는 두부공장을 하다가 부도가 나서 국수가공업을 시작했고, 그도 안 돼 유랑생활 하다시피 해온 아버지를 따라 초등학교 3학년 때쯤 자리를 잡은 것이 지금의 평택지역이다. 생활고로 중학교를 중퇴한 조 사장은 어려서부터 남달리 굳은 마음가짐으로 40여년간 배농사 짓는 기술을 익히며 학문을 닦아왔다.

고생하며 살아온 만큼 인정도 많아 연세 많고 사정 어려운 동포들이 찾아오면 말 한마디라도 따뜻이 해주고 가족처럼 생각해준다. 조광농장을 거쳐 간 동포들마다 마음씨 좋은 사장님의 인정을 잊지 못한다. 잠시 며칠 와 있어도 돌아갈 때면 적은 돈이나마 차비라도 하라고 꼭 챙겨주고 시간나면 놀러 오라 따뜻이 손잡아준다. 내 집처럼 편하게 생각하고, 먹고 싶은 것 먹고, 푹 쉬다 더 좋은 일거리가 있으면 찾아가라고 한다. 과묵하지만 말 한마디에도 인정이 넘치고 항상 밝은 표정을 짓고 동포들을 대하는 조 사장은 맘씨 좋은 이웃집 아저씨 같은 스타일이다.             

“저 역시 그 어려웠던 난리 통에 부모님 등에 엎여 피난을 와서 온갖 고초를 다 겪어 온 사람입니다. 이 세상 쓴맛 단맛을 다 보면서 고생 속에서 자란 사람이기에 동포들을 보면 맘이 편치 못해요. 우리야 한 뿌리가 아닌가요? 저도 고향이 북한이니까 동정심이 더 가요. 돈이야 많이 벌든 적게 벌든 상관없지만, 외지에 나와 몸은 성해야지요.”하고 입맛을 다시는 조 사장의 낯에는 인정이 넘친다.     

항상 조광농원을 찾아오는 동포들의 건강부터 챙겨주고 걱정해주는 조 사장이다. 병이 나면 손수 병원으로 모셔가고, 가끔 농원에 일이 없을 때는 직접 용역회사에 연계해 돈벌이를 알선해 준다. 불시에 귀국하는 동포들에게는 비행기티켓까지 선대해주면서 편안히 다녀오라고 친절을 베푼다.

한번은 조광농원에서 일하던 작업반장(한국인)이 흑용강성에서 온 동포 허모씨의 돈 100만원을 빌려가서 주지 않고 애를 태우는 것을 보고 조 사장은 자기 지갑에서 돈을 내서 허모씨에게 주었다. 허모씨는 못 받을 줄 알았던 돈을 받자 조 사장의 처사에 너무도 감격해서 조광농원을 떠나서도 잊지 못하고 명절이면 꼭 잊지 않고 인사를 해온다고 한다.    

중국 길림 반석에 사는 예순셋의 엄씨는 현재 조광농원에서 먹고 자면서 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세상 편한걸요, 농원 숙소에 쌀가마를 재어놓고 술이며 기름이며 채소이며 다 가져다 놓아 마음대로 해먹게 하지, 세탁을 돌리게 하지, 농장일 할 때도 한 번 성내는 일 없이 맘 편하게 차근차근 가르쳐 주지…여기 있던 동포들은 다 자기네 집 같다고 해요.”하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조 사장도 동포들이 좋다고 한다. 순박하고 정직하고 겸손하며 믿음성이 있는 매너가 좋다고. 비록 일은 좀 못해도, 사람 사는 보람은 서로 그런 마음을 주고받으며 가는 게 인생이 아니겠냐고 한다.

눈부신 햇살이 배나무과원으로 투명하는 정오쯤, 한 여인이 수건으로 얼굴을 가린 채 전지도 하고 과일을 솎고 있다. 박정자 사모님이다. 기자는 그들과 사진 한 장을 남겼다. 조광농원은 앞으로 더욱더 큰 농장으로 발전해서 배농사도 짓고 닭, 돼지, 소 등 가축과 가금을 기르며 자식들과 친지들과 어울려 살았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꿈 얘기를 한다. 물론, 연변이나 흑룡강 등지에서 온 동포들과도 함께 일하고 살았으면 그보다 보람이 어디 있겠냐고 미소한다.    

참, 좋은 배농원에 부드러운 바람이 불고 있었다.        

이철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