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콤플렉스
<우상렬의 문화세계>
조직에서 나보고 포스트닥을 하러 가란다. 또 한 번 조직의 배려에 감지덕지하게 된다. 그런데 사실 나는 속으로 그리 달가와 하지 않았다. 나는 워낙 다시 학생이 되는 것이 싫었다. 아니, 두려웠다. 학생이 무엇이냐? 열심히 배워야 하고 선생을 깍듯이 모셔야 하고 또 어쩌고저쩌고… 학생콤플렉스가 나를 확 감싼다, 두렸다.
인생은 가정, 학교, 사회 이 3부곡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니 학생콤플렉스는 숙명적으로 우리에게 주어진다. 나는 워낙 절대자유를 추구하는 놈이라 소학교에 다닐 때 선생이 두 손을 엉덩이 위 뒤허리 부분에 갖다 붙이고 온 몸을 걸사에 착 갖다 붙인 바른 자세로 앉아야 하며 손을 들 때는 머리 위로 기껏 뻗지 말고 머리 높이까지 착 들 것을 요구할 때부터 나는 학생신분이 지겨워나고 역겨워났다. 그래서 나는 학교에 가기 싫었다.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떼질도 써보았다. 그때마다 학교에 가지 않으면 사람이 안 돼! 하며 엄하게 노려보는 아버지의 눈길이 두려워 울며 겨자 먹기로 항상 형님 손에 끌려 학교에를 다녔다. 아니, 아니 해서 술 석잔이라고 그것도 소학교부터 죽 박사생까지. 지금은 또 포스트닥을 하고. 뜻대로 안 되는 것이 인생인가봐. 사실 소학교에서 중학교, 중학교에서 대학교, 대학교에서 석사생, 석사생에서 박사생… 이렇게 죽 올라가는데 학생콤플렉스는 점점 줄어드는 것이 분명하다.
학교나 선생이 이래라 저래라 하기보다는 자기가 알아서 하기가 점점 많아지니. 학생콤플렉스는 점점 해소되고 자유도는 점점 많아진다는 말이 되겠다. 대학교에 처음 들어와 공부하는 것이 왜 그리도 홀가분한지. 중학교에서는 하루 종일 공부했는데 대학교는 반나절만 공부한다. 그리고 석사생을 붙으니 또 얼마나 좋든지. 강의 공부는 하는 둥 마는 둥. 전적으로 알아서 공부하기다. 이런 멋이 없으면 나는 정말 언녕 학생되기를 그만 두었을 것이다. 그래도 학생콤플렉스는 남는다. 성적콤플렉스 하나만 놓고 보아도 그렇다. 그래 학생으로서 학습 성적에서 자유로울 놈 몇이나 되나 말이다.
그런데 학생콤플렉스는 뭐니뭐니해도 선생 대 학생 관계에서 생긴다. 선생이 누구나? 君师父一体, 임금 君은 빛 좋은 개살구니 그만두고라도 아버지 맞잡이는 된다. 그렇다. 一日为师终身为父. 그리고 선생의 그림자는 밟아서도 안 된다. 바로 이런 선생님이기에 쳐다보기에도 아름차며 두렵다. 선생님 앞에 서면 죄인이 법관 앞에 선 것처럼 괜히 가슴이 떨리고 얼굴이 붉어지고 말은 뜨덤뜨덤 거린다. 여기에 선생님이 으흠, 으흠, 두어 번 헛기침이라도 하기만 하면 심장이 멎을 것만 같다.
바로 이런 존귀한 선생님을 나는 친구쯤으로 생각하고 같이 놀자고 하다가 정말 혼쭐이 난 적이 있다. 한국에서 박사생 공부를 할 때다. 내 지도교수 되는 사람이 나보다 나이 몇 살 많지 않았다. 내 착 위에 있는 형님 또래다. 그래서 술 한잔 하고 나면 형님, 동생하고 놀고 싶었다. 그런데 우리 지도교수가 받아주지를 않는다. 우리 지도교수는 근엄하시다. 여기에 하느님예수를 믿는다. 그러니 술은 하지 않는다. 안 마시는 술을 자꾸 권하며 형님 하기오, 한잔 하기오 했으니 곱게 보일 리 있겠는가. 우리 형님지도교수가 나를 穿小鞋-애 먹인다. 박사논문 다 썼습니다. 한 번 보아주십시오. 아무리 공손히 내밀어도 보아주지를 않는다. 다 보았습니까하면 기다려 한 마디에 세월아, 네월아 무진장 기다리기다. 성급한 놈은 애초에 속이 타 죽는다. 결론적으로 말쌈 드리면 학생은 선생 앞에서 항상 무조건 毕恭毕敬해야 하니라. 다른 도리가 없다. 학생콤플렉스-毕恭毕敬. 선생이 아무리 이성적이고 공정하게 논다 해도 그도 어디까지나 감정동물임에라!
나는 박사생 때 지도교수와의 껄끄럼했던 비극적 관계의 경험교훈을 살려 이번 포스트닥 공부는 그런대로 잘 되고 있는 것 같다. 포스트닥은 무슨 합작지도교수를 모시게 된다. 내 지도교수 되는 분은 전형적인 중국 남방사람으로서 학식이 원근에 자자한, 그리고 말 그대로 桃李满天下의 资深教授이시다. 그래서 이분의 강의는 항상 학생들로 꽉 찬다. 나도 듣게 되었다. 그런데 사실 나는 그분이 나름대로 표준말을 구사한다고 하기는 하나 사천 특유의 톤으로 강의를 할 때는 잘 알아듣지를 못했다. 그리고 나는 천성적으로 강의를 듣기 딱 싫어하는 놈이다. 그러니 학생 될 자격은 없는 놈이다. 그렇지만 나는 포스트닥인지 무언지를 위해 참고 견디며 못 알아들어도 알아듣는 척 하고 잘 안 들으면서도 잘 듣는 척 한다. 강의를 열심히 잘 듣는 척 해야 하는 것, 학생콤플렉스의 직실한 한 보기다.
青出于蓝而胜于蓝, 학생이 선생보다 똑똑해지는 거, 필연적인 것. 학생은 선생의 두 어깨를 딛고 올라가니깐. 그렇다고 까불지 말아라! 선생보다 잘 난 척 하지 말아라. 선생 기분 안 좋다. 항상 제가 이렇게 큰 것은 선생님이 잘 가르치신 덕택이지요, 여부 있브니꺄! 이렇게 겸손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 학생은 선생보다 언제나 못난 자세를 보여야 하니라. 내 선생보다 잘 났어하고 외치고 싶지만 그렇지 못하는 학생콤플렉스.
그리고 한 번 니 선생이면 영원한 니 선생이다. 일회용 선생은 없다. 여기에는 나이 관계도 없다. 나보다 어린 놈도 나를 배워줬으면 내 선생이다. 언제 어디서 만나도 깍듯이 모셔야 되는 거, 선생 모시기-한 평생 따라 다니는 학생콤플렉스.
피곤하쟈, 그럼 이만 주어대자.
그럼 마지막으로 니 좋아하는 학생콤플렉스 벗어나는 비결 알려줄게. 선생 똥은 개도 안 먹어, 臭老九!하면 된다. 간단하다. 한번 따라 해봐… 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