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취자 우리는 누구인가(8)
지난달 19일부터 오늘까지 약 두주일동안 성동조선해양 (주)대상의 용접반에서 잡일을 해오다가 3월 3일부터 오토케리지(전기용접, 용접반에서 일하려면 이것을 움직이는것이 가장 기본이라고 함.)로 용접이라도 하게 되였다.
워낙 텁텁하고 까근하지 못한놈이라 땀을 흘려가며 오토를 겨우 배워냈지만 능숙하게 척척 다루지 못하고 불량을 많이 내서 소장님으로부터 싫은 소리도 들었다. 용접바늘을 철판사이에 45도각으로 맞추어놓고 기계작동버튼을 누르면 신기하게도 일매지게 용접해나가는 기계라 그리 바쁠것도 없었지만 강태공스푸가 쉽게 하는것을 먼산 불구경하듯 하다보니 전압조절, 와이어 조절같은것을 꼼꼼하게 챙겨두지 못해 오작품이 줄지어 생겨났던것이다.
까만 연기속에서 기여나와 방진마스크를 벗고 보면 온 얼굴이 땀과 먼지와 연기에 범벅이 되여 정말 땜쟁이로 변해있군 했다. 자기 절로는 그래도 처음 하는 놈이 이쯤하면 괜찮을듯 싶었는데 강스푸는 머리를 홰홰 젓는다. 나 같은 제자눔 하나 맡아서 머리가 돌아버릴지 모르는 스푸를 바라보면서 죄송한 마음까지 생긴다.
같이 온 친구 동생은 중국에서 기계 꽤나 다루던 사람이라 불량이든 뭐든 휘딱휘딱 해치우고 짬짬이 나한테로 달려와서는 이건 이렇게 저건 저렇게 잘도 가르쳐준다. 탁탁 튀는 불똥속에서 궁둥이만 잔뜩 쳐들고 용접불만 들여다보는 나를 툭툭 친다.
《형님, 그렇게 들여다볼 필요없소. 이렇게 서서 어림짐작으로 들여다보고 선이나 잘 맞추어 당겨주고 모서리가 툭 삐여져나온 곳이면 정지버튼만 잘 누르면 되오. 급해하고 긴장해 해서는 안되오.》
고맙기만 하였다. 과연 내가 한것이 가장 못난 작품같아서 감추지 못하는것이 한스러울 정도다.
그러던차 우리 뒤를 따라오면서 수동용접을 하는 용접사들로부터 오토케리지가 이전보다 질이 떨어졌다는 말을 듣게 되였고 그래서 현장일을 주관하는 소장으로부터 따끔한 말을 듣게 된다. 기분이 별로다. 남보다 못한것은 할수 없는 일이다.
(전문 배운것도 아니고 련습 겸 정식으로 시작한 일이라 오작은 피면할수 없는 일이다. 한 일주임쯤 지나서 그때 이야기 하면 안되나?) 이런 생각도 들었지만 꾹 참았다.
중국이 아닌 한국이 아닌가? 그것도 호미나 낫따위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수십 수백억원씩 하는 기선을 만드는 일이 아닌가? 속으로는 미안한 생각까지 막 들었고 또 이런 일로 회사의 리익에 해를 끼치지 않을가 근심도 되고 하여간 꼭 잘해보리라 마음을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