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문延通칼럼] 대한민국의 하늘에 날리는 편지
2004-01-05 운영자
편지를 쓰는 문제에서 망설임도 많았습니다. 혹시 주제 파악을 하지 못한다고 하지 않을까. 방자하다고나 하지 않을까. 하면서 고민하던 끝에 결국은 더는 참을 수도 없고 하여 용단을 내리고 글을 쓰게 됩니다.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민족은 자기 고국의 버림을 받은 민족이라고 합니다. 때문에 자기 민족을 모르는 국가는 가장 불행한 국가라는 결론이 나오게 됩니다. 고금중외의 많은 국가의 흥망성쇠를 놓고 보면 자기 민족의 통합과 단결을 굳건히 지켜온 나라는 계속되는 흥성을 과시하였고 그렇지 못한 나라의 운명은 비극으로 종말을 고하게 된다는 것은 세상이 자인하는 일로 되었습니다.
가장 큰 실망감을 느꼈을 때 가장 큰 배신감을 느꼈을 때 이왕지사를 회고하게 되는 것은 아마 인간의 상정인가 생각됩니다. 한민족 한 핏줄을 타고난 동족으로서 100여년에 걸친 조선족의 피눈물 나는 수난의 이민사를 모른다고 한다면 그 이상 무지몽매하고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일은 없을 것입니다. 조선족의 이민사는 19세기 중엽부터 거듭되는 기아와 일제의 가혹한 수탈로부터 시작 되였습니다. 남부녀대하고 괴나리봇짐을 걸머지고 정든 고향을 뒤돌아보고 또 뒤돌아보면서 원한과 피눈물이 고인 발자국을 찍어가면서 북간도로 만주로 떠나고 또 떠났습니다. 19세기 중엽부터 말기까지 비운이 드리운 한반도 땅에는 나라를 빼앗긴 설음에 찬 탄식과 곡성이 그칠 새 없었고 아리랑 고개를 넘어서 두만강, 압록강을 건너는 행렬이 그칠 새 없었습니다.
20세기 초엽부터는 빼앗긴 나라를 되찾으려고 비장한 결심을 내린 독립투사들이 부모님께 기약없는 작별을 고하고 가족을 데리고 또는 혈혈단신으로 북간도 땅으로 밀려들었습니다.
20세기 30년대부터는 또 일제가 우리 민족을 앞세워 만주를 통치하기 위한 선민정책에 의해 대량의 한민족을 강박적으로 만주로 이주시키는 참극을 빚어내어 그야말로 온 나라를 살풍경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세 단계에 걸친 백여 년 동안의 이민과정에서 3천리 강산에서 자리잡고 살던 3천만 겨레 중 3백여만 명이 만주로 들어갔으니 세계 근대사를 아무리 뒤져보아도 불운이 뒤덮인 나라에서 수난에 찬 이민과정이 피눈물 나게 백여 년 동안 지속되고 10명당 한 사람이 정든 고국을 떠난 사례는 찾아보기가 매우 힘듭니다
대한민국이 불법체류라고 부르는 우리들은 바로 이들의 자손입니다. 우리 민족은 단일 민족으로써 수천 년 동안 한반도에서 생활하고 투쟁하고 증식하여 왔습니다. 우리 민족도 역시 세계 어느 민족에 뒤지지 않을 만큼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무엇 때문에 중국으로 가게 되였고 또 거기에서 생활하게 되였는가에 대해서는 현유의 정부로서는 다시 한 번 냉정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느껴집니다.
잘살아 보려는 것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망입니다. 대한민국도 빈궁에서 벗어나려고 60년대부터 <우리도 잘 살아보세> 노래를 부르고 외치면서 새마을운동, 해외진출 즉 사우디, 리비아, 미국의 괌도, 유럽으로 건축, 수로공사, 광산, 간병인 등 타국에서 힘들고 어지러운 일을 하면서 천대, 멸시, 기시를 당하면서 또 일본으로 불법체류, 밀입국, 위장결혼 등 눈물겨운 비극을 겪으면서 회화를 벌어오고 외화를 유치하고 하면서 한강 기적을 창조하였고 오늘에 이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나라를 잃은 설움과 일제의 가혹한 수탈과 강압에 못 이겨 만주로 들어온 그 후예들 즉 우리들은 이역만리 타국 땅에서 토지개혁 운동, 3반 5반 운동, 호조조운동, 합작화 운동, 대약진, 인민공사, 총로선세폭의 붉은기 운동, 반우파 운동, 계급투쟁교육운동, 사회주의 교육운동, 무산계급 문화대혁명......등 50여년 간 사람을 잡는 정치 풍운 속에서 선대들 못지않게 거듭되는 세파를 겪어야 했고, 낙후한 경제생활 속에서 무서운 생활고를 이겨내면서 파란만장한 인생행로를 걸어왔습니다.
80년대부터 시작된 중국의 정채개혁과 문호를 열어젖히는 대외개방은 우리들의 생활을 어느 정도 개변시켰고 더욱 잘 살아보려는 욕망으로 사람들은 해외로 진출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유럽으로 미국으로 호주로 캐나다로 일본으로 심지어는 남미주로 그러나 우리는 조상들의 뼈가 묻혀있고 재빠른 경제도약을 하고 있는 우리의 유일한 모국 대한민국을 서슴없이 선택하였습니다. 또 고국을 찾아오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고 심지어는 생사를 예측하지 어려운 밀항까지도 대담하게 선택하였습니다.
할아버지 대부터 우리대에 이르기까지 우리들의 조손3대에 이르기까지 타국 땅에서 우리 민족의 동질성과 정체성을 잃지 않고 완강하게 보존하면서 특수한 환경에서 생존을 위한 투쟁을 150여 년간 경과하다 보니 우리처럼 잘살아보려고 악착같은 마음을 가진 민족은 중국의 56개 민족 중에서 찾아보기다 매우 힘들 것입니다.
그러나 고국이라고 찾아온 고국은 고국이 아닌 고국이었고 우리를 맞아준 것을 차별, 기시, 천대, 멸시, 냉대, 불법체류라는 차디찬 족쇄였습니다. 10여년에 걸친 고통과 설음, 울분과 원망, 그야말로 지리한 밤 귀신만 노래 부르는 어두운 질곡 속에서 몸부림치면서 우리들은 그 얼마나 자유와 평등을 갈망하였고 우리들에 대한 가혹한 단속과 지독한 강제추방 속에서 우리들이 흘린 비분에 찬 눈물은 또 그 얼마였는지 모릅니다.
불법체류라고 하는 이 발목을 옥죄이는 무거운 족쇄는 우리들에게 차별, 멸시, 냉대, 기시를 불러왔고 이러한 차별과 천대는 우리들을 질병, 병사, 동사, 자살이라는 천길되는 죽음의 심연 속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세종대왕님께서 이러한 참상을 보신다면 아마도 땅을 치면서 대성통곡하였을 것입니다.
유일한 자기 모국에 찾아와서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힘들고 어지러운 일을 열심히 하면서 돈을 벌어 자기 생활을 좀 윤택나게 해보려는 것도 죄가 된단 말입니까?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피눈물을 흘리면서 만주 땅으로 향한 것을 생각만 하여도 서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는데 우리가 중국에서 태어난 것도 죄가 된단 말입니까?
유일한 모국이라고 불원천리하고 찾아온 것도 죄가 되어 백주대낮에 강도를 잡듯이 잡아서는 수갑을 채우는 만행을 서슴없이 감행한단 말입니까? 이러한 고국은 온 지구 땅덩어리를 아무리 뒤져보아도 유독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야말로 뼈에 깊이깊이 아로새겨야 할 원한이라고 해야겠지요.
세계에서 가장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뻔뻔스러운 나라는 아마도 우리의 유일한 모국 대한민국일 것입니다.
중국정부가 고구려 존재에 대해서 역사를 왜곡한다느니 뭐니 하면서 언론 매체를 동원하여 떠들면서도 일제 강점시기 탄압과 수탈을 못 이겨 한서린 눈물을 삼키며 정든 고향을 떠나 옛날 고구려 땅으로 다시 찾아가 그곳에서 뼈를 깎는 고통과 설움을 겪으면서 삶의 터전을 닦고 오늘까지 끈질기게 살아온 자기 민족을 가혹하게 학대하면서 강제추방하는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을 것입니다.
중국정부가 북한동포들을 강제추방, 강제송환한다고 유엔에 고소하고 중국정부에 강제추방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면서도 중국의 조선족에 대해서 비인간적인 만행을 감행하면서 강제추방시키는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을 것입니다.
날마다 민족의 단합을 위치면서도 한 핏줄을 타고난 자기 민족을 두 토막 세 토막으로 동강내는 짓을 서슴없이 해대는 나라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밖에 없을 것입니다.
민족을 단합한다고 동포법을 제정하면서 중국의 조선족 동포를 제외시키겠다고 중국 정부에 도움을 구걸하는 나라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밖에 없을 것입니다. 자기 동포도 챙길 줄 모르는 가련한 나라라고 중국정부에서 얼마나 비웃었겠습니까?
우리는 우리의 유일한 모국 대한민국이 이렇게까지 뻔뻔스럽고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철면피한 나라인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10여년에 걸친 고국 생활에서 우리들의 신경은 날카로워질 대로 날카로워졌으며 원망하고 실망하던 데로부터 저주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으며 한국정부와 조선족 사이의 불행과 갈등은 현재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금 세계는 천변만화하는 격변의 시대에 처해 있습니다. 한 개인을 놓고 말하면 잘살아 보겠다는 것은 인간의 본능적인 욕망이며 한개 나라를 놓고 말하면 부강을 도모하는 것은 나라 전반 사업의 중추로 되고 있으며 나라의 전반 부서와 직능은 이 중추를 에워싸고 움직이고 활동하는 것은 너무도 자명한 일입니다. 특히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지역과 지역간에 국가와 국가간에 경제 경쟁은 극히 첨예하게 진행되고 있고 심지어는 인류와 인류 사이에 서로 잔혹하게 참살하는 전쟁이라는 이 괴물도 서슴없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지금 자국의 경제 진흥을 위하여 잠에서 깨여난 거룡마냥 꿈틀거리면서 고속성장을 기록하고 있고 우리의 고국 대한민국은 아세아 경제 중심의 구축을 위하여 필사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단군의 후손으로서 같은 백의민족으로서 시대가 우리에게 부과하여 주는 과업을 너무도 잘 알고 있습니다.
신주대륙의 진흥을 위하여 공헌하고 우리의 고국의 아세아 경제 중심 구축을 위하는 눈부신 탄탄대로에서 세계만방의 각 민족들의 찬탄과 경탄의 눈길을 한 몸에 모으면서 당당한 위풍으로 우리 민족의 기개를 떨치면서 힘차게 용왕매진하는 것이 중국 조선족들의 간절한 소망일뿐입니다.
언제 가서야 불법체류가 없어지고 우리의 소망이 이루어질는지 그저 착잡한 마음뿐입니다.
* 이번 주 연통칼럼의 필자는 향촌님으로, 향촌님은 현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재외동포법 개정을 위한 농성에 참가중입니다. 연변 용정에서 교편생활을 하신 적이 있는 분으로서 평소 민족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계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