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조선족 문제’로 이렇게 투쟁을 하게 되네요”

[인터뷰】 다시 무기한 단식 선택한 서경석 목사

2008-05-29     동북아신문 기자

 

 

   
▲ 서경석 목사는 지금까지 ‘조선족 문제’가 터질 때마다 단식이란 극한투쟁을 선택했었다. 중국동포 문제로 12일째 단식 중인 서 목사.
만지기만 해도 부서질 것 같은 푸석한 머리와 얼굴 피부, 자꾸만 중간 중간 잘리는 말, 앞에 놓인 물컵을 끌어당기며 힘이 부친 듯 천천히 한 마디씩 말을 이어가는 목소리는 깊이 잠겨 있었다.

단식 12일째를 맞고 있는 서경석 서울조선족교회 담임목사의 얼굴색은 많이 안 좋아 보였다. 환갑에 5번째 단식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어쩌면 무리였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기자를 응시하는 눈만은 전보다 한층 맑아보였다.

서 목사가 환갑의 나이에 다시 농성을 하는 이유는 현 정부는 5월 9일 법무부가 17년간 불법 체류를 해온 ‘한․중 수교 이전 입국 동포들’을 추방키로 결정을 한데 대한 ‘철회요구’를 위해서다.

“중국동포 문제는 잘 해결 될 것으로 생각하고, 또 국민들 사이에서도 많은 공감대가 이루어진 것으로 봤습니다. 하지만 또 ‘조선족 문제’로 이렇게 투쟁을 하게 되네요.” 입가로 짧게 흘리는 웃음이 조금 씁쓸해 보인다.

서 목사는 지금까지 ‘조선족 문제’가 터질 때마다 단식이란 극한투쟁을 선택했었다. 국회에서 재외동포법이 통과될 때도 그랬고, 동포들에게 강제추방 조치가 취해 질 때도 그랬다. 서 목사가 이렇게 중국동포 문제만 터지면 극한투쟁을 선택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조선족 문제는 한국 정부가 국익 차원에서 접근을 해야 합니다. 이 입장을 취하지 않고 조선족 문제를 준법이냐, 아니냐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닙니다.”

서 목사가 중국동포들을 바라보는 시각은 특별하다. 그는 중국동포들이 우리나라의 미래와도 직결돼 있다고 생각한다. 그 하나가 바로 우리나라와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서 ‘역할’이다.

“우리는 앞으로 계속해서 13억 인구의 중국과 비즈니스를 하면서 먹고 살아야 될 운명에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국동포들이 너무나 중요합니다. 이들이 바로 중국과 한국을 연결해 주는 가교역할을 해 주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서 목사의 중국동포에 대한 생각은 일반적인 생각에서 보다 멀리 나가있다. 이런 그가 이번 정부의 중국동포 추방 조치를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서도 중국동포 문제는 소홀히 다룰 문제가 아닙니다. 더구나 강제 추방 같은 조치는 있을 수도 없는 일입니다. 오히려 그들이 자유롭게 한국을 방문해 돈도 벌고, 공부도 하고, 기술도 배우게 해야 됩니다. 저는 그 숫자를 30만 명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지금으로서는 국가 차원에서 이 보다 더한 정책을 세워서라도 우선 ‘조선족 사회’를 중국에서 유지될 수 있도록 해야 됩니다. 이미 중국에서의 조선족 사회는 말이 200만이지 이미 소멸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서 목사는 이번 정부의 강제추방 조치가 이미 붕괴 직적에 놓인 조선족 사회를 완전 소멸시키는 데 촉매제로 작용할 수 있는 ‘악법’이라고 본다. 그리고 다시 조선족 문제만큼은 준법이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밀어붙이기 식으로 나오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한다.

“법무부가 준법을 하겠다는 것은 옳은 방향입니다. 하지만 준법을 강조 할 때는 그 법이 옳은 법이어야 합니다. 중국동포들의 경우 제대로 되지 못한 법을 만들어 놓고 그것을 지키지 않았으니까 추방해야 된다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현재 서 목사는 강제추방의 위기에 처한 중국동포들에게 정부에서 국적 취득과 같은 초취를 내려주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그가 요구하는 것은 조선족 동포 전부에게 체류자격을 주라는 것이다.

“H-2비자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 비자는 방문 취업제 비자로 3년간 한국에 체류할 수 있는 비자입니다. 이후에 한 달 동안 중국에 갔다 돌아오면 다시 2년간 일을 할 수가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전부 합해 5년간 한국에서 일을 할 수가 있습니다.”

서 목사는 인터뷰를 마무리 지으며 “언제까지 단식을 계속 할 거냐”는 기자의 말에 “내 요구가 수용될 때까지 무기한...”이라며 말끝을 흐린다. 그리고 다시 깊은 숨을 한 번 들이쉬고 몇 마디 호소를 힘들게 이어놓는다.

“마땅히 고향에 돌아와 살고자하는 동포들에게 길을 열어주지 않고 편법으로 입국을 했다고 해서 그것을 규제하는데, 그것도 17년이나 한국에 와서 산 사람을 이제 와서 내쫓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업코리아 /최모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