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비 엇갈린 인생드라마
로무시장아줌마들 일 힘들고 어지러운건 감내해도 수모와 천대는 못참아
2004-02-16 운영자
연길시 의란진 모 촌에 살고 있는 박모녀성은 소고기장사로부터 시작해 거의 못해본 장사가 없다 한다. 뜻밖에 자식에게 닥친병마로 장사밑천까지 치료비로 들이민 그녀는 팔을 걷고나설 수밖에 없었다. 1991년부터 로무시장에 나섰었다. 비록 일은 힘들고 몸은 고달팠으나 생각외로 수입은 짭짤했다. 하루에 평균 80원씩 벌었고 때로는 한달에 4000원씩 벌 때도 있었다. 피땀의 대가로 그녀의 생활은 점점 윤택해졌다.
그녀는 이듬해 불어친 로씨야장사바람으로 목돈을 쥐여볼 욕심으로 많은 사람들과 같이 빚을 지며 로씨야장사길에 올랐다. 장사에 미립이 없고 더욱이 낯설고 물선 이역땅이라 그녀는 빚만 잔뜩 걸머지고 돌아오는 수밖에 없었다.
1993년 그녀는 생활의 핍박으로 또다시 로무시장에 나섰다. 그리고 몸을 내번졌다. 회칠, 벽지붙이기, 창문유리닦기, 설거지하기, 기름칠하기 등 일감이 생기는대로 해제꼈다. 10여층 되는 판공실의 유리창 닦을 때는 정신이 아찔해질 때도 있고 노래방, 다방 청소때 화장실변기에 넘쳐나는 분비물로 울컥 치미는 메스꺼움을 참아야 했으며 하루동일 회칠을 하고나면 온몸의 뼈가 물러나는 것 같았다. 특히 기름칠을 하고 나면 들숨을 들이쉬기조차 힘들다고 한다. 하여 이런 날에는 꼭 사탕가루를 물에 타 먹어야 하는데 한해 겨울만 해도 10킬로그람의 사탕가루를 축낸적도 있다고 한다.
사회의 최하층에서 허우적이는 그녀가 보기 안스러워 그녀 오빠가 회사에 취직시켜주려 했으나 그녀는 거절해버렸다. 매일 벌어 매일 먹고살아야 할뿐만아니라 자식 공부시키고병치료해야 하는 그녀 처지로는 한달 로임을 기다릴 계제도 되지 않고 또 한달에 500∼600원밖에 되지 않는 박봉으로는 이 모든 것을 감당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이처럼 어지럽고 힘든 로동의 대가가 때로는 일부 중개인들에 의해 종적이 없어지기도 한다. 그녀와 몇몇 자매들이 모 호텔에서 10여일간 일했으나 중개인이 돈을 갖고 사라져버린탓에 응당 받아야 할 3000원이 하루아침 물건너가게 되었다. 이처럼 로무일군들은 피땀을 뿌려가며 일했으나 그 보수를 받지 못하는 일이 종종 있다고 한다.
일이 힘들고 어지러운 것은 그래도 견딜수가 있지만 일부 되지 못한 작자들의 수모와 천대만은 견디기 어렵다고 한다. "단돈 몇푼에 몸도 내맡긴다고 오산하며 천대하는자들과 아이낳는 일이 있다며 희롱하는자들이 상판대기에 침이라도 뱉어버리고싶다"고 하는 그녀는 로무일군들도 자신의 로동으로 떳떳하게 살아가는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피와 살이 있고 인격이 있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사회의 최하층에서 일한다해서 그들에게 항상 멸시와 천대만 차례지는 것이 아니다. 일하다보면 혹간 일순간의 방심으로 유리를 깨면 기어이 유리값을 한푼곯지 않게 받아내는 각박한 주인도 있지만 일하다 깬것이니 념려말라며 오히려 위안해주는 마음후한 주인도 있었다. 수고한다며 국수나 곽밥을 사오거나 뜻뜻한 생선국을 끓여들라며 랭장고에서 잉어나 붕어를 꺼내놓는 풋풋한 마음씨를 지닌 주인들이 더욱 많았다 한다.
현재 연길시로무시장에는 그녀와 같은 로무일군이 1000여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들 대부분이 떳떳이 자기의 명함장을 갖고 핸드폰으로 일거리를 련락하면서 당당히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들가운데는 부부와 자식이 합심으로 부지런히 일해 집3채(단층집, 불때는 집, 아빠트)를 마련한 부를 이룩한이들도 있고 자녀가 전 주 영어경연에서 우승의 월계관을 따내도록 열심히 공부뒤바라지를 해 자식의 성공에서 보람을 찾는이들도 있으며 집을 마련한후 과로한 피로로 병마에 시달리는 불행한이들도 있다.
로무시장에서 매일매일 품을 팔아 생계를 유지해가는 로무일군들, 이들의 운명은 각기 다르지만 모두가 한같이 자신의 신근한 로동으로열심히 희비가 엇갈린 인생드라마를 엮어가고 있다. <연변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