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제왕의 땅 위 우화대(雨花臺)를 아느냐

<장편기행문>남경, 매화꽃이 손짓하다

2007-04-11     이동렬

남경 시에는 역사고적이 많다. 관광버스를 타고 가다보면 제일 먼저 눈에 띄워오는 것이 남경성벽이다. 높고 견고한 성벽과 성문은 도시를 둘러싸고 제왕의 흥망성쇠를 얘기해 준다. 밖으로부터의 침공을 방어하고 안락과 평화를 도모하려 했던 옛사람들의 꿈의 흔적이 역역하다. “모든 역사는 현재이다”고 한 말을 상기시켜 준다.  

서울에서 남경 얘기를 했더니 어느 한 기자가 이렇게 말했다.

“중국이 왜 잘 사는지 알아요?…진시황이 만리장성을 건축했기 때문이지요.”

그 말에 나는 손 벽을 쳤다. 현재 하나의 만리장성이 얼마나 많은 국내외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는가? 중국에 진시황의 만리장성이 없고 명나라의 자금성이 없었더라면 지금은 어떤 중국이었을까? 중국야사에는 만리장성을 쌓으러간 남편을 기다리며 울다가 돌이 되었다는 ‘맹강녀’전설이 있다. 역사와 현실은 이렇듯 아이러니 하다. 피눈물로 반죽된 역사가 오늘은 남달리 반작이는 이미지로 광채를 뿌리고 있었다.… 남경을 다니면서 내가 강하게 느낀 점 하나가 바로 그 것이었다.


박식한 마승술 가이드가 또 자기버전을 눌렀다.

“며칠 전에 신강에 시속 50키로가 넘는 바람이 불어 기차가 다 뒤집혀졌데요.…그런데 우리 남경에는 태풍이 없습니다. 지진도 없고, 그러다 보니 기와는 얇게 작게 만들고 벽도 엷게 쌓았지요. 남경대학살시기 이곳 주민들은 대부분 북쪽으로 이동을 했고, 지금의 남경사람들은 해방 후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사람들입니다. 물론 찾아온 원주민들도 있고요…저는 물이 있고 산이 있는 곳은 반드시 살기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남경 주변 제일 높은 산이라야 중산릉인데 해발 415미터밖에 안되었다.

“415미터가 산이라고? 허허, 그럼 중국 동북의 장백산(백두산)은 뭐지? 하늘 산? 마, 그건 말두 말자, 허허허.”

누군가 불쑥 이렇게 말해서 다들 소리 내어 웃었다.


남경은 역사적으로 아주 큰 두 번의 난(亂)을 당했다.

한 번은 수양제가 대군을 이끌고 와서 당시 장강중하류평원에서 제일 큰 도시에 불을 질러 쑥대밭으로 만들고 농사짓는 땅으로 개간하게 한 것이고, 다른 한 번은 일본 놈들이 쳐들어와 대학살 만행을 저지른 것. 기총(機銃)에 의한 무차별사격과 생매장, 또는 휘발유를 뿌려서 불태워 죽이는 등 극히 잔학한 방법으로 30여만 명을 살해한 것이다. 시내도 1/3이 소실되었다. 그런데도 남경은 도시로서의 변화와 번화를 이룩해 낸 것이다. 그 힘이 무엇일까? 역사와 현실이 공존하고 현실이 역사요 역사가 곧 현실로 닿아 있는 이곳은 정말 신비의 땅, 영원한 제왕의 고장이었다.


관광버스 첫 정착 역은 우화대 즉, 혁명열사기념능이다. 


중화문의 남단에 자리 잡은 높이 100m, 길이 3,000m 남짓한 언덕을 우화대라고 하는데, 남경의 역사 비극을 목격해 온 곳이었다. 지금은 열사공원(烈士公園)이 꾸며져 혁명열사기념관, 석박물관(石博物館), 지명열사묘(知名烈士墓) 등이 있으며 아주 깨끗이 단장되어 있었다, 육조(六朝)의 운광법사가 불경을 읽을 때에 천신이 감동하여 꽃이 비처럼 내렸다고 하는 전설의 땅이기에 우화대(雨花臺)란 명칭을 얻은 것, 국민당의 처형장 자리로 공산당원들 10만 명 이상이 처형당했다고 한다. 현재 혁명열사의 석상, 석비가 서 있고, 열사 사적기념관이 있다. 관내에는 유품과 사진, 고문도구 등이 전시되어 있다.

 

매년 9월이면 우화대 풍경구에서 ‘천강우화’ 표연, 우화석 정품 전시, 워크숍, 채석 관광 등 여러 가지 행사를 개최한다고 한다.…

 

하늘은 구름이 끼어 운무가 흐르고 넓은 땅 꽤 높은 언덕은 높고 크게 우거진 나무들로 경관을 이루는데, 가깝지도 멀지 않은 곳 정면에 혁명열사 대형석상군체(群體)가 눈에 띄워왔다. 물기 머금은 푸른 숲을 배경으로 우뚝 솟은 군상은 생생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아 맘에 이상한 충동을 불러온다. 피로 물든 땅…피로 이루어진 땅…그리고 마침내 역사의 흔적으로 거대해진 땅… 이런 곳이 바로 제왕의 땅이 아니겠는가? 이 땅의 넓고 큰 마음처럼 우화대는 하나의 산을 깎아 경관을 조성한 것이다.…

 

나는 참지 못하고 셔터를 눌렀다.


정문 가까운 곳에 우화석을 사라는 사구려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