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서

《신길우의 수필 72》

2007-10-08     동북아신문 기자


      1.

공항 3층 탑승 대기실에서 내려다보이는 비행기는 커다란 물고기 같다.

두 눈 같은 조종석 유리창에,

물고기 머리 부분처럼 기수(機首)를 내밀고 있다.

미끈하게 쭉 빠진 동체에는

물고기 옆줄처럼 유리창들을 가지런히 길게 달고 있다.

양쪽으로 뻗어나간 두 날개는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듯 날렵하다.

‘집채보다도 더 큰 몸집인데 하늘을 난다니….’

믿겨지지가 않는다.

바라볼수록 신기하기만 하다.

‘어서 타 보자.’

‘나도 하늘을 날 거야.’

사람들은 개찰을 재촉하듯 탑승구 쪽을 자꾸 바라본다.

모두가 어서 타고 하늘을 날고 싶어 한다.

마치 천국에나 가는 듯이 즐거워한다.


      2.

파란 하늘에 새처럼 보이던 비행기가 점점 커지면서 공항으로 들어온다.

대붕(大鵬)이 두 날개를 활짝 펴고 두 눈을 부릅뜬 채 다가오는 듯하다.

비행기는 활주로에 내려앉으며 몸을 살짝 뒤뚱 한다.

마치 큼직한 두루미가 수면(水面)에 닿으면서 몸집을 기우뚱하는 모습이다.

“드디어 착륙했다.1

“이제는 안심이다.1

탑승객들은 저마다 속으로 안도의 숨을 길게 내쉰다.

밀리는 통로를 따라 내딛는 발걸음이 모두가 가볍다.

비행기 출입문이 열리자 승객들은 즐거워하며 내린다.

마치 해방이나 된 듯이 좋아한다.


      3.

공항은 천국과 지옥의 경계선이다.

천국을 가려는 사람과 지옥에서 빠져나온 사람들이 교차되는 곳이다.

타려는 사람은 천국에라도 가는 것처럼 즐거워하며 하늘을 날고자 고대하고,

내리는 사람은 지옥에서나 빠져나온 듯이 좋아하며 서둘러 걸어 나온다.

다만, 

타려는 사람이나 내리는 사람이 똑같이 다

즐거워하고 좋아하는 것만이 같을 뿐이다.


하늘에는 천국도 지옥도 없는데,

사람들은 비행기를 오르내리며 천국을 기대하고 지옥을 벗어난 듯 좋아한다. ☺




                       

 

 

 

 

 문학박사, 수필가, 국어학자

 상지대․연변대 초빙교수 역임

 서울 서초문인협회 회장

 남한강문학회 회장

 국제펜클럽 이사

 skc66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