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유학생 "폭력은 유감, 너무 몰아붙여"

2008-04-29     동북아신문 기자
“올림픽은 중국 100년 역사상 가장 큰 일
티베트 문제로 폄훼, 자존심에 상처 입어”
» 중국 유학생들이 지난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앞에서 성화봉송 행렬이 지나간 뒤 ‘베이징 올림픽 성화봉송 저지시민행동’ 회원들 쪽으로 다가와 고함을 지르고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폭력엔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너무 일방적으로 우리를 몰아붙인다.”

지난 27일 베이징 올림픽 성화 봉송 과정에서 일어난 폭력 사태에 대해 유학생 등 중국인들은 대체로 ‘유감’의 뜻을 나타냈다. 하지만 이들은 “한국인들이 중국 국기를 잡아 당기고, 티베트 독립을 요구하는 등 우리를 자극하는 행위도 많았다”고 항변했다. 전북의 한 대학에 재학중인 왕아무개(30)씨는 “중국인들의 피해도 적지 않았는데 거의 조명되지 않았다. 올림픽을 준비하는 우리의 열정을 고려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왜 모였나?=대전에서 친구 3명과 함께 서울로 ‘원정 환영’에 나섰다는 중국인 리아무개(26)씨는 “올림픽은 최근 중국의 100년 역사상 가장 큰 일이다. 평생에 한 번 뿐인 광경을 직접 보고 싶어서 올라왔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 특히 한국에서 중국인들이 이렇게 많이 모인 것은 처음”이라며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한국인들이 모인 것을 생각해보면 된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올라운 유학생 쉬아무개(33)씨는 “축하해야 한다는 마음과 함께 (올림픽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며 “영국·프랑스 등에서 말썽이 생기는 걸 보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서양이야 멀리 떨어져 있고, 중국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한국은 지리도 가깝고 문화권도 같아 (우리 행동을) 이해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고 말했다.

폭력 사태 이유는?=환영 시위가 격화된 것은 중국인의 ‘자존심’ 때문이었다는 반응이 많았다. 전북에서 온 왕씨는 “보통 중국인을 힘없고 약하게 보는데, 자존심은 굉장히 세다”며 “특히 우리 국기를 잡아당기고 훼손하는 모습을 보면서 굴욕감을 많이 느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중국 사람들한테 ‘텔레비전 있냐, 냉장고는 있냐’고 물어보는 등 평소 한국 사람들이 우리를 낮춰보는 데 대한 반감도 깔려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부산에 사는 중국동포 홍아무개(30)씨는 “교육 수준이 높아지면서 중국 젊은이들은 나라에 대한 자부심이 커졌다. 올림픽은 그 자부심의 표상인데 세계 곳곳에서 티베트 문제 때문에 폄훼당하는 것에 민감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에 사는 중국 유학생 왕아무개(24)씨는 “티베트 문제에 대해 한국 사람들이 얼마만큼 알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복잡하고 민감한 민족 문제에 대해 한국인들이 너무 쉽게 얘기하는 것 같아 답답했고, 흥분도 됐었다”고 말했다.

올림픽에 대한 이중적 인식=중국 유학생들은 한결같이 “올림픽과 정치는 구별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올림픽 개최가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위상을 한 단계 높일 것이라며 단순 체육행사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 서울의 한 대학원에 다니는 장아무개(28)씨는 “올림픽은 중국의 새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사람들이 주로 중국의 과거만 기억하는데 우리의 발전되고 현대화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의 홍씨는 “올림픽은 세계적인 체육행사고, 티베트 문제는 중국 내부의 문제일 뿐”이라며 “월드컵을 통해 한국이 강렬한 인상을 주었듯이 대다수 중국인들도 그러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현준 송경화 기자 haojune@hani.co.kr 한겨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