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삶터] "이젠 불법체류자들의 비극 막을 차례"
2003-12-26 운영자
‘외국인노동자의 아버지’ 김해성(44ㆍ외국인노동자의 집 소장 겸 중국동포의 집 소장) 목사는 올 한 해를 되돌아보는 감회가 남다르다. 외국인이국내에서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길을 터준 외국인고용허가제가 드디어결실을 맺었고 18만명이 불법체류의 멍에에서 풀려났다. 1996년부터 고용허가제 입법을 요구해온 김 목사는 “꿈을 꾸는 것 같다”고까지 했다.
김 목사는 그러나 다시 거리로 나섰다. 합법화 대상에 들지 못해 단속 및강제출국의 위기에 몰린 불법체류 외국인들의 대변인 역할을 버릴 수 없기때문이다. 더욱이 정부의 단속을 피해 혹은 일자리를 잃고 방황하다 낯선이국 땅에서 생을 마감하는 외국인노동자들이 잇따라 나오는 현실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런 비극이 사회의 무관심 속에 파묻혀 있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김 목사는 “억울한 죽음의 행렬을 막기 위해 종교계 시민사회단체 노동단체들의 관심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그는 외국인 정책의 모순 때문에 앞으로 이 같은 비극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똑같은 불법체류자임에도 체류기간의 길고 짧음에 따라 운명이 바뀌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 체류기간 4년 이상의 불법체류외국인들에게도 동등하게 합법화 기회를 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목사는 “불안에 떨며 숨어 지내기보다 떳떳하게 일하다가 자진 출국할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합법화가 일종의 특혜라는 사실은 부인하지 않지만 자진출국한 경우 내년 고용허가제 도입 이후우선 고용돼 일할 수 있도록 합법화한다면 12만명에 달하는 불법체류자 문제를 한번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목사는 정부의 단속을 회피하기 위한 편법으로 일부 재중동포들이 국적회복 신청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못마땅해 했다.
최근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사업은 재외동포법 개정 문제. ‘대한민국 국적을 갖고 출국한 사람’을 동포로 규정한 현행 재외동포법은 600여만명의해외 한민족 가운데 270만명을 차지하는 재중동포, 구소련 동포, 무국적재일동포 등의 국내 활동을 상대적으로 제약하고 있다. 그는 “법이 개정되면 재중동포들이 자유롭게 드나들며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외국인노동자 인권 보호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우리 사회에 그심각성을 환기시켜준 주인공. 그는 “3D업종에 내국인들이 취업을 기피하는 현실에서 외국인 근로자와 공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임금 임금체불 건강문제 등처럼 외국인 노동자들이 사람다운 삶을 살아가기 어렵게 하는 걸림돌이 공존을 어렵게 만든다는 것을 김 목사는 어느누구보다 일찍이 깨달은 셈이다.
신학대에 재학중이던 80년 노동운동에 뛰어든 그는 경기 성남의 공장을 전전한 끝에 86년 성남에 노동상담소를 차렸고 여기서 외국인노동자에 대한상담을 벌이다 94년 외국인노동자의 집을 개설했다.
성남에서 시작된 외국인노동자의 집은 현재 서울 안산 양주 등에 센터를두고 노동상담, 외국인 쉼터 제공, 일요 무료진료, 한국어 교육 등을 하고있는데, 연간 3만~4만명의 외국인들이 이용한다.
당초 올 10월 개원을 목표로 했으나 공간 확보에 애를 먹어 차질을 빚고있는 외국인근로자 전용병원도 내년 1월말 문을 열 계획이다. 현재 외국인노동자의 집 서울센터가 위치한 서울 가리봉동에 공간을 마련, 29병상 규모로 준비중이다. 의료기자재 및 의약품은 확보했으나 의료진과 자원봉사자, 병원 운영자금은 여전히 숙제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