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 둥지(연재36)
제7장 한국으로 시집가고 싶은 처녀동무들에게(1)
한국으로 시집가고 싶은 여성 동무들, 안녕하십니까? 오늘의 여러분들은 활짝 핀 봄날의 할미꽃 같습니다. 저는 아직 장가를 못 간 30대의 총각으로써, 여러분들에게 장가가고 싶은 마음은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변함이 없습니다. 저는 여러분들의 자유와 권리를 존중합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이 시키는 일이라면 한겨울의 얼음구멍이라도 뛰어들 각오가 되어있습니다. 대신 이 자리에서 여러분들께 정중히 부탁을 드리는데, 제발 한국으로 시집가지 마십시오.
한국으로 시집가지 말고 나에게 시집오십시오..^^
감자는 백두산 밑의 내도산 토종 감자가 제일이고, 남자는 저와 같은 고향의 토종 남자가 제일 좋습니다. 같은 연변말을 하고, 같은 연변음식을 먹고, 같은 연변식 사유를 합니다. 때문에 같이 말을 해도 편하고, 같이 밥을 먹어도 편하고, 같이 꿈을 꿔도 편합니다. 시집이란 편하게 살자고 가는 거지, 불편하게 살고 싶어 가는 거 아니지 않습니까. 저는 여러분들과 결혼할 수 있다면 전생에서 맺은 인연으로 생각하고 백년해로는 몰라도, 절대 이혼은 하지 않을 겁니다.
이만하면 한국남자들보다 훨씬 낮지 않을까요?
하지만 현실은 많은 처녀동무들이 나와 같은 토종을 외면하고 한국으로 시집을 가는 것 같습니다.
까마귀는 여러분들이 우리 남자들보다 많이 현실적인 줄 알고 있습니다. 그 놈의 돈 때문에 한국으로 시집 가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세상 물정을 모르는 어린 애들이 아닙니다. 사랑 같은 개뼈따구는 쓰레기통에 던져버린지 옛날이지요. 여러분들에게는 선택의 자유와 권리가 있습니다. 한화를 선택하든 미화를 선택하든 엔화을 선택하든, 우리는 할 말이 없습니다. 세상이 좋아 선택의 기회도 많아진 건 사실이지만, 모두 잘 먹고 잘 살기 위한 노릇이 아닙니까?
잘 먹고 잘 살고 싶은 마음은 우리 남자들도 다름이 없습니다. 어쩌면 잘 먹고 잘 살고 싶은 욕망은 여자들보다 우리가 더 강하지 않을까요?
여러분들이야 돈이 없어도 얼굴만 반반하면 오라는데 많지만, 우리 남자들은 돈이 없으면 결혼은커녕 연애도 못합니다. 여성동무들, 선물 좋아하지요. 연길 서시장에서 장미 한 송이 값이 얼마던가요? 유감스럽게도 까마귀는 장미 25송이를 살 돈이 없어 사랑하는 그녀에게 엉덩이를 채운 경험이 있습니다. 요즘 세상에 사랑도 돈이 됫받침을 안하면 힘듭니다. 사랑을 전제로 하는 결혼은 더욱 힘들지요. 때문에 사랑 없는 결혼이 유행인 것 같습니다.
현실은 저와 비슷한 처지의 많은 총각들이 돈이 없어 장가를 못 가고 있습니다. 동네 처녀들은 모두 타향으로 도망가 버리고 총각들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깁니다.
꼬꼬댁, 꼬꼬댁~ 재간 있으면 날 잡아봐라..^^
역시 못 사는 것이 죄인가 봅니다. 우리가 잘 살면 우리 처녀들이 왜 한국으로 떠나려 하겠습니까? 그쪽에서 우리에게 시집오려고 하겠는데 말입니다. 우리가 잘 살면 한국아가씨들뿐만 아니라, 까만 아가씨도 하얀 아가씨들도 노란 아가씨들도 모두 시집오려 할 겁니다. 역시 여자는 돈 따라 간다는 말이 틀리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여자이니깐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요즘은 남자들도 돈 따라 갈 때가 많으니깐. 10년 뒤에는 남녀의 위치가 바뀌지 않을까요? 돈 많이 버는 놈이 영웅입니다. 때문에 우리 남자들은 지금부터 미래의 모계사회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미리 생각해두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까마귀는 이미 머리 속에서 '脑内革命'을 끝냈기에 아무 근심도 없습니다.
부계사회면 어떻고 모계사회면 어떨까요? 집 주고 자동차 주고, 미녀 주고 한다면 한간이면 어떻고 친일파면 어떨까요? 살기 힘든 세상에 우선 잘 먹고 잘 살고 장가나 가고 볼 판이지요. 한번밖에 없는 인생인데 임종 때 굶은 기억밖에 없다면 그 놈의 인생 개판이지요.
이 자리에서 저는 한국으로 시집가고 싶은 처녀동무들에게 딱 하나 어려운 부탁을 드리고 싶습니다.
어려운 부탁이라 해서 착각하지 마십시오. 솔직히 하나도 어렵지 않습니다. 여기서 어렵다는 것은 나의 자존심을 뜻하는 것이고, 나의 낮빤대기를 놓고 하는 말입니다.
남자로써 여러분들과 이런 말을 하기 구차하지만, 제가 여러분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다름이 아니라, 바로 여러분들이 한국남자들과 맞선을 열번 볼 때, 적으만치 한번은 우리 고향의 총각들에게 기회를 달라는 겁니다. 열번에 한번이라는데 과분한 요구가 아니지요. 한국총각들이 열번 살 때, 제가 한번 단단히 사겠다는 말입니다.
처녀동무들 , 어떻습니까 ..^^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