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경석 목사, “조선족문제는 법만 내세워서는 안 된다”

-‘수교 전 입국자 합법화’ 촛불집회 농성현장을 찾아서

2008-05-18     동북아신문 기자

지난 5월 18일 저녁 6시 서울조선족교회에서는 교회 앞마당에서 ‘수교 전 입국자 합법화’촛불집회를 강행하였다. 10대학생들의 미국 쇠고기 수입 반대 등 촛불집회 농성이 어수선한 가운데 동포들의 집회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없지 않아 있지만, 5월 9일 법무부가 지난 17년간 한국에서 불법 체류해 온 한중수교 이전에 입국한 동포들에 대해 선별구제 방침을 내놓은 가운데 생긴 일이어서 국내외 조선족 동포들의 관심이 증폭되었다.

법무부의 한중수교(1992년 8월 24일)이전에 입국한 동포들에 대한 정책 결정에 따르면, 1949년 10월 1일 이전에 태어난 동포들, 늙은 부모를 모시고 있는 동포나 자녀를 키우며 살고 있는 동포들, 중병으로 고통을 겪는 동포들에게 H-2 비자를 주어 한국에서 5년간 체류하도록 허용하고, 그 외의 동포들은 전부 중국으로 추방하기로 했다. 이로 인해 수교 전 입국자의 일부는 구제받게 되었으나 나머지 대다수는 잡히는 대로 강제 추방당하게 된다. 실제로 지난 5월 13일에는 수교 전에 입국하여 단속된 중국 동포 두 사람이 이미 당국의 강압에 못 이겨 출국했다.

기자: 이번 결정은 현행법 안에서 구제의 길을 마련한 배려가 있는 것으로 보는데 굳이 농성을 강행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 저도 이런 농성이 지긋지긋해 납니다. 지난 몇 년간 저는 이명박 정부를 탄생시키기 위해 죽을힘을 다해 뛰어왔습니다. 그런데 지금 역으로 이명박 정부의 동포정책을 반대해서 농성과 단식을 시작했으니 너무 싫습니다. 저의 아내도 제가 동포들을 위해 또 단식을 하겠다고 하니 역증을 벌컥 내더군요. 저는 지난 김대중, 노무현 정부 하에서 조선족 동포들의 권익옹호를 위해 각기 10일간, 17일간, 23일간, 10일간, 18일간 도합 다섯 번의 단식투쟁을 했습니다. 죽을 고비도 몇 번 넘겼지요. 앞으로는 절대 안하겠다고 결심했었는데…, 그래서 이번에 이명박 대통령님께 편지도 보내고 법무부 장관께 탄원서도 내면서 조용히 해결하려고 했지만 법만을 고집하는 집법자들에 의해 정당하고 실행 가능한 청원이 무시당하고 버려지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법무부가 만약 수교 전 입국자들을 추방시킨다면 저는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으며 국내체류 동포들을 추방시키는 것이 과연 국익에 부합되는가 하는 문제를 행동으로 말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기자: 왜서 수교 전 입국자들에 대한 정부의 이번 정책이 이명박 정부가 앞으로 어떤 조선족동포정책을 펼치겠는가를 가름하는 시금석이 된다고 생각합니까?

‣ 간단합니다. 정부가 수교 전 입국자들에게 시혜를 주지 않으면서 방문취업제로 온 동포들에게 더는 시혜를 줄 수 없지 않습니까? 이는 수교 전 입국자들에 대한 추방조치가 다른 동포들에 대한 온정적인 조치를 불가능하게 하는 전례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정부는 법을 이유로 또 불법체류 동포들을 무조건 추방하는 정책을 시행할 것이고, 결과는 예전처럼 200만 조선족 사회의 불신만 키워나가게 될 것입니다.

기자: 조선족문제는 왜서 법만으로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가요?

‣ 그것은 한국정부가 200만 조선족을 포용하는 정책을 써야하기 때문입니다. 조선족동포들은 우리와 한 뿌리를 갖고 있기에 고향에 돌아와 살 천부적인 권리를 갖고 있습니다. 그들의 조상이 이 땅에서 살았고 그들의 사촌이며 친척들이 이 땅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대한민국의 국적을 종래로 포기한 적이 없습니다. 이런 것 말고도, 한국은 이제 앞으로 계속 13억 중국시장에 의지해서 기업도 하고 장사도 하면서 살아가야 합니다. 이를 위해 2백만 조선족의 존재가 너무도 필요합니다. 이들을 통역으로, 또는 사업 파트너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조선족들이 한국을 최대한으로 왕래하면서 경제적으로 부유해져야 합니다. 그러자면 저는 조선족동포들이 한국에 통상 4~50만은 거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한국어도 잘 하게 되고 민족의식도 강화되고, 선진 국민의식도 생기고 돈도 벌게 됩니다. 앞으로 조선족은 중국에 퍼져 살더라도 자식들을 한국에 보내 중고등학교 혹은 대학교를 다니게 해야 합니다. 그래야 한국어가 유지되고 한국인으로서의 주체성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조선족 동포사회는 급속히 소멸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조선족들은 더 좋은 살길을 찾아 상해나 청도 등 대도시로 이동을 하고 있는데, 중국에서 더 좋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 자녀들도 거의 대부분 한족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그러니 조선족들은 우리말을 잃고 거대한 중국의 바다에 급속히 흡수되어 한족화(漢族化)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조선족 사회의 위기를 방치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앞으로의 조선족 정책은 불법체류 조선족을 막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조선족 사회를 유지시키는 데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동안의 정책은 동포들을 못 들어오게 하거나 적게 들어오게 하고, 들어온 동포들을 불법이라고 내쫓는 정책이었습니다. 이는 조선족의 한족화만 재촉하는 꼴이 되었습니다.

기자: 조선족 사회를 유지시키는 방도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 위에서 얘기했지만, 조선족동포들이 입국해서 일정기간 한국에 체류하면서 돈도 벌고 한국어도 잘하고 민족의식도 생기게 해야 합니다. 앞으로 조선족은 중국에서 흩어져 살더라도 자식들을 일정기간 한국에 보내 중고등학교, 혹은 대학교를 다니게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조선족 동포들에게 자유왕래, 자유취업, 자유거주를 허용하고 한국에서 기술을 배워 다시 중국에 돌아가 더 잘 살게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이들은 한국을 위해 일하는 첨병이 될 것입니다. 때문에 정부는 가능한 동포포용정책을 확대해서 실시해야 합니다. 이들에게 국적보다는 영주권을 주어 일정기간 후에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도록 독려해야 합니다.

앞으로 중국이 잘 살게 될수록 한국에 오려는 동포의 숫자가 줄어들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동포들을 잘 대해 주어 동포들이 한국인에게 고맙다는 생각을 하게 해야 합니다.

그리고 한국은 지금 인구감소를 걱정합니다. 그 해결책 가운데 하나는 조선족 동포로 하여금 한족화(漢族化) 하는 대신 한국국민이 되게 하는 것입니다. 200백만 조선족 사회를 유지하는 방안은 단 한 가지, 조선족사회와 한국사회와의 관계를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긴밀한 관계로 만드는 것입니다.

기자: 법무부에서도 조선족 동포들을 위해 길을 많이 열어놓고 있는 중인 줄 압니다. 그러나 포용정책을 쓰되 법과 원칙을 지키면서 점차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하지 않을까요?

‣ 우선, “많은 길을 열어놓고 있는 중”이라는 말에는 이의가 없습니다. 그러나 조선족에 대한 정책기조가 바뀌지 않는 한 “많은 길을 열어놓고 있는 중”이란 말도 빈말이 될 수 있습니다. 한중 수교 이전에 입국한 동포들에게 영주권을 주어도 시원치 않은 마당에 H-2비자도 주지 않고 강제출국을 시키는 정부를 누가 믿자고 하겠습니까? 이는 또 법과 원칙을 내세워 이들을 추방시키면서 다른 동포에게 온정적인 대우를 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이는 선진국으로 발 돋음 하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과도 상반되는 정책입니다. 왜냐하면 선진 국가 가운데는 한 나라도 17년 동안 거주해 온 사람을 불법체류자라고 해서 추방시키는 나라가 없기 때문입니다. 하물며 같은 동포를 그렇게 한다는 것은 국가적 민족적 수치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조선족 정책은 법으로 되지 않는다고 거듭 주장합니다. 이명박 정부는 국익의 관점에서 조선족정책을 세워야 합니다. 방문취업제로 5년간 체류할 수 있도록 시혜적인 조치를 취한 십여만 명의 조선족 동포들을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를 이제 결정해야 합니다. 이들을 전부 추방시키는 것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결국은 이들에게 점차 영주권을 주어 한국에서도 살 수 있게 하고, 기술을 배워 자기 발로 중국으로 되돌아가게 해야 합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런 정책만이 진정 조선족을 포용하는 것이고 정말 국익을 위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