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중국 사람들은 왜 붉은 색을 좋아할까?

<장편기행문> 남경, 매화꽃이 손짓하다

2007-04-01     이동렬

중국 사람들은 빨간색을 좋아한다. 이번 중국행에서의 강렬한 느낌 중 하나가 빨간 색에 대한 중국인의 집념이랄까?…나는 그것을 알고 싶었다.

그런데 장원루(壯元樓)의 겉의 인테리어는 흰색이었다. 흰 벽에 ‘장원루’라는 붉은색 글자가 붙어있어 익숙하기도 하고 낯선 느낌을 주었다. 누른색 외투를 입고 붉은 모자를 쓴 웨이터   (waiter)가 회전 출입문 앞에서 우리 일행을 맞아주었다.


오성급호텔의 고급스런 분위기는 아닌데? 뭔가 느낌이 이상하다. 연한 검은색 대리석에 황금 칠 올린 듯한 큰 기둥들, 바삐 도는 호텔아가씨들…몇몇 호텔 빠 아가씨들이 웬 촬영가의 지시에 따라 옷매무시를 다듬고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뉴스나 CF촬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불현듯 넓은 홀 가운데에 놓아둔 꽃나무가 눈에 띄워왔다.

무슨 꽃일까? 잠깐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 와중에 나는 아차, 했다.

“매화꽃이네!”

나는 그제야 이곳에 온 이유가 생각났다.


매화나무에 매화가 핀 것을 나는 처음 본다. 비록 그 것이 비닐 나무요, 비닐 꽃일지라도!…


흰 매화꽃과 매화나무가지에 달아놓은 작은 붉은 등롱, 아래는 붉은 비단으로 제단(祭壇)처럼 만들어 놓았는데, 위에 큼직한 돈 모양의 황금모형이 놓여있고 곁에는 청나라 제복을 입은 동자(童子) 동녀(童女)가 두 손 맞잡고 손님을 맞는 작은 인형이 놓여 져 있다. 돼지띠 해라고 깜찍하고 복스런 돼지인형 두 개 놓아둔 것도 눈길 끈다. 

   

중국 사람들의 재물에 대한 집착은 어느 민족보다 강한 것 같았다. 또 유구한 역사와 전통이 있는 것 같다. 한 점 부끄러움 없어 적나라한 느낌마저 들었다.

“恭喜發財!”(부자가 되십시오.)는 이미 서민어가 되어있다. 돈 많이 벌고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중화민족의 오랜 꿈이고 집요한 추구였을 것이다.

색상으로 놓고 볼 때 황하민족은 붉은색을 즐겨 쓴다. 붉은 종이로 등롱을 만들고, 주련을 만들어 아름다운 말과 축복의 글을 쓰고, 붉은 종이에 금색으로 복자를 새기고… 

              

붉은 등롱은 눈덩이처럼 복이나 재물이 굴러 들어오길 빈다는 간절한 소망을, 붉은 고추에 적힌 홍화(紅火)는 생기가 넘친다는, 새해 좋은 일만 가득하길 기원한다는 의미로, 붉은 종이에 잉어를 그린 물고기 魚(yu)는 풍족하다, 남다르다는 뜻의 餘와 발음이 같기에 넘치다, 는 것으로 새해 年年有餘(니엔니엔요우위)라고 중국인들은 소망을 나타낸다. 거기에 복스럽게 생긴 황금돼지는 길한 동물로 오래오래 사랑을 받아온 것이다. 어쨌든 중국인들 민족의식의 기본바탕에는 재물에 대한 집요한 추구가 깔려있다. 넘치고 남는다는 의미는, 또 복(福)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붉은 색은 또 뭔가?…


지난 2월 16일, 연길에서 청도로 간 나는 청도비행장에 내렸을 적에도 공항 홀에 붉은 등롱이 가득 걸려있는 것을 보았다. 설 연휴 중국대륙 어디를 가도 우리는 붉은 등롱을 볼 수 있었다. 희망의 메시지같이, 기분 좋은 것만은 사실이다. 

 

길을 가면서 나는 마승술 가이드한테 물었다.

“중국 사람들은 왜 붉은색을 좋아하지요?”

“그야…붉은 색은 모든 색중에 선명하고, 눈길을 끌고, ‘(紅紅火火)훙훙훠어훠어’란 말 있지요? 부엌에 장작개비가 타오르듯 활활 타오르는, 붉은 색은 그런 잘 살려는 욕망과 정열이라든가 그런 것을 표현할 수 있으니, 아마 그래서 좋아하는 가 봅니다.”

“그래요?…”

나는 어쩐지 미심쩍어 고개를 흔들었다.

정말 그래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