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만난 동창생

<안해금 수기>

2008-05-09     동북아신문 기자

5월 3일과 4일 1박 2일 코스로 경기도 가평에 다녀왔습니다. 너무 걸어 다녀서 다리의 근육도 아프고 지금도 걸을 때마다 시큰거리는 하기는 하지만 오랜만에 친구도 만나고 좋은 경치까지 구경하고 나니 기분이 좋네요.

연변대학 신문방송학과 다닐 때 동창생도 3년 만에 만나고 청심철죽축제, 유명산 계곡, 가평아침고요수목원에까지 다녀왔어요. 한국에서 인연이 있으면 우연히 만나게 되나 봅니다.

5년 전에 한국에 온 후 영등포구 신길동에서 살았습니다. 우연히 신길동의 재래시장에 갔다가 웬 여자가 머리에 배달음식을 나르고 있는 것을 보았는데 그 얼굴이 낯익어서 다시 봤더니 놀랍게도 그 동창생이었습니다. 너무나 반가워서 동창생의 이름을 불렀고 우리는 그렇게 극적으로 재래시장의 골목에서 만났습니다. 그때 난 화장기 없는 얼굴에 유모차에 애를 끌고 다니는 영락없는 아줌마의 퍼진 모습이었고 동창생도 중국에서는 당 기관지인 모 잡지사에서 편집기자로 일하다가 한국에 유학왔는데 아르바이트로 식당배달일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중국에서는 다 커리어우먼이었는데 지금 이런 모습은 둘 다 좀은 적응이 안 되었습니다. 그러는 와중에 머리에 이고 있던 배달음식을 내려놓은 동창생은 호주머니에서 꼬깃꼬깃 접은 만 원짜리 지폐 여러 장을 내 손에 쥐여 주고 시장속의 인파에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내가 따라가려고 해도 유모차에 애도 있고 해서 멀리 가지는 못했습니다. 돈은 3만원이었습니다. 순간 눈물이 북받치더군요." 어떻게 힘들게 번 돈이겠는데…"라는 생각과 함께. 유학중인 동창생은 한 시간에 몇천 원되는 시급을 받으면서 동창생인 나를 이국타향에서 만났다고 미정이에게 뭘 사주라는 말만 남기고 가버렸습니다.

그후 간혹 연락이 되긴 했지만 유학생활과 아르바이트생활이 고달팠나 봅니다. 한동안 연락이 안 되다가 3년 전 분당에 있는 우리 집으로 놀러 왔었습니다. 그때 봤을 때는 한국의 식당일에 적응해서인지 살도 찌고 예전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 오랜만에 메신저에 나타난 그를 보았고 가평의 관광호텔에서 일한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습니다. 호텔관리직으로 3년 동안 자리매김한 거였습니다. 반가운 안부인사와 더불어 가평에 놀러오라는 초대를 받았고 그렇게 해서 가평에 가게 되었었습니다. 저녁에 도착하니 어느새 삼겹살에 한상 푸짐히 차려놓고 복분자주를 연신 권해 기분 좋게 그동안의 회포를 나누었습니다.

그동안 동창생은 호텔의 초창기멤버로 휴일도 없이 열심이 일해 주었다고 합니다. 덕분에 호텔관리직을 맡게 되었고 호텔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다고 하네요. 살도 8키로나 빠져서 대학교 때 날씬한 모습을 회복하였고 세련된 모습으로 되돌아왔습니다. 그러면서 "아르바이트로 식당일을 할때 비록 힘들어 쓰러질 것 같았지만 이겨 내고 보니 새로운 세상이 보이더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을 수 있었다고 하면서 지금 하는 일이 마음에 들고 즐겁다고 했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계속하고 싶다. 이제 두 달 동안 휴가를 맡고 중국 가서 부족한 영어를 더 배우고 더 자신 있게 일하겠다"고 했습니다."너도 지금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으니 언젠가는 성공할거야! 내 도움이 뭐가 필요하지?" 하고 반문했습니다. 키맨이란 말을 아냐고 했더니 고개를 끄덕이면서 언니를 소개해주겠다고 했습니다. 인맥이 없는 한국에서 성공하려면 두 배의 노력을 해야 한다며 우리는 긴 얘기를 나눴습니다. 휴가여서 밀려온 관광객으로 인해 객실이 만원이 되었지만 동창생이 마련해준 오붓한 호텔방에서 우린 편한 휴식을 취하고 그림처럼 아름다운 가평아침수목원의 경치를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사람의 인연은 언제 어디선가 이어지고 또 어떤 스토리로 우리 앞에 나타나는지 모릅니다. 비록 중국에서 우리 둘 다 같은 학과를 나와 안정적인 직장의 커리어우먼이었지만 현재는 서로 다른 길을 가고 있으며 서로의 선택을 존중하고 격려하고 있습니다. 둘러보면 생소한 한국 땅이지만 결혼이민자모임 중국 방이라는 공간이 있어 우리 서로 따뜻한 난로에 에워싸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부디 한국에서 우리 서로의 성공을 기원하며 박수를 쳐줍시다. 그리고 성공한 사람은 자신의 스토리를 다음 사람에게 전달해 더 많은 사람들이 한국생활에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은연중 드네요.

다리는 시큰거리지만 가평에서의 1박 2일은 저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안해금 프로필:

  •  1975년생  연변대학 신문방송학과 졸
  •   1998년-2003년: 연변방송국 보도부 기자
  •   2004년-2005년: 한국디지털프린팅잡지 디피뉴스 취재기자
  •   2005년-2006년:  한국보험전문지 중국보험전문기자
  •  2006년-현재: ING생명 FC(파이낸셜 컨설턴트)로 근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