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 둥지(연재34)

남성초혼

2007-05-21     김석

- 세상에, 이런 일도 있을까.

 

[남성초혼]에서 기웃거리며 구경하던 까마귀는 생각 밖의 발견에 쇼크를 받았습니다. 생각할수록 우리 조선족 남자들에겐 어마어마한 현실입니다.

 

그 많은 여자들이 어디로 갔나 했더니 모두 이유가 있었습니다.

 

애를 낳지 못해 시어머니와 남편의 구박을 받던 여자가 절을 찾아가 부처님께 열심히 공양을 들였더니 10달 뒤에 달덩이같은 아들을 낳았습니다.

 

그 이유는 부처님께서 제일 잘 알겠지요.

 

하늘에서는 비를 내리고 싶어하고, 까마귀는 장가를 가고 싶습니다. 장가를 가겠다는 놈이 왜 이렇게 기분이 꿀꿀할까요?

 

까마귀도 어느 심심산속의 암자를 찾아가 부처님께, 제발 한번만 딱 장가를 보내주십소사, 열심히 공양을 올리고 기도를 해볼까요?

 

시시한 얘기는 이만 하고, 우리 같이 [남성초혼]이나 구경합시다.

 

 

아이디:      연변총각

민족:        조선족

호적지:      연길시

생년월일:    1973

학력:        대졸

직업:        회계

신장:        181cm

체중:        78 kg

가족:        아버지, 엄마, 여동생

E-mail:  @@@@@@@@@@@@@@@@@@@@@@@@@@

 

청혼 광고문:

 

남자 회계면 다들 좁쌀같다고 하지만 난 옥씨쌀입니다. 남자답고 자상하단 말도 듣고 혹간 못났다는 말도 듣습니다. 근데 멋지단 말은 더 많이 듣습니다. 이런 저런 말 많이 듣지만 최고의 평가는, 저 놈만큼 짜게 놀면 못 사는 놈이 없다? 잘 살고 싶으면 연락 주십시오. 밖에서는 짜단 소리를 많이 들어도 집안에서는 하나도 안 짭니다. 덕분에 효자란 소리도 자주 듣습니다. 대방에 대한 요구는 높지 않습니다. 키가 156cm부터 163cm어간, 체중은 43kg부터 55kg어간, 외겹플이 아니고 쌍꺼풀……

 

 

이 친구 참 웃기네요. 연변 개그맨의 등장입니다. 그리고 진짜 회계답습니다. 수판알를 튕겨가며 수박 고를 듯 여자를 고를 생각입니다. 아직은 덜 바쁜 것 같습니다. 지금쯤은 어느 아가씨와 열심히 사귀고 있지 않을까요?

 

덕분에 꿀꿀하던 기분이 많이 풀렸습니다. 인생은 마음가짐이라고 하기에 달렸습니다. 이런 식의 혼인광고도 괜찮다는 생각이 듭니다. 까마귀는 참고를 하기로 했습니다.  

 

 

아이디:      북경총각

민족:        조선족

호적지:      북경

생년월일:    1976

학력:        대졸

직업:        한국회사

신장:        171cm

체중:        69kg

가족:        부모, 여동생

E-mail:  @@@@@@@@@@@@@@@@@@@@@@@@

 

청혼 광고문:

 

몇 년 동안 홀로 타향에서 외롭게 보내왔습니다. 이젠 그래도 자리가 잡혀가니 좋은 여자분 만나서 가정을 꾸려 재미있게 살고 싶습니다. 북경으로 와서 생활할 수 있는 여성분과 인연을 맺고 싶습니다. 북경에 계시는 분이라면 더 좋고요. 고향이 연변이니 연변 사람이었으면 합니다. 현재 왕징에 아파트를 마련했고, 한창 인테리어 중입니다.

대방에 대한 요구는 높지 않습니다. 수수한 인물체격에 마음씨 고운 분이시면 메일을 보내주십시오. 사진도 같이 보내주시면 더욱 고맙겠습니다.

 

 

文如其人’이라고 이 분은 참 듬직하고 실수 없어 보입니다. 나보다 열배 낳아 보입니다. 동기 하나만 봐도 얼마나 순수합니까. 누구는 어머니의 며느리감을 위해 여기 와서 빈둥대지만, 이 친구는 참 솔직합니다. 기대고 싶은 여자들이 많을 걸로 예상됩니다. 좋은 분 만나서 아들딸 많이 낳고 행복하게 잘 사세요..^^

 

까마귀는 요것도 참고로 하기로 하고, 다음 페이지로 넘어갑니다.

 

 

아이디:      서울총각

민족:        대한민국

호적지:      서울특별시

생년월일:    1965

학력:        대졸

직업:        벤처기업 대표

신장:        173cm

체중:        75 kg

가족:        부모, 4형제

E-mail:  @@@@@@@@@@@@@@@@@@@@@@@@

 

청혼 광고문:

 

저는 서울에 사는 한국사람인데 국적을 따지고 싶지 않습니다. 넓은 세상 넓은 마음으로 재미있게 살고 싶습니다. 현재 작지만 수입이 괜찮은 회사를 경영하고 있으며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습니다. 상대방에 대한 요구는 키는 160cm이상에, 예쁘고 마음씨가 좋아야 됨. 그리고 꼭 순진한 숫처녀야 됩니다. 학위는 대학졸업 이상이어야 하고, 나이는 26세를 초과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메일에 꼭 사진을 첨부하여 주십시오. 좋은 하루 되세요.

 

 

서울총각이라 연변에서 건너 간 유학생인가 했는데 오리지널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해외에서도 찾아오는 걸 보니 이 사이트 꽤 유명한 것 같습니다.


근데 마흔을 넘긴 노총각이 따지는 것도 많네요.

 

대한민국 노총각들이 해외로 나가면 왕자병에 순결 콤플렉스란 소문이 자자하던데, 그러고 보니 순결 콤플렉스도 있고 왕자병도 없지 않습니다.

 

순진한 아저씨, 조선족아가씨들을 베트남아가씨로 착각하는 거 아닌지? 아니면 자신을 백마왕자로 생각한 걸까요?

 

우리 뒷집 과부가 한국남자와 맞선 보고 돌아와서 뭐라는 지 아십니까?

 

“한국 양반들, 잘난 척 하기는, 지가 안재욱인가, 배용준인가? 요즘 세상에 처녀가 어디 있다꼬? 어디 와서 처녀 타령이야? 꼴보기 싫어.”

 

이 아저씨 여기는 어떻게 알고 찾아왔을까?

 

까마귀처럼 여자 냄새를 맡고 찾아왔다면 할 말이 없지만, 하여튼 장가 못간 놈들은 서로 통하는 데가 있나 봅니다.

 

- 좋은 사람 만나 행복하게 사세요.

 

까마귀는 단순히 국제 교류 정도로 마음을 넓게 먹고 히쭉 웃고는 넘어갑니다.

 

남여지간에 결혼만큼 멋진 국제 교류가 어디 있을까요. 이거야 말로 진짜 깊이가 있고 의미가 있는 문화 교류가 아니겠습니까.

 

까마귀는 이런 식의 교류라면 얼마든지 지지할 자신이 있습니다.

 

서울총각님, 파이팅..^^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