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과 5월과 꽃과 잡생각
아침을 여는 이 주 시(2008.3.3-3.9)
2008-03-03 주성화
나의 생은
물에 잠긴 나의 모습과 같은
흔들림이다.
둥근 총구멍에서 튕겨 나와
흐름의 궤적을 볼 수 없는
화약의 사라짐을 동행하는
한 발 탄알이 묘사하는
에너지의 연기 같은 폭발이기도 하다.
고요한 물밑을 저어대며
가라앉는 잠수함 같은
반복의 순환이다.
나중엔 한 덩어리
소금물에 저린 파철
나의 생은 또한
철로 씌운 네모난 북을
울리려는
어리석음의 깨달음이다.
2.
어느 날은
귀여운 백조가 찾아드는
잠든 호숫가에서
흘러간 나의 생 같은
여인을 보았을 때
난 앞날을 슬퍼했다.
모든 것이 과거처럼 다감했지만
슬픔을 어찌할 수 없었다.
3.
당신의 터널 같은 눈동자는
빛의 오묘를 담고 있다.
나의 생명은
우주의 손톱만한 그림자의 짙음이다.
4.
오월은
눈물 같은 뜨거움이 가지에 올라
무덤 같은 꽃이 둥글어
아직은 어리석은 나날의
규시窺視이다.
열매는 멀리서 아물거리고
씨앗은 더욱 멀어
오늘은 서글픔의 오월이다.
이때쯤은
소생하는 산의 하품을 깎아
하늘 향해 조작
이룰 때다.
오월에는
해의 탄성彈性으로
무형의 영기가 피어난다.
5.
흐르는 물은 계절처럼 고요하고
앞날이 구름처럼 내려앉아 떠가다
6.
꽃은 갑골문甲骨文 같은 거다.
7.
어느 불길한 태몽이
어머님의 정서를 흔들어 놓았다
또 어느 불길한 성좌가
나의 태반을 가로 탔나 보다
그어 놓은 뱀 같은 곬을 따라
삶이 흘러가고
철궤 위 달리는 열차처럼
나는 마찰 없이 사라지다
꽃이 쓰러진 자리가
썩은 흙 될 때
만물은 의미와 자리 같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