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족정책은 민족ㆍ국익 차원에서 다루자"
<동북아신문 사설>
한국의 조선족정책이 또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새로 출범한 이명박 정부는 법질서 명분을 내세워 불법체류 중국동포들을 무조건 추방시키겠다고 한다. 한국에서 17년간 산 동포도 예외가 아니다. 중국에 있는 그들 삶의 기반이 어떻게 무너졌든, 귀국해서 발 뻗고 누울 자리가 있든 없든, “이곳에 이미 삶의 터전을 가꾸어 놓아 더는 제3의 고향을 찾아 떠날 수 없다”고 항변하든 말든, “법은 법이니 지키라”고 한다. 그리고 무연고동포 입국절차에 따라 입국하면 방문취업제의 혜택을 준다며 얼린다.
그러나 동포들은 귀국은 절대 못하겠다고 한다. 돌아가 시험을 보아 입국한다고 해도 최소 1년은 걸린다. 그동안의 삶은 어떻게 될까? 병 치료할 돈이 없어 치료를 중단해야 하고, 못 버니까 자식 대학공부도 못시키겠다는 사람이 한둘 아니다. 한국어실무능력시험을 친다고 해도 합격을 해서 전산추첨을 거쳐야 한다. 추첨된다는 보장도 없다.
그들 모두가 17년 동안 모국서 살았다는 이유 하나 굳게 믿고 있다. 세계 어느 선진국에서도 17년이나 산 불법체류자를 내쫓는 나라는 없다. 그것도 그동안 법 잘 지키고 고스란히 숨죽여 살아온 ‘한 핏줄’이 아닌가! 불법체류자 멍에 때문에 임금체불 등 갖은 불이익과 수모를 당해 온 동포들한테 ‘실용 법치'를 내세우는 것은 모든 선진국의 규탄 받을 처사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미국 가고 일본 가서는 이중국적 주겠다 어쩌겠다, ‘동포 끌어안기’를 하더니 중국동포들한테는 법부터 내세운다. 그래서 동포들은 ‘못사는 자식은 자식이 아니냐?’고 거세게 반발한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는데, 그들은 강산이 두 번 변하는 세월을 모국서 겪었다. 노태우 대통령으로부터 이명박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다섯 분이나 모시게 되었다.
지난 참여정부 때 정성진 법무부 장관은 수교전 입국자들에 관한 보고를 받고 “살인죄도 공소시효가 15년인데 하물며 17년간 법을 지켜오면서 대한민국을 위해 열심히 살아 온 동포들을 내쫓을 수야 없지 않느냐”고 하면서, 그들의 합법체류를 적극 추진할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그러나 이번 정부는 아니다. 법무부의 모 관계자는 "지난 17년간 법무부가 12번이나 귀국을 종용했는데 듣지 않았으니 그들은 죄인중의 죄인이다”고 했단다. 그 죄 값을 받고 이미 수교전 입국동포 3명이 추방당했고, 중국동포를 포함해 미등록 외국에 대해 “대한민국 불법체류자 제로”전쟁에 나섰다.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의 5월 분 검거목표는 3천명이다”고, 한겨레신문은 전했다.
이에 서울조선족교회 서경석 목사는 5월 19일부터 무기한 항의 단식에 들어갔고, 수교전입국자들도 종로구 한국교회 백주년기념관에서 무기한 농성을 한 상태이다. 서울조선족교회는 매주 저녁 4시부터 촛불집회를 갖고 ‘동포포용정책에서 포기정책으로 가는 이명박 정부’를 규탄하고 나섰다. “애가 있거나 친척이 있으면 봐주고 애가 없거나 친척이 없으면 내 쫓는다”는 등 형평성에 어긋나는 법의 眞意에도 의문을 던졌다. “17년간 산 동포들마저 내쫓으니 동포포기정책을 쓰는 게 아니냐?”고.
조선족은 고향에 돌아와 살 권리가 있는 한민족의 후예들이다. 일제 시대 도저히 살 수가 없어 고향을 떠난 그들은 해방 직후에 길이 막혀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그후 동포들은 산업연수생제도와 친척방문으로 입국하여 불법체류자추방반대 투쟁을 전개한 데서 ‘고향에 와서 살 권리’를 부분적으로 쟁취하였다.
중국 조선족의 존속은 중국에 있는 한국기업에 크나큰 도움을 준다. 급기야 우리말을 잃어버리는 조선족의 붕괴를 막자면 정부는 조선족의 자유왕래, 자유취업부터 허락해야 한다. 민족의식과 기술을 배워 중국에 돌아가 더 잘살게 해야 한다. 적어도 30여만 동포들이 한국에 정주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국 조선족사화와 소통을 하게 해야 한다.
그러기에 조선족동포문제는 외국인노동자 수급조절이나 불법체류근절의 차원에서 다룰 일이 아니라 민족ㆍ국익차원에서 다루어야 한다. 동포포기정책은 기필코 모든 중국동포들의 강렬한 저항에 부딪칠 것이다!
본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