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명지대서 이민행정학 공부해요”
-최고령 중국동포 출신 이철구 선생을 찾아서
한국의 이민행정학은 이제 첫걸음을 뗐다. 근년 내 급격히 유입되는 세계 각국 이민자들과 이에 따른 체계적인 행정과 효율적인 행정에 대한 요구가 높아가면서 급부상하는 학문이다.
이민자들이 한국사회에 잘 적응을 하고 역할분담을 잘하게 하자면 정부의 체계적인사회적응지원이 필요하고, 민관 협력체계(동포지원센터 같은 프로그램)를 구축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민행정학은 바로 그런 프로그램 연구와 운영에 필요한 학문이다.
작년 가을, 한국최초로 명지대학교에 ‘이민행정학’이 설치되었고 이민행정에 관심 있는 한국인과 국내 체류 이민자들, 특히 중국동포 출신들이 공부하고 있다.
이민행정학 제1기 학습반에서 공부하는 중국동포 출신의 학생들로는 귀한동포연합총회의 최길도 사무총장, 백영선 관악지회 총무, 귀한통포연합총회 지원센터의 박영찬 소장, 서울조선족교회 최영숙 간사, 그리고 박영매씨, 서해순씨 등이 있으며 제2기 학습반에는 귀한동포연합총회의 이철구 홍보부장, 강영조 고충상담실 실장 등이 있다.
필자는 얼마 전에 명지대를 찾아 이들을 만나보았다. 그중에도 70세 고령의 중국동포 노인의 모습이 유난히 눈에 띄어왔다. 바로 귀한동포연합총회의 홍보부장을 맡고 있는 이철구 선생이었다.
이민행정학 박화서 담임교수님은 “이민행정 특성상 외국에서나 국제사회에서 생활경험이 있는 이중문화 체득인에게 유리하다”고 하면서, 이철구 선생처럼 이민자들의 역할을 직접 발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하였다. 이철구 선생은 중국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와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갖고 한국의 역사적 시각을 잘 이해하며 균형이 잡힌 이중문화 체득인이기에 연세가 많지만 학습능력이 좋다고 하였다.
실제로 이철구 선생은 역이민자로서 이민자들의 심리를 잘 이해하고 그들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잘 알고 있었다.이철구 선생은 6살 때 부모님 따라 만주로 이주 갔다가 5년 전에 국적회복을 하고 현재 구로에 살고 있다. 중국 흑룡강성 연수현에서 25년간 교장 직을 지냈던 그는 국적회복 후 귀한동포연합총회에서 중책을 맡고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배움이 끝이 없다며,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한국에 대해 아는 것이 너무 없어 봉사활동을 하려고 해도 정확히 알고 알려줘야 하지 않겠냐고 반문한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느끼게 되는 것이지만 한국에 체류하는 동포들은 많지만 정작 한국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동포들은 사람이 많지 않아요. 한국에서 살면서 외국인에 관련된 법규는 최소한 알아야 되지 않겠어요?”
이철구 선생은 다년간 교직에 있었던 관계로 교육에도 관심이 많다. 동포들에게 어떤 것이 부족하고 어떤 것을 배워야 한다고 늘 일깨워주고 솔선수범한다.
제2기 학습반의 이종현(공인노무사) 반장은 이철구 선생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저의 반 수강생이 37명이거든요. 이철수 선생님이 제일 연배이세요. 한 번도 수업에 빠지지 않고 성실하게 임하고 계세요. 수업시간에 항상 앞줄에 앉아 집중하시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그때그때 질문하지요. 한국에서 대학공부를 마친 저희들은 어렵게 배우지만 이철구 선생님은 이민 당사자이다 보니 쉽게 배우시는 것 같아요.”
수업 중 가장 어려운 것은 영어용어가 나올 때인데 모르면 지나치지 않고 바로 교수님께 물어 본다고 한다. 현재 배우고 있는 과목명 이민행정 개론, 출입국관리법, 재한외국인처우법 등 외국인관련 법규들이다.
이민행정학은 1년 교육과정이다. 이철구 선생은 이민행정학 수업을 통해 외국인관련, 특히 동포관련 법규정책들을 잘 습득하여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중국동포들을 위해 더욱 자신 있게 더욱 정확하게 봉사하고자 한다.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중국동포들이 법을 몰라 어려움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도와주는 것이 가장 큰 바램이라고 말한다.
동북아신문 문민 기자1658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