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바위와 황금닭

<신길우의 수필 76>

2007-11-05     동북아신문 기자

  어릴 때 살던 고향 마을 뒷산에 '쌀바위'라는 커다란 바위 하나가 있었다. 그 바위에는 조그마한 구멍이 하나 뚫려 있었는데, 옛날에는 그곳에서 매일 한 차례씩 쌀이 나왔다. 그래서 이 바위를 ‘쌀바위’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당시 이 바위 부근에는 작은 절이 한 채 있었다. 그래서, 절의 식구들은 매일 ‘쌀바위’에서 나오는 쌀로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고 먹고살았다.

 

  그런데, 쌀은 언제나 필요한 만큼만 나왔다. 식구가 많아지면 더 나오고 줄면 준 만큼 적게 나와서 항상 알맞은 분량의 쌀이 그 구멍에서 나왔다. 식구 수에 맞추어서 항상 나오는 것이었다.

 

  어느 날 공양주가 쌀을 가지러 왔다가 이렇게 생각하였다.

  ‘구멍을 크게 뚫으면 쌀이 더 많이 나올 것이 아닌가? 그러    면 담아놓고 편하게 쓰고, 배가 터지도록 먹을 수도 있을 것    이다.’

  그렇게 생각한 공양주는 쌀 구멍을 징으로 쪼아 넓혀 놓았다.

  그러자, 쌀은 더 이상 나오지를 않았다. 쌀 구멍을 아무리 쑤셔 보아도 쌀은 한 톨도 나오지 않았다. 그때부터 쌀바위는 쌀이 나오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이솝우화에도 이와 비슷한 황금알 낳는 닭 이야기가 나온다. 매일 황금알을 낳는 닭이 있었다. 주인은 좋아라고 그 닭을 온갖 정성을 다하여 길렀다. 그러다가 어느 날 이런 생각을 하였다.

  ‘매일 황금알을 하나씩 낳으니 뱃속에는 황금이 가득할 것이    다.’

  그래서, 주인은 하루아침에 벼락부자가 되고 싶어 황금닭의 배를 갈랐다. 그러나 닭은 평범한 보통의 닭과 똑같았다. 황금은 고사하고 닭까지 죽이고 만 것이다.


  복은 복이다. 또한 복은 달라고 빌고 조른다고 얻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복이 특별한 것은 아니다. 일상적으로 먹고 자고 입는 것에 별로 구애받지 않고, 일하며 살아가는 데에 크게 어려움이 없다면 그것이 곧 복을 받은 것이다. 그러므로, 삶 자체가 복이요 복을 받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복을 복으로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복이란 어떤 특별한 혜택이요 큰 이익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횡재 같은 것을 복으로 잘못 생각하기도 한다. 그래서 어떤 이는 복을 하나도 받지 못했다고 앙앙거리며 살기도 한다.

 

  더구나, 어떤 것은 자기에게만 주어진 것인데도 고마워할 줄을 모른다. 오히려 더 많이 더 좋은 것을 받지 못해서 안달을 한다. 복을 받았다고 여겨도 감사할 줄을 모른다. 사람의 욕심이란 끝이 없는 것이어서 그럴까?

 

  그러나, 우리는 매일 끝없이 복을 받고 있다. 복이 끊임없이 내려지고 있다. 때때마다 먹을 수 있다는 것도 복이요, 입고 나갈 옷이 있는 것도 복이다. 잘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복된 일인가? 만날 사람이 있고 함께 일할 사람들이 있는 것도 큰 행복이다. 무엇보다도 살아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엄청난 복을 받은 것이다.

 

  그러므로, 고마워할 줄 아는 마음부터 가질 일이다. 마음에 차든 안 차든, 많든 적든 내게 주어진 모든 것이 복을 받은 것이다. 그러므로, 주어진 자체를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 고맙기에 삶이 즐겁고, 감사할 줄 알기에 정겹게 살 수가 있다. 굶어 보아야 음식이 소중한 복인 줄 알고, 외로울 때에야 안부 편지 한 장이 얼마나 반가운 것인 줄을 깨닫게 되며, 병상에 누워서야 사람들이 그리워지는 것이다.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마음과 ‘왜 나만 이런가?’ 하는 태도로는 일을 이루기가 어렵다. 그보다도 더 큰 문제는 그렇게 사는 삶은 괴로울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받은 은혜와 베풀어 준 공덕을 감사하는 마음부터 가지고 살 일이다. 고마워하고 감사할 줄 모르더라도, 억지로 쌀바위의 구멍을 뚫고, 황금닭의 배를 가르는 어리석음은 저지르지 말아야 할 것이다.

 

  고마워하는 마음, 감사하며 사는 삶, 이것은 곧 행복한 생활의 지름길이다. ☺

 

 

                                          

 

문학박사, 수필가, 국어학자

 상지대.연변대 초빙교수 역임

 서울 서초문인협회 회장

 남한강문학회 회장

 국제펜클럽 이사

skc66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