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진출국한 동포 어떻게 살고 있나?> : "돈보다 중요한 것이 가족입니다”

2004-02-03     운영자
나는 한국에서 11년간 불법체류 생활을 하다가 지난 9일 중국으로 일시 귀국했다. 처음엔 귀국하면 중국공안들이 체포한다는 말에 망설이기도 했으나 동포단체의 설득과 정황으로 파악해 볼 때 날저된 여론이라고 판단하고 중국행 티켓을 끊었다. 고향 연길시에 도착한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시원스레 쭉뻗은 도로며 고층건물들이 숲을 이루며 들어 선 도시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우리말 속담에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있는데 누가 만든 말인지 감탄을 금치 못하겠다.
집에 와 보니 3살 때 헤어진 아들은 170이 넘는 키에 중학교를 다니고 있었고 어렸을 때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아들 공부방 서랍에는 내가 그동안 보내주었던 편지며 사진들이 학교에서 받았던 각종상장 트로피와 함게 전시되어 있었다. 아버지란 인물은 아들의 마음속에 서는 그저 상상속의 인물에 불과 했던 것이었다.
고독하게 자란 아들은 친구도 없고 사람을 만나기 싫어하고 하루 종일 말이 없다. 어렸을 때 종알종알 말하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하긴 부모 곁에 없이 10여년을 살아왔으니 그럴만 하기도 하다. 좀더 일찍이 아들 곁으로 돌아오지 않았던 것이 못내 후회스럽다. 그러나 서울조선족교회의 설득이 없었다면 언제 중국으로 돌아올지 몰랐을 것이며 하마터면 아들을 잃을 뻔 한 느낌이며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면 너무나도 감사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다.
요즘에는 매일매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돈보다도 부모형제 그리고 꿈에만 그리던 자식과 같이 있으니 말이다.

[백두산 천지를 찾는 이유]
한편 길림이 고향인 올해 51세인 김모씨는 서울에서 6년간 생활을 하다가 지난 15일 서울조선족교회의 권고로 자진 귀국하였다. 그는 서울에서 건물 철거관련 일을 하였다. 성실한 근무태도로 그는 업계에서는 알아주는 기공으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그는 50세가 다된 부인과 23살인 대학재학중인 큰 아들과 고등학교에 다니는 19살의 작은 아들이 있다. 오랜 고된 노동으로 그는 몸이 많이 허약한 편인데 귀국 하자마자 밀려드는 친구들과 친지들의 접대에 몸 돌볼 시간없이 보낸다고 한다. 그는 중국으로 입국 후 2주나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아무런 조사나 주위에서 그 어떤 한국국적 취득 운동에 대한 말을 들어 본적이 없다고 한다. 한국에서 힘든 일을 하면서도 짬짬이 시간을 내여 지난 2002년도에 서울조선족교회 컴퓨터실에서 제 2기로 컴퓨터를 배&#50911;다고 한다. 그는 인터넷을 배웠고 많은 네티즌을 사귀였으며 다움사이트에 백두산천지라는 카페도 차렸다고 한다. 현재 회원이 1000명이 훨씬 넘는데 중국으로 귀국 시 한국에서 사용하던 컴퓨터를 가지고 돌아왔는데 인터넷을 연결하여 회원들과의 대화나 소식을 전한다고 하는데 인터넷 환경이 좋아진 덕분인지 한국에서 사용하던 인터넷 환경 못지 않게 잘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올 7월 한국으로 귀국일자에 앞서 많은 곳을 관광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는 우선 백두산 천지를 구경할 예정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가까이에 있지만 결코 다니지 않았던 곳이었는데 한국에서 있으면서 무지 후회하였다고 한다. 중국에 돌아온 그는 요즘 오랜만에 같이 하는 가족들과 함께 매일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고 말했다.

[KBS보도로 괜한 두려움]
또한 길림성 연길시가 고향인 박모씨(53세)는 국적회복운동 적극가담자이기도 하다. 그는 중국입국시 아무런 조사도 받지 않았다면서 당시 한국에서 귀국하면 받을 처벌에 두려움까지 느꼈다면서 거짓여론에 손을 들어준 KBS방송사의 무책임성에 강한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6년만에 돌아온 고향 연길은 많은 변화와 발전을 가져왔으며 몰라보게 커진 자식들을 보는 그의 심정은 연신 희비에 엇갈린다고 한다. 23살인 큰딸은 공부를 잘 해서 일본에 유학을 갔다고 하지만 작은 아들은 고등학교 중퇴라고 한다. 그는 아버지로서 자식들이 한창 부모의 사랑이 필요할 때 돈 벌려고 자식 곁을 떠난 게 후회스럽기도 하다고 한다. 요즘에는 매일 아들과 같이 시간을 보내면서 그동안 주지못하였던 아버지로서의 책임을 조금이나마 되 찾으려고 노력 한다고 했다.

<중국연길에서 푸른언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