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술(외1수)
<용정 송미자>
2007-10-22 동북아신문 기자
휘발유 없이 달릴 수 없는 트럭같이
술 없이 살으실 수 없은 나의 아버지
구중천 하늘나라에도 술은 있는지
내 술 안고 면회 갑니다
은하수 강가의 칠성별초가에 앉아
할아버지 쓰시던 놋잔에 술 부어 놓고
조용히 아버지와 마주 앉습니다.
끝없는 이야기 주고 받습니다.
자욱자욱
피를 고이고 뼈를 갈아 닦은 길
박살난 자리 열한 곳 뼈 노니는 소리
왈가당 절가당 지금도 들립나다.
-아버지, 많이많이 아프시죠
-네가 부어준 술 마이면 아픈 곳 없다.
술 한잔 쭈-우욱
멋지게 마이시고는 웃으시는 아버지
상처보다 아프고 아픈 영혼마저
술로 달래신 대장부였습니다.
술잔 들어 달 청한 태백보다
술에 기탁해 산수 즐긴 취옹보다
세상을 주름잡아 살으신 아버지
아버지의 인생이 멋진 드라마였습니다.
한번 웃고 아홉 번 우는 무상의 인생을
술 한 잔에 담아 삼키신 아버지
혼탁한 삶도 술에 여과시켰습니다.
아, 오늘에야 알았습니다.
아버지는 사나이 중 사나이였습니다.
술은 아버지의 영원한 반려였습니다.
나는 아버지의 한잔 술이었습니다.
서울의 겨울
어머니는 떠났습니다
항아리 가득
김치만 남겨주고
짜이짠 소금과
매운 고추가루와 마늘과 생강으로
익은 인생살이를
이땅에 별사태로 장식하고
어머니는 떠났습니다
별이 되어
달리는 모든 것이
별이 되어
일어서는 모든 것이
크리스마스 트리로 변신할 때
어머니는 떠났습니다
항아리 가득
김치만 남겨 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