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통"과 "광인일기"
2004-02-09 운영자
어데다가 글 한편 써놓고 다음날 보면, 그것을 누가 퍼다날랐는지 "연통"의 "독자의견"에 가져다가 올려놓고 욕설이 오뉴월의 무슨 통처럼 차올라 지독한 냄새를 풍기고 있는 가운데 그 히죽거리는 "일회용 아이디의 네티즌"들이 심심찮게 던져오는 농지거리를 그냥 웃음으로 넘겨오다가 나는 종당에야 정색해지고 말았다.
그리고 한 며칠동안만 "연통"의 네티즌들이 주고받는 대화들을 지켜보았다. 놀라운 것을 발견했다. 게시판에 들어가면, 보는 사람은 현기증을 느끼고 넘어질것만 같은데도, 그 "연통"의 네티즌들은 오히려 "너나 어지럽지, 내가 왜 어지러워?" 하며 눈 동그랗게 뜨고 어지러워 하는 사람들을 의아스럽게 바라보는것이다.
그렇게나 자기당착(自己撞着)이고, 자기 중심적인 네티즌들, 특히 한국인 네티즌들을 보며 나는 문득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이라는 구절이 들어있는 한국의 국가를 생각하게 된다. 또 그리고 한 찬가(讚歌)에서는 그 한국의 수도 서울을 가리켜 "새들의 노래 웃는 그 얼굴"이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 생각나면서, 그러나 그건 언제까지라도 노래일 뿐이오, 그 잘난 서울밖에 잘 모르는 남의 나라 여행자들을 마주해서 즐기는 우매한 한국민의 자아도취(自我陶醉)에 빠진 가련한 마스터베이션일뿐 그 한국사회의 껍데기, 정확히 이성(理性)의 껍데기를 두꺼풀도 아니고, 또 한꺼풀도 아니고, 그냥 단 반 꺼풀만 벗겨봐도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그게 다 거짓말이라는것이 금방 드러난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도, "연통"의 네티즌들은 특히나 "중국"과 "조선족" 헐뜯기로, 쾌지나 칭칭 세월 가는줄을 모르고 있는것이다.
조선족들은 거의 노신선생을 알고 있다. 중국 문학의 대가, 그 노신선생의 "광인일기"를 보면, 미쳤으면서도 미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게 혹시 인간의 본성, 아니 정확히 한국내 잘난 서울 사람들의 본성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중국의 노신 말고도 "광인", 즉 미친 사람에 대해서 쓴 세계적인 작가들이 많다. 프랑스의 구스타프 플로베르는 이미 중학시절 ‘광인일기(狂人日記)’라는 작품을 발표했었고, 러시아의 N. 고골리도 일기체 소설 "광인일기"(Zapiski sumasshedshego)를 통해 광기와 착란의 세계에서밖에 살 수 없는 하급관리의 비참한 모습을 까발렸었듯이, 광기(狂氣)는 누구에게나 있다.
흔히 광기를 치료가 필요한 정신병리로 간주하지만, 또 어떤 이들의 주장은 그렇지가 않다. 일찍이 고대 그리스의 플라톤은 “신에 의해서 주어진 것들 중에서 광기는 가장 좋은 것”이라고 주장했는가 하면, 이탈리아의 정신병리학자 C. 롬브로소는 광기와 천재와의 관계에 주목했었으며, 프랑스의 작가·사상가 J. P. 사르트르 역시 광기와 상상력과의 연관성을 부인하지 않았던것이었다. 특히 노신이나 고골리 같은 작가들은 소설을 통해 한결같이 너희들은
미친 년, 미친 *이지만 나는 미치지 않았다”는 전제를 깔아놓고 이야기를 풀어나갔던 것이다
어쩌면 바로 그렇게 주장했던 플로베르나 고골리나 노신같은 대가들이 오히려 모두 미친 *들이 아니었을가고 가설해본다. 왜나하면 그네들이 살았던 그 세상 자체가 사실 한번도 제대로 돌아간적이 없었던 미친세상이었으니까 하는 말이다.
바로 한국인들이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는 "연변과 조선족"의 "연통"에서도 그같이 매일 위아래가 뒤집어지는 "광인일기"를 쓰고 있는 미친 네티즌들이 참 많이 몰려들어 있다는 생각이다. 욕구불만과 고독으로 찌든 가운데 자기 정체성을 확인하지 못해 시나브로 미친 일회용 아이디들이 분풀이에서 쓰는 "광인일기"지만, 가만히 지켜보면 그 내용들에 깊이 있게 투철해 있는 자체가 결코, 아이디 자체만 일회용일뿐 사람은 그냥 그 사람이라는 것을 금방 짐작하게 되는것이어서 새삼 놀랍다. 그리고 그 자체가 바로 미친 짓임을 부인하지 못한다.
하긴 미쳐서 돌아가는 세상에서 혼자만 미치지 않겠다고 우기는 *들이야말로 진짜 미친 *들이 아니겠는가. 어디 "연통"뿐이겠는가! 전자민주주의 시대라고 해서, 한국의 웬만한 언론사 웹사이트 게시판들에마다 욕설이 난무하고 있다. 앞에서 내가 표현한 그대로 "오뉴월 똥통처럼 차올라 지독한 냄새"를 풍기고 있다는 것은 조금치도 과한 표현이 아니다. 관리자들의 부실 탓인지, 아님 고의적인 방치 때문인지 그 똥통속에 거꾸로 엎어져 있는 위대한 대한민국의 대통령, 위대한 대한민국의 국회의원, 어느 하나 사람 모양 가진 것이 없을 정도로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은 썩어도 이만저만 푹 썩어있지 않은것이오, 그리고 그 썩은 대통령과 썩은 국회의원을 뽑은 멍청한 국민들을 내려다보며 새들은 "그리워라, 내 사랑아, 내 곁을 떠나지마오!"라고 지저귀며, 웃으며, 노래 부르고 있는 것이다.
"연통"의 네티즌들! 특히 조선족을 헐뜯는 한국인 네티즌들은 남의 "자반뒤집기"를 그만하라고 충고하고 싶다. 뒤집어보아야 제망신이다. 오히려 "연통"이라는 산채(山寨)가 "연변"과 "조선족"이라는 동포 화합의 뻔뻔스런 슬로건을 내걸고, 취의청(聚議廳)에 흑선풍 리규같은 시커먼 호한들을 잔뜩 긁어모아 매일과 같이 쓰고 있는 그 "광인일기"야말로, 미쳤으면서도 미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것과 꼭 같이, 썩었으면서도, 자기보다 더 썩은 누가 어데 없냐고 두리벙거리는 격이다. 꼴볼견이라도 이만저만 꼴볼견이 아니다.
그리고 어처구니 없는 것이 그 두리벙거리는 시뻘건 시선속에 항상 우리 "조선족"이 들어있다는 사실 때문에 그만 개똥 밟은 기분이 되고만다. 행여나 우리라도 도정신해서 "불정상이 정상이 되는 세상", "미친 *이 미치지 않은 *으로 되는 수상한 세상"을 만들지나 말자!... (2004. 2. 2. 서울에서)
注 : * 표는 ( 넘)이라는 뜻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