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혼자 쫓겨나면 중국서 어찌살라고”

한국국적 못얻은 100명 이산가족 위기

2003-12-20     운영자
[한겨레] 2003-12-19

‘이산가족’이 될 처지에 놓인 중국동포 100여명이 19일 서울 구로동 서울조선족교회 앞마당에서 ‘눈물의 호소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대부분 중국에 연고가 없지만 불법체류자 신분이어서 한국국적을 얻은 다른 가족과 헤어져야 할 형편이다.
중국 옌벤에서 태어나 1999년 한국에 들어왔다는 중국동포 김아무개(53)씨는 “돌아가신 부모님의 호적이 한국에 남아 있고, 자식 둘은 모두 한국 남자와 결혼해 한국국적을 얻었지만, 나는 국적신청 대상에서 제외돼 강제추방될 위기에 놓였다”며 “아무도 없는 중국으로 쫓겨가 혼자 어떻게 살아갈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중국동포들은 조선족교회 앞 이면도로에 10여분동안 드러누워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서울조선족교회 이은규 목사는 “늙은 부모가 동포 1세로 국적을 얻었지만 자식은 추방대상인 경우이거나, 자식은 한국 남자와 결혼했지만 늙은 부모가 추방되는 경우 등 딱한 처지에 놓인 중국동포들이 많다”며 “이들이 이산가족이 되지 않도록 구제조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조선족타운’에서는 상인들이 법무부의 불법체류자 단속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 지역 상인과 주민 100여명으로 구성된 ‘가리봉 공동발전대책위원회’는 집회에서 “법무부 합동단속반이 식당이나 미장원 안까지 들어가 중국동포들을 잡아가거나 하루에도 몇 차례씩 단속을 하는 바람에 중국동포의 발길이 완전히 끊어진 상태”라며 “단속 전 하루 평균 4억~5억원에 이르던 상권이 현재 3천~4천만원으로 줄었다”고 주장했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 한겨레(http://www.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