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주성화 시>
(외 9수)

2007-08-03     동북아신문 기자

저 공간을
사념 버리고 지켜보면
가느다란 햇살의 움직임이 알려지고
한오리 파의 진동이 전달되고
粒子의 설렘이 전도되고
빛의 깊이가 열리다.


그렇게 가벼이 내려질 수가 있었을까?

바람 잊고 팔랑이며
내리는 것이
노란 나비인가 했습니다.

그렇듯 가벼이 내려질 수가 있었을까...
땅에 흩어진 햇살은 모둠을 버려
없는 듯 가벼워졌습니다.

그래서 초록이 돋아나고
다시 바람이 일고
소리 생기고
시간의 터널이 이어집니다.

어쩌면 그렇듯 가벼이 흩날릴 수가 있었습니까!


눈물

그 고운 눈동자에
눈물이 생김은
맑은 샘물이
마른가지에 꽃을 돋침과
같은 이치어라

밝음의 반짝임은
떨어지는 방울 속에 담겨지고
그렇듯 자연과 어울리게
융합됨은
슬픔의 까닭인가 보다
내일 아침
흐름의 자국을 망각하며
산 뿌리의 촉감을 찾다.


열매

ㅆ - 은
눈물
즙이 되어 스며
씨앗은 은폐된 깊이에
시간 숨기다

환락의 웃음은
피부 표면에 남기고
젖살 같은 보드라움은
마음씨 같은 핵을 감싸다

빛에 다듬어진 막달의 곡선이
피 터진 붉음으로
세상과 자리 같이 하고
조용히 짙어가는 빛깔은
우주의 찬란한 관이다.

이른 봄날
꽃으로 빚어진 영혼에
보조개 같이 대칭되는
너와 나를
주사하다.

 

잃어버린 꽃


한 컵 신선한 우유를
미친 듯이 저어대는 이심역의
바람 불던 날, 슬픔이 흘러버린 우유처럼
아쉽게 꽃은 해체되었습니다.

선택은 불행의 씨앗이었고
나는 바람 뒤에 서 있고
하루의 긴 이음은 잃어버림의 연속이었습니다.

거꾸러진 자리에 거꾸로 자란
한 송이 불운의 꽃은
어떠한 모습이며 숨결이며 느낌이며 색깔이겠습니까
이겠습니까...


봄추위

잃음을 되찾는
마른가지의 흐느낌에
수액이 늦춰지다

붉음 속 흔들리는 산
오늘은 잔설이 눈초리에 얹히다

색난 흰 광목 조박같이 떠 있는
봄추위

혈관 터져 멍든 바람은
신화 같은 사랑 잃어가고
삐죽이 열린 봄의 정문은
그리움의 매듭 풀다

싸늘한 감각에
불혹을 털어 버리고
언 손으로
식어가는 하늘 덥히다.

 

창밖 풍경


졸음이 양떼처럼 하얗게 아물거리다

몽롱한 흐름이
시간을 잡아 두어
구름과 흐름은 반죽되어
거리 잃은 풍경은 창문 닿다


숨 쉬고 있었다.

振幅을 가로 찔러
빛이 녹아들고
풍경은 흔들리는 가지처럼
벌레의 소리에 푸르게 얹히다

소리치고 있었다.

쓰러진 꽃의 자리에
欲은 싹터
열매가 익어가고
뫼는 이어
낙엽의 피 터진 소리를 담다

잠자고 있었다.

이슬이 눈물처럼 무중생유하고
샘은 우주의 신경 되어 뻗어가고
음악처럼 미끄러져 온 지친 바람은
헌 공간에서 호흡 잊고 단잠을 자다.


전설

간밤 찬란한 꿈이 타서
재가 되어 타서
하늘 나는 골회처럼
뿌려지다

손 저어도 나부낌 없는
흔들림이
꿈으로 돌아가다

오고갈 곳 희미할 땐
즐거이 강물 퍼 올리다.

 

봄의 밤 하늘가

생명의 냄새가
별처럼 흘러
가슴처럼 창턱 따스하다

산의 얼굴
순간순간
이어져
밤을 걸어오는 물소리
정 - 답다

꽃의 설렘이 하얀 피부처럼 엷어지고
입김 같은 말씀이 되새겨지다

욕망이 들먹이면 밝음을 채우는 촛불이 흐르다.


어떤 하루

어떤 하루는 오지도 않고 지나가 버렸다

철없는 꽃망울은 북 치며 터지고
속 끝까지 거친 흙이 소리 없이 돌아눕고
탐욕의 눈빛이 靑의 소리에 내리 꽂히고
나는 담장모퉁이에서 여름을 줍다

오늘은 새벽빛이 눈 뜨기 전에 쓰러지다.


강물

흐름이 멈출 곳은
어디?

손가락으로 땅 위에 구를 내어
뱀을 유인하듯
강물을 다스려
옥전을 만들다

흐름을 가로 찔러
대안을 탐낼 것 없고
거슬러 올라서
과거를 밟을 리 없다

줄줄이 강물이 모두
바다에 닿는 것이 아니고
끊을 수 없는 흐름이지만
시공을 초월한 것도 아니다

햇빛이 안개처럼 피어 있고
강물이 구름처럼 떠가다

정오 되고
좀 지나
햇빛이 기지개 펴며 늘어나면
나는 사막의 쌍봉낙타 되어
물 찾아 밖으로 퍼지다.

 

 

 

 

주성화(zhuandtaining@hanmail.net) : 시인, 현재 한국 한림대학 언론정보과 언론박사과정. 시집 '숲에 떨어지는 해와 빛을 잃어가는 무리' 등 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