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 둥지(연재54)

한국으로 시집가고 싶은 처녀동무들에게(19)

2008-03-30     김석

여러분들은 하느님의 존재를 믿습니까? 미안하지만 까마귀는 하느님은커녕 부처님도 안 믿습니다.

 

낳아준 부모의 말씀은 더욱 안 믿습니다.

 

어릴 때, 우리 부모는 까마귀가 반에서 일등을 하면 시계를 사준다고 했는데, 정작 일등을 하자 꼴찌를 한 형에게 사주는 거였습니다.

 

그러고는 까마귀의 머리를 쓰다듬어줍니다.

 

- 역시 까마귀는 머리가 좋아. 다음에 전교 일등을 하면 꼭 사줄게. 절대 약속을 어기지 않을 거야.

 

세상에 이렇게 괘씸한 일이 어디 있을까요?

 

일등이란 아무나 할 수 있는 건가? 일등이란 하고 싶으면 하는 건가? 힘이 나야 계속 일등을 할 거 아닌가?

 

말도 안 되는 거짓말에 속아넘어갈 까마귀가 아닙니다. 생각해보니 이 세상에 일등만큼 귀찮은 것이 없었습니다.

 

집을 뛰쳐나온 까마귀는 뒷산으로 올라가 엉엉 한바탕 울고 나서, 소나무 아래서 주먹을 쳐들고 두 번 다시 일등을 안 하리라 맹세했습니다.

 

덕분에 그 후로 까마귀의 인생에서 2등, 3등은 있어도 일등이란 두 번 다시 없었습니다.

 

- 희극이냐, 비극이냐?

 

까마귀는 여러분들의 판단에 맡깁니다.

 

하지만 일등을 안 하게 되니, 좋은 점도 없지 않았습니다.

 

남들의 눈길을 덜 받으니 마음이 편했고, 덕분에 자유로운 사유를 많이 하게 되니 객관적인 시각도 생겼습니다.

 

까마귀가 객관적인 사유를 많이 하는 이유는, 일등과 인연을 끊은 것과 깊은 관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까마귀가 형상적인 사유를 즐기는 것도 이와 관련이 없지 않다고 봅니다.

 

까마귀가 속세를 떠나 하늘 위에서 내려다 보니 인간세상은 허상(虛像)과 기만(欺瞞)으로 넘쳐났습니다.

 

결국은 이 세상에 믿을 건 까마귀란 놈밖에 없었습니다.

 

때문에 까마귀는 까마귀를 믿습니다.

 

까마귀는 까마귀가 만든 <연분학> (缘分学)의 학문으로서의 높은 가치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여러분, <연분학>(缘分学)이란 이 세상에 둘도 없는 위대한 학문인 건 누구도 부정을 못합니다.

 

- 18, 누가 만든 건데..^^

 

반론이 적지 않으리라 예상하지만, 부정을 하고 싶으면 증거를 내놓으십시오.

 

- 휜 고양이냐, 까만 고양이냐?

 

까마귀는 여러분들의 반론을 환영합니다.

 

학문이란 원래 문이란 문은 모두 활짝 열어놓고 하는 겁니다. 누구도 들어와서 듣고 갈 수 있고, 누구도 질문을 할 수 있습니다.

 

학문은 이와 같은 과정에서 부단히 발전하고 또 발전하는 겁니다. 까마귀는 <연분학>(缘分学)의 발전에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셨으면 합니다.

 

그니까 우리 한판 열나게 붙어볼까요?

 

하지만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모든 일에는 순서란 것이 있습니다.

 

반론을 제기하자면 우선 <연분학>(缘分学)이 뭔지 기본은 알아야겠지요? 그니까 잠자코 먼저 까마귀의 강의를 한번 들어보십시오.

 

<연분학>(缘分学)이란 대체 뭘 하는 물건(東東)인지 알고 나서, 부정을 하시던지 말던지 해야 할 거 아닙니까? 

 

아무데나 대고 이러 쿵 저러 쿵 하면 그건 개가 짓는 소리와 같습니다.

 

개소리를 중국말로는 ‘无的放矢’라고 합니다.

 

 

 

 

 

 

(담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