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변, 연해주… 농업도 해외진출
2004-01-05 운영자
충남 공주의 한 농민이 수천만평의 러시아 땅에서 농산물을 생산하게 됐다.
오명환(吳明煥ㆍ54)씨는 최근 러시아 하산지구 자치정부 농업장관과 연해주 농지를 개발해 농산품을 생산하는 의향서를 체결했다.
하산은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와 지선으로 연결되며 두만강을 경계로 북한 라진, 중국의 훈춘과 접경지역이다. 역사적으로는 1937년 하산에 거주하던 우리나라 동포 25만명이 스탈린의 강제 이주정책에 의해 중앙아시아로 끌려 간 곳이다.
이번 계약은 농지 1만㏊(3000만평)와 관광휴양지 5000㏊(1500만평)를 1㏊당 100달러의 사용료를 내고 49년간 사용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 오사장은 하산에서 국내 농업기술자와 러시아 노동력을 활용, 무농약 농산물을 생산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수십년간 손대지 않은 어장을 이용해 수산물 가공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그는 "하산은 자연환경이 좋아 관광지로도 손색이 없다"며 "한국과 중국, 일본을 대상으로 한 골프장, 카지노, 호텔 등 위락단지를 조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중국 연변에서 농산물 생산업체 한중실업을 운영하는 오사장은 하산의 광활한 농토와 러시아의 시장성을 주목하고 하산지역 개방에 대비해 4년 전부터 계획을 세웠다. 해마다 하산을 방문하고 그곳 관리들을 연변에 있는 자신의 농장에 초청해 선진 농업기술을 확인시켰다. 또 중국 사과 산지인 대련을 동행해 그곳 사과와 자신이 재배한 사과를 직접 맛보였다. 결과는 오사장 사과가 당도도 높고 사각거리며 맛이 좋다는 판정승. 그러다가 2000년 유엔에서 이 지역을 국제자유무역지구로 선포하자 중국, 일본 정부와 기업들도 개발에 참여하기 위해 눈독을 들였다.
하산은 조선시대 육진(六鎭)중 하나였던 경성진이 있던 곳으로 오사장은 우리 조상들의 피와 땀이 어린 곳의 개발을 다른 나라에 넘겨줄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바로 고려인 국제 변호사를 선임해 1년에 2만달러씩 지불하며 하산개방에 대비, 법률적인 준비와 시장조사를 했다. 작년 말 푸틴대통령이 연해주의 국제자유무역지구 개방을 선포하자 순발력 있게 하산을 방문, 하산 자치정부와 의향서를 체결한 것이다.
충남 공주 출신인 오사장은 농업운동에 관심을 가지며 70년 초 4H 공주시 연합회장을 맡았고 80년 고향에서 주변 사람들과 진학 중학교 무료 교육과정을 8년간 운영하기도 했다. 일제 때 징용으로 만주에 끌려갔다 돌아온 선친으로부터 들은 북간도의 비옥하고 넓은 토지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었다. 지난 94년 충남도의원 시절 연변동포를 돕기 위해 경운기, 로터리, 소형트랙터, 건조기 등 헌 농기계를 모아 수리한 6 컨테이너 분량을 용정시에 기증하며 연변과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그 후 연변에 농업회사를 설립한 오씨는 직접 농사를 지으며 조선족 동포들에게 농업기술을 가르쳤다. 추위 탓에 연변에서 키우지 않던 표고버섯 재배를 성공시키고 일교차가 커 오히려 향과 품질이 뛰어나자, 동포들이 앞 다투어 재배기술을 배워 일본으로 수출하고 있다. 양파재배 기술도 확산시켜 재배면적이 2500ha에 달하고 중국 내에서 가장 고품질로 꼽힌다. 이러한 공로로 98년 연변주정부로부터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상임고문으로 위촉됐다.
(전재홍기자 jhjun@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