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고향에서 살 권리가 있다.
2003-11-14 운영자
지난 10월19일 오후 3시. 서울조선죽교회 앞마당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2000여명 동포들이 국적회복 출범식에 달려왔던 것이다. 한중수교가 이루어지면서 만주땅에 정착해 수십년 살아오던 재중동포들에게“코리안드림”이란 바람이 거세게 일기 시작했다. 동포들은 거액의 돈을 팔며 수십년간 길이 막혔던 한국으로 할아버지, 할머니, 선조들의 뼈가 묻힌 고국으로 밀물처럼 흘러들었다.
부분적 동포들은 고국에서 열심히 일해 돈을 벌어 부모처자가 기다리는 고향으로 돌아갔지만 많은 동포들은 체불임금, 사기, 산재 등의 피해를 받아 한국에 나온지 4~5년 지어 7~8년이 되지만 돌아가지 못할 처지에 이르렀다. 정부에서는 4년 이상되는 동포들을 11월16일부터 강제출국 시키기로 결정했다. 이에 수많은 동
포들이 단가마우의 개미신세가 되여버렸다.
고향에 돌아가 도저히 살아갈 수 없는 처지에 이른 재중동포 8명(오태화, 이수만, 김미옥, 김영준, 이성권, 우종암, 김경, 주승범)이 국적포기 선언을 했다.
흑룡강성 오상시에서 온 오태화씨는 1994년 5월 12일 이순화(딸, 670621-2968719)씨가 결혼으로 들어올 때 남편 이수만씨와 함께 결혼식 첨석차 부모초청 체류자격으로 한국에 왔다.
남편은 3대독자로서 어렸을 때 부모를 잃었고 오태화씨도 다른 형제가 있었지만 어렸을 때 폐렴으로 죽고 부모도 일찍 돌아갔다.
시골에서 농사를 짓던 오태화씨는 딸이 한국에 시집 올 때 얼마 남지 않은 재산을 다 처리하고 한국에 왔다. 지금 남편은 신체상황이 좋지않아 입원치료 중이고 오태화씨도 몸이 안 좋은 상태다. 딸은 한국에서 결혼식을 올린후 딸 둘을 낳았지만 남편의 문제로 이혼하고 혼자 두 아이를 키우며 살아가고 있다. 오태화씨는 중국국적을 포기하지 않으면 외동딸과 헤여져 살아야 할 처지고 몸이 좋지 않은 부부가 중국에서 독립생활을 해나갈 어려운 형편이다. 딸 이순화씨도 한국에서 일가친척 없이 어린애 둘을 데리고 홀몸로 살아갈 수 없는 절박한 상황이다. 그녀는 이런 상황에서 부득이 중국국적포기선언을 하였다.
재중동포 김미옥씨의 형제는 모두 한국사람이다. 그의 부모는 큰딸 김미자, 둘째딸 김애자를 한국에 두고 살길을 찾아 만주로 갔다. 6·25가 터져 고향(경남 하동군 청암면)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김미옥씨는 1969년 김상호씨와 결혼하여 딸 김월화를 낳았다. 김미옥씨의 남편은 1980년 중국에서 병으로 돌아갔다. 딸 김
월화양은 1995년6월 한국인 한희동과 결혼하여 아들 둘을 낳았다.
지금 작은 어머니와 형님은 경남 경주군 하동면에 살고 있고 외삼촌은 김해에, 이모는 송탄에서 살고 잇다. 친정어머니도 2002년에 한국국적을 취득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녀는 중국국적 포기를 선언했다.
중국 길림에서 온 우종암씨는 1995년 5월에 부모초청으로 한국에 와 피땀으로 번 돈 4000여만원을 한국인(박장수)에게 사기당해 오도가도 할 수 없는 처지에 이르렀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지금은 병까지 생겨 고향에 돌아가도 살아갈 수 없는 막막한 처지다. 60이 넘은 우종암씨는 한국에 있는 딸과 사위와 남은 여생을 함께 살게 해달라고 한국정부에 국적신청을 하였다.
이날 대회를 주최하고 이끈 서울조선족교회 서경석 목사는“재중동포들에게 본인이 원하면 고향에 돌아와 살 천부적인 권리를 줘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였다. 그는“한중수교 직후에 한국이 재중동포를 국민으로 받아들일 수 없었던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우선 한국은 지금 3D업종의 인력난을 겪고 있고 또 인구 증가율이 너무 낮아 인구 감소가 심각한 상태다. 뿐만 아나라 한국기업의 중국진출을 위해서도 재중동포들이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서경석 목사는“중국동포에게 한국국적을 전부 준다해도 한국은 이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동포들을 한국에 모두 데려와도 인력난을 다 충족시킬 수 없는 상황이다. 동포들에게 국적을 준다해도 국적을 가지려는 분들이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중국에서 온전한 직업을 가지고 편하게 살아가는 동포들은 국적을 준다해도 가지려 하지 않을 것이다. 조선족 동포들이 한국국적을 회복해서 어느 정도 돈을 모으면 대부분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 경제활동을 하게 될 것이다. 물정을 잘 모르는 한국에서 밑바닥 생활을 하며 살아가려 하지 않을 것이다”고 피로하였다.
서경석 목사는“중국 조선족은 지금 바야흐로 사라질 위기에 직면했다. 인구가 급겨히 감소되고 출생률이 4분의 1이 줄어들었다. 농촌의 조선족학교 80%가 문을 닫고 조선족 아이들이 漢族학교로 옮겨가면서 우리 말을 잃어가고 있다.
또 중국정부에서‘조선족의 漢族化’를 바야흐로 추진하고 있으므로 조선족은 자기의 민족적 주체성을 잃어가고 있는 준엄한 상황이다”고 갈파했다.
서경석 목사는“혹자는 조선족에게 한국국적을 주는 것을 중국 정부가 극도록 반대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럴 수 없거니와 그럴명분이 없다. 중국 정부도 화교가 중국국적을 요구하면 국적을 주고 있다.
조선족이 원해서 국적을 신청하는데 중국 정부가 어떻게 하겠는가?
한국정부가 동포1세의 국적을 회복해 주고 있지만 중국정부가 이를 반대한 바가 없다. 한국정부는 국내에 체류하는 우리 동포들을 따스하게 대해야 한다. 최소한 금년 6월 이후에 한국에 들어온 동포들을 제외하고 다른 동포들은 추방하지 말아야 한다.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사소한 일로 이들의 눈에서 피눈물이 나게 해서는 안된다. 그들은 어차피 한국국적을 주어서 함께 살아야 할 피를 나눈 우리들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라고 재삼 갈파했다.
박영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