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와 몸종이 뒤바뀐 비운의 운명

<도규섭의 역사이야기 >

2008-02-13     동북아신문 기자
조선 증종때였다.증종왕에게는 지지리 박색한 공주가 있었다. 용모는 메주덩이였으나 마음만은 착하여 자색이 어여쁜 몸종과도 무랍없이 사이좋게 지냈다. 어느날이였다, 공주가 거울을 들여다 보며 자신의 못난 얼굴을 한탄하고 있을 때 몸종이 바람결 처럼 쫒아 들어오며 어리광을 부렸다,

   “아유 마님 이 화창한 봄날에 방안에서 뭘 하세요.”

 

   공주는 얼른 거울을 뒤집어 엎으며 “아니 그냥 ”하고 열적은 웃음을 지어보였다.눈치가 역은 몸종은 이내 공주옆에 상큼 다가와 앉으며 상우에 놓인 거울을 집어들고 자기의 얼굴을 비추어 보았다.거울속에 비낀 아릿다운 자상에 몸종은 황홀했다. 그녀는 마치 공주를 놀려주기라도 하듯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해죽거렸다.그 거동을 지켜보는 공주의 마음은 부럽고 쓸쓸했다.하지만  공주의 심기를 눈치챈 몸종은 공주를이끌고 바깥을 나서 후원으로 향했다,기화요초가 만발한 후원에는 봄볕이 쏟아지고 있었다.울적하던 기분은 가뭇없이 사라지고 공주의 가슴속에는 간질간질한 봄기운이 부풀어 올랐다,공주와 몸종은 두손을 서로 마주잡고 파아란 하늘을 쳐다보며 나비처럼 빙글빙글 돌았다.연분홍 치마자락이 봄바람에 나풀거릴때 공주의 못난 얼굴에도 웃음이 방글거렸다, 돌아갈 무렵 공주는 문득 옆구리에 찬 옥패를 때여 몸종에게 주며 말했다.

   ‘이걸 가져“

   “마님 ”몸종은 영문을 몰라 두눈을 둥그렇게 뜨고 공주를 쳐다보았다.

   “가지라면 가져 이건 내가 너에게 주는 선물이야”

   “하지만 제가 어찌 이 소중한 선물을‘

   옥패를 받아든 몸종은 황공한 마음에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

 

   며칠이 지난 뒤였다.공주가 글방에서 시문을 외우고 있노라니 문밖에서 “마님‘하는 웬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문을 열고 바라보니 몸종의 어머니가 몸종을 데리고 와서 머리를 조아리고 서 있었다.

   “무슨 일이냐‘

   몸종의 어머니는 옥패를 들어보이며 떨리는 목소리로 여쭈었다.

   “망극하옵니다 마님 우리 이 애가 감히 마님의 소중한 옥패를 지니고 있으니 이 죄를 어찌 하오리까”

   “오 그런 일이였구나”그제사 영문을 알았다는 듯이 공주는 머리를 끄덕이며 몸종의 어머니를 꾸짖었다.

   “그건 내가 몸종에게 준 선물인데 네 어찌 사실전말을 잘 알지도 못하고 함부로 애를 나무라는거냐‘

   몸종의 어머니는 더 말을 있지 못하고 몸종을 데리고 물러갔다.

 

   한편 증종대왕은 과년한 공주가 외로이 독수공방하고 있는 것이 못내 가슴에 걸리엿다.꽃이 고으면 나비들이 절로 찾아들련만 못난 공주한데는 찾아오는 대상자가 없었다. 시중어른한데 연통을 놓아 두루 수소문도 해 보았지만 오는 사람마다 공주의 얼굴을 보고는 모두 코를 찡그리고 줄행랑을 놓으니 증종대왕은 주야로 골머리를 앓았다.이때 나타난 청혼자가 있었으니 이자가 바로 신려들 중 악명 높은 이대감이였다.온갖 권모술수로 임금의 은총을 한몸에 지니고 금은보화를 긁어모은 그에게는 세상에 부러울것이 없었으나 변변치 못한 자식놈의 출세길이 늘 노심초사였다.허우대는 멀쩡한놈이 빛좋은 개살구여서 공부는 뒤전이요 밤낮없이 술추렴에 기생집에만 출몰하다보니 과거마다 락방이다. 이런중에 생각한 묘책이  바로 아들을 부마로 들여 놓는 것이였다.그렇게만 된다면 임금과의 친분도 한층 돈독해질 것이요 아들 또한 출세길이 자연 트일것이니 이아니 꿩먹고 알먹고 도랑치고 가재잡고 일조이석이 아니겠는가 이대감은 고개를 재쳐 너털웃음을 웃으며 손바닥으로 무릎을 탁 쳤다.

 

   추석이 지난 한가위 날씨는 아직도 햇볕이 뜨겁다.정자에 앉아 부채질을 하고 있던 이대감은 대문을 열고 들어서는 아들을 불러 세웠다,

   “내 너와 조용히 헐 애기가 있으니 이애비가 하는 말을 명심하여 듣거라”

   “네 아버님 말씀 하세요”

   “이제부터 너는 부마가 되는거다. 알겠느냐”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 아들은  취한 술이 번쩍 깻다,

   “아니 아버님 금방 나보고 부마가 되라 하셧소?”

   “그래 너 한데 복이 굴러 온거다,”

   “그럼 나더러 그못난 공주와 결혼하란 말입니까?”

   “오냐”

   언젠가 성묘하러 가서 공주를 한번 피뜩 본적이 있는 아들은 오만상을 찌프리며 애비에게 매달려 애원 했다.

   “아버님 그건 아니되옵니다.그 녀자를 보기만 해도 끔찍하외다 이제부턴 열심히 공부하고 기생집과도 발길을 끊을 태오니 제발 그 혼사만은 취소해 주시옵소서”

   “아니된다 내 이미 전하를 뵈옵고 매듭을 짛은 일이니 그리 알고 군소리 말어라”

   이대감은 한사코 매달리는 아들을 뿌리치고 일어나더니 도포자락을 휘휘 내 저으며 사랑채로 들어가 버렸다.

   이대감 아들이 부마로 들어간다는 소문은 공주도 모르는 사이 순식간에 온 장안에 파다하게 퍼져나갔다.소문은 몸종의 귀에까지 전해졌다.

   “마님 감축 드리옵니다.”

   “감축이라니?”

   공주는 얼떨떨 해서 몸종을 쳐다보았다.

   “아유 마님깨서는 이직 밤중이구만요”몸종은 들은 소문을 곶이곧대로 소상히 고하였다. .

   “그게 정말이더냐?”

   “마님두 불안땐 굴뚝에 연기 날라구요  도련님 풍채도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다들 입방아를 찧던데요”

   공주의 얼굴에 금시에 화색이 돌았다.부풀어 오르는 기쁨에 공연이 가슴이 활랑거렸다.하지만 공주는 부러 정색을 하고 몸종을 꾸짖었다.

   “네 이년 어디서 떠도는 소문을 듣고 함부로 주둥아리를 놀리는 거냐‘

   공주의 심사를 눈치챈 몸종은 입을 비죽거리며 쌩긋 웃어보였다.

 

   공주의 애타는 기다림 속에 드디여 성례날이 닦쳐 왔다.임금의 경사라 온 장안의 사람들이 구름때 처럼 몰려들어 백년해로. 축하를 올리는데 애비의 령이 두려워 마지못해  끌려나온 이대감댁 도련님은 맘에 없는 혼례를 치르느라 혼줄을 뺏다.밤이 되자 그의 마음은 더욱 무거웠다.동방화촉 밝은 방이 그에게는 생지옥이였다. 장차 공주와 한 이불을 덮고 살아갈  생각하니 기가 막혔다 이때였다. 삐걱 하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도련님은 신부가 들어오는줄로 여기고 그대로 고개를 떨군채 땅이 꺼지게 한숨이다.헌데 한참을 기다려도 기척이 없기에 슬며시 머리를 들어보니 뜻밖에도 심야에 신방에 나타난 사람은 못난 신부가 아니라 웬 아릿다운 미모의 여자가 고개를 다소곳이 하고 문어귀에 서 있었다.이게 웬 떡이냐 도련님은 금시에 희색이 마면했다..

   “아씨는 뉘시오?”

   “망극하오나 소인은 공주마마의 몸종이옵니다.”

   ‘그래 어인 연고로 온거냐?“

   “소인은 마마님의 잠자리를 펴드리려 왔사옵니다.”

   수줍어 고개도 감히 들지 못하고 깍듯이 대답을 올리는 몸종을 도련님은 얼빠진 사람처럼 입을 해벌리고 바라보았다.

   “이리  가까이 오너라”

   몸종은 사쁜사쁜 걸음을 옮겼다. ,교태를 머금고 도련님 면전에 서있는 몸종의 자태가 휘황한 초불에 비껴 더욱 황홀했다,  음탕한 눈길로 몸종의 몸매를 쓸어보는 도련님의 가슴속에는 치미는 정욕이  독사처럼 꿈틀거렸다.그는 마침내 생선을 본 고양이 처럼 몸종의 허리를 휘여감았다..

   ‘도련님 왜 이러세요 ’가볍게 밀치는 몸종의 목소리가 애교에 젖었다.도련님은 미친 듯이 달려들어 몸종의 옷고름을 잡아다렸다.몸종은 두손으로 가슴을 움켜잡으며 애원했다.

   “도련님 오늘 밤만은 제발 이러지 마세요 훗날‘

   그 말에 정신이 번쩍 든 도련님은 몸종을 놓아주며 혼자말처럼 씩씩거렸다.

   “그래 오늘 밤은 안돼지 훗날 보자꾸나”

 

   이날밤 공주와 한이불에 든 도련님은 동상이몽으로 날을 밝혔다,

   도련님과 눈이맞은 후로 몸종은 공주 몰래 자주 신방에 드나들었다.교태를 머금고  은근히 추파를 던지는 몸종을 단참에 집어삼키고 싶었지만 도련님은 공주의 눈이 두려워 감히 경거망동을 못하고  유흔한 기회만을 노리고 있었다.그러던 어느날이였다. 중전께서 공주홀로 교태전에 왔다가라는 전갈이 왔다.마침내 절호의 기회가 왔다.몸종은 공주가 탄 가마가 대문 밖을 나가기도 전에 신방으로 달려들어와 도련님의 품에 안겼다.몸종을 그러안은 도련님은 입이 함지박만 해졌다.

   “으흐 요 귀염둥이”

 

   도련님은 몸종의 덩실한 궁둥이를 툭툭 치며 한손으로는 급급히 옷고름을 풀어해쳤다.박속같은 하얀 속살이 드러났다.도련님의 입가에 건침이 질질 흘러내렸다.바지춤 속에 웅크리고 있던 양두가 약을 올리며 머리를 쳐들었다 여태까지 참아왔던 정욕이 홍수처럼 터졍나왔다. 마침내 두 알몸둥이는 한덩어리가 되었다.기생방에서 숙달된 도련님은 고양이가 쥐를 다루듯 능숙한 솜씨로 몸종을 다루었다. 육중한 몸둥아리 밑에 눌리운 몸종은 머리를 뒤로 한껕 재친채 눈을 흡뜨고 숨이 넘어갈 듯 신음소리를 내였다.도련님은 입을 해벌리고 땀을 뻑뻑 흘리며 기세사납게 살찐 궁둥이를 들까불었다. 옥문에서 팟죽 끓이는 소리가 요란하다  미친 듯이 씩씩거리며 요동을 치는 도련님은 마치 성난 사자와도 같이 몸을 달삭이며 아우성을 치는 몸종을 금시에 집어삼키려는 듯 일진광풍을 일으켰다. 몸종은 드디여 악 하고 드리 긋는 소리를 지르며 두눈을 감았다. 이때였다.문이 벌컥 열리며 공주가 들어섰다.초풍을 하리만치 놀란 두 년놈은 치마폭으로 아랫도리를 가리우고 벌떡 일어나 앉았다.공주는 속이 휘딱 뒤집혔다.그녀가 제일 보기 꺼려하고 제일 보기 흉한 일은 끋내 벌어지고 말았던 것이다.몸종을 노려보는 공주의 눈이 서리빛 같다.

   “내 이년 냉큼 물러가지 못할까!”  

   몸종은 주섬주섬 옷을 줏어입고 헝클어진 머리결을 손질할 경황도 없이 창황이 밖으로 쫒겨 나갔다.팔딱이는 가슴을 움켜쥐고 문간에 서있는 몸종은 이제 무슨 벼락이 떨어지려나 하고 간이 콩알만해져서 부들부들 떨고 있는데  홀연 방안에서 들려오는 말소리에 금방 두귀가 쫑긋 했다..

   “서방님 몸종을 첩으로 받아들이세요”

   “여보 그말이 진정이요?”

   “네”

   “여보 고마우이 흐흐흐”

 

   터져나오는 도련님의 웃음소리에 몸종은 속으로 해죽 웃었다.공주의 말은 거짖말이 아니였다.도련님은 이튼날로 당장 거처를 정하고 몸종을 첩으로 앉혔다.그리고는 주야로 몸종의곁을 떠나지 않고 희희락락 했다.일조에 생과부가 된 공주는 흐르는 눈물을 속으로 삼키며 오로지 못난 자신을 한탄할 뿐이였다.어느날 공주는 도련님을 만나뵈러 작은댁으로 갔다.분단장을 곱게 하고 서방님 옆에 바짝 붙어 앉아 해죽거리는 몸종은 공주가 들어서는데도 일어서기는커녕 바로 쳐다보지도  않고 “오렌만일세 거기 앉게나”하고 오히려 제쪽에서 정실행세를 했다.몸종은  서방님 자랑을 한동안 침이 마르도록 늘여놓더니 문득 옥패 하나를 꺼내여 공주에게 보여주며

   “이 옥패가 어때?”하고 공주의 기색을 살폇다.

   “정말 예쁘구나 ”공주는 옥패를 만지작거리며 경탄 했다.

   “이건 우리 서방님이 준거야”기가 오른 몸종은 옛날 공주가 선물로 주었던 옥패를 꺼내여 획 집어던지며 빈정거렸다.“그런데 이 옥패는 빛깔이 이게 뭐야 이젠 네게 필요없으니 가져가게나”

 

    옥패를 되돌려 받은 공주의 슬픔은 이루 형용할 수 없었다.단 하나 못생긴 연고로 그녀는 완전히 몸종의 신세로 뒤바뀌고 말았다.해는 가고 달은 바뀌여 어느듯 이듬해 가을이 닦쳐왔다.공주의 배가 남산처럼 불어올랐다.신혼 첫날밤 들어선 태기가 벌써 만삭이 되여오고 있었다.하지만 도련님은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소슬한 바람이 락엽을 휘몰아 치던 어느날 밤이였다 도련님과 몸종이 한창 춘몽에 무르녹고 있을 때 바깓에서 갑자기 대문 두드리는 소리가 요란 했다.도련님은 노기충천하여 호통을 쳤다,

   “이 야심한 밤에 어인 소란이냐”

   “도련님 큰일 나셧습니다. 마님께서 지금 막”하인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님께서 지금 막 어쩻단 말이냐?”

   “마님께서 난산으로 위급하오니 속히 가 보시옵서소”

   도련님이 놀라 벌떡 몸을 일으키려니 몸종이 새춤해서 쏘아부쳤다.

   “챗 난산이 무슨 유세라더냐”

   도련님은 몸종의 기색이 퍼래있는 것을 보자 이내 문간에 대고 고함쳤다.

   “이 미욱한 놈 같으니라구 난산이면 의원을 불러야지 날 부르면 낸들 어떻하란 말이냐 당장 물러가거라”

    하는 수 없이 발길을 돌린 하인은 새벽녘이 되어 또다시 허겁지겁 달려왔다.

   “도련님 도련님 마님의 목숨이 경각에 이르렀사옵니다‘

    허나 아무리 대문을 두드리고 애원을 해도 방안에서는 아무런 기척이 없다 하인이 공주의 처소로 달려왔을 때 난산으로 밤새껃 홀로 아우성을 치며 방바닥을 뒹굴던 공주는  끝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공주가 몸종에게 갖은 수모를 당하고 난산으로 죽었다는 소문은 삽시에 온 장안을 놀랍게 했다. 대노한 증종왕은 즉시 부마와 몸종을 대령 시켰다

   “네 이놈들 네놈들이 지은 죄를 낱낱이 고하여라!”

   대청 앞에 꿀어엎딘 부마와 몸종은 사시나무 떨 듯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자신들이 저지른 추잡한 행실을 빠짐없이 이실직고했다. 전말을 듣고난 증종은 추상같이 꾸짖었다.

   “괘씸한 놈들 짐이 평소 네놈들을 박대하지 않았거늘 네 어찌 이같은 일을 저지를 수있단 말이더냐!”

   “소인들이 죽을죄를 지었으니 제발 목숨만 살려 주시옵소서”두 년놈은 연신 머리를 조아리며 손이야 발이야 빌었다.

   “네놈들이 그러고도 감히 살아남기를 바랐더냐!”

 

   증종왕은 즉시 그들에게  엄벌을 내렸다. 부마는 곤장 백대에 종신유배를 시켰고  몸종은 곤장 백대에 삼십년 유배를 시켰다. 허나 몸종은 곤장 백대를 다 맞기도 전에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어 죽어버리고 말았다.  2002,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