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출국 악용 체불임금 지급 미룬다.

2003-11-13     운영자
출국 악용 임금·퇴직금 지급하지 않는 경우 엄벌

서울지방노동청과 서울 강남지방 노동사무소 등 서울지역 7개 지방 노동사무소는 청장과 사무소장 등 직원 40여명은 23일 아침 8시부터 영등포역 광장 부근에서 불법체류 외국인 근로자들의 합법화 신청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였다.

조주현 서울지방 노동청장은 "불법체류자 합법화 신청 기한이 이달 말까지"라며 "국내 체류기간이 4년 미만인불법체류 근로자는 기한내 해당 고용안정센터를 찾아 확인 등록을 해야 불이익을 받지 않게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상당수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들은 밀린 급여를 받지 못해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는 상태에 놓여 있다.
4년이상 체류해 11월15일까지 고향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천여만원까지 못받고 있는 조선족들은 가슴만 졸이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흑룡강 출신인 이모 씨는 불법체류한지 4년이 넘었지만 도저히 귀국할 수 없
는 처지다. 이 씨는 지난 98년 5월부터 99년 6월까지 H건설에서 아파트 공사를 한 임금4500만원을 지급받지 못해 서울 남부지원에 소송해 승소했지만, 지금까지
체불된 임금을 못받고 있다. 이 씨는 또 작년 4월에 일한 인건비120만원과 4월부터 5월사이 조모 팀장에게 인건비 4백5만원을 못받았고, 6월부터 3개월동안 서울 대치동과 양재동에서 주택공사를 했으나 지금까지 체불급료 3500만원을 못받고 있다. 따라서 이 씨는 현재 받아야할 체불임금이 모두 8500만원에 이르고 있어 이 돈을 받지 않고는 갈 수 없는 상황이다.
길림성 출신의 김모 씨도 이 씨처럼 월급을 못받아 서울 지방법원에 소송을 하고 있다. 1997년 한국에 입국한 김 씨는 법원에서 피고인을 찾지 못해 재판이 진행
이 되고 있지 않고 있으며, 사기당한 빚을 갚느라고 수중에 돈도 없어 이런 상태로는 귀국할 수도 없는 처지에 놓였다. 체불임금을 못받은 경우 말고도 꿔준 돈을 받지 못해 출국을 못하고 있는 경우도 다반사다.
1996년 말에 입국한 흑룡강 출신인 김모 씨는 98년 8월 건설현장 김모 반장에게 500만원을 빌려주었는데 아직까지 받지 못했다.
김 씨는 "김 모 반장은 오늘날까지 준다준다 하면서 주지 않고 있다"면서 "빌려준 돈을 받으려고 수 백번을 찾아다니다 보니 일을 얼마 하지 못했다"며 도저히 중국으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을 설명했다.
김 씨는 "이러한 딱한 사정을 고려해 1년 정도만 연장해 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은 불법체류 4년 시한이 넘어 자진출국하지 않을 경우 범칙금을 물어야 한다.

현재 노동부 집계로 외국인 노동자의 밀린 임금은 올 상반기에만 44억9500만원(1인당 167만원)에 이른다. 이 수치는 체불 신고된 1742개 사업장만을 대상으로 한 데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불법체류자를 고려하면 실제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가 하루 평균 100여건 받는 상담가운데 20여건은 체류 4년 이상 외국인노동자의 임금체불과 관련한 내용이다.
불법체류 외국인 합법화 관련 대국민특별담화 발표노동부, 임금·퇴직금 지급하지 않은 업주 엄벌임금체불은 불경기 등 불가피한 경우도 있지만 일부에서는 강제 추방을 악용하고 있는 악덕업주에 의해 일어나기도 하며, 숙련공을 잡아두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고용허가제 실시로 한국을 떠나야 하는 불법체류자들은 8만7천여명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밀린 임금과 퇴직금을 받지 못하고 있어 또 다시 불법체류자로 몰릴 위기에 놓여 있다.
이러한 가운데 노동부와 법무부 및 행정자치부 장관은 지난 22일 외국인노동자
합법화 절차와 관련한 합동 담화문을 발표하고 4년 이상 불법 체류 외국인 노동자는 다음달 15일까지 자진 출국해야 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는 외국인등록 마감시한이 다가왔지만 체류자격변경신청을 마친 불법체류 노동자가 지난 21일까지 8,584명으로 전체 불법체류 근로자의 37.7%에 불과해 사업주와 외국인노동자
들에게 등록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다.

권기홍 노동부장관은 담화에서“국내 체류기간이 4년 미만인 불법체류 외국인은 오는 31일까지 확인등록 및 취업확인을 받은 뒤 다음달 15일까지 출입국관리 사무소에서 체류자격을 변경하면 최장 2년간 합법적인 취업을 보장받게 된다”고 밝혔다. 권장관은 또“체류 4년이 넘는 외국인의 경우는 11월15일 이전에 반드시 자진출국해야 재입국시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면서“합법화에 따라 신청하지 않거나 자진출국하지 않는 불법체류 외국인은 관계법에 의해 처벌되고 강제출국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권장관은 "다음달 16일부터는 대대적인 단속을 벌여 강제 출국시킬 것"이라면서 "사업주도 불법체류 외국인근로자가 합법화 신청과 자진출국을 할 수 있도록 독려해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권장관은“출국을 악용해 임금·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 엄정 처벌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또 사업주들에게도 외국인 근로자들의 체류 합법화 신청에 적극 협조해 줄 것과 함께 자진출국 대상 외국인들에 대한 사업주의 체불 행위를 엄격히 처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합법화 절차가 종료된 뒤에 불법체류자를 고용하는 사업주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 등 관계법에 따라 처벌할 방침이다.
손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