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바늘

최미성( 조선문학 석사연구생 3학년)

2007-07-19     동북아신문 기자

뜨겁게 몸 달구어

살덩이 떼여냄은

그럴듯한 이름 하나를 위한

소박한 천직입니다

퀭 뚫린 구멍으로

바람이 일어

가슴이 시린지 엄마는

늘 실을 뀁니다

 

헤진 곳 깁고

뚫린 자리 메우는 법 가르치며

바늘귀만큼한 아이

심상을 갈고 다듬는

오방색 실끈의

길이를 재여봅니다

 

때론 따끔하게

잘못을 찍어주며

단추처럼 예쁘게

자태를 잡아주는

예리한 손끝이

해살처럼 눈부십니다

 

아직도 실뭉치는

많이 남았는데

바늘이 자꾸

가늘어진답니다

엄마의 눈이 되여

실을 꿰노라니

눈 시린 구멍넘어

엄마의 심사가 훤히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