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까짓 것

<신길우의 수필 23>

2007-03-07     동북아신문 기자

      1.

한 아이가 오백 원짜리 동전 하나를 떨어뜨렸다.

동전은 또르르 굴러 길가 하수구 속으로 빠졌다.

아이는 어쩔 줄 몰라 하며 울상이 되었다.

아이의 모습에 지나가던 사람이 물었다.

설명을 듣고는 모두가 이렇게 말했다.

“그까짓 동전 하나를……”

이를 보고 있던 한 노인이 사람들에게 말했다.

“하수구에서 동전을 꺼내주면 만원을 주겠소.”

그 말에 젊은이 한 사람이 나섰다.

그는 더러운 오물 속에서 동전을 찾아냈다.

노인은 만원을 그 젊은이에게 건네주었다.

그러자 옆에서 보고 있던 사람이 노인에게 물었다.

“오백 원 때문에 만원을 쓰는 건 이상하지 않습니까?”

노인은 빙긋이 웃으며 이렇게 대답하였다.

“만원을 쓰면 오백 원이 생기지만,

 안 쓰면 오백 원은 영원히 사라지지요.”

그리고는 이렇게 덧붙였다.

“젊은이는 만원을 벌고,

 그리고 이 아이에게는 기쁨을 주었지요.”


      2.

성묘를 갔다가 할미꽃 몇 포기를 캐 왔다.

화분에 심는 것을 보고는 딸애가 한 마디 한다.

“그까짓 할미꽃은 뭐 하러 캐왔어요?”

나는 아이에게 꽃잎을 뒤집어 보였다.

진홍색 꽃잎 사이로 노란 수술이 나타났다.

고운 모습에 주춤하던 아이가 또 한 마디 한다.

“할미꽃은 화초가 아닌데요….”

나는 아이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기르면 다 화초지.

처음부터 화초였던 게 있니?“

그래도 못마땅해하는 눈치에 이렇게 더 했다.

“이 꽃은 산소에서 가져 왔으니 부모님 대신이지.

 꽃으로 부모님을 매일 뵐 수 있지 않니?“


      3. 

어떤 사람이 내게 와서 물었다.

“김제갑(金悌甲) 선생은

충청도 관찰사를 지낸 분인데

원주 목사를 자원한 것은 이상하지 않아요?“

관찰사는 정2품이고, 목사는 정3품이다.

“늙마에 알맞은 일을 찾은 것이지요.”

“그래도 상위직이면 몰라도 하위직이잖아요.“

나는 그의 생각을 읽었다.

‘그까짓 것을…. 안 하면 안 하지.’

“당시 김 목사는 68세였지요.

 기운에 맞춰 자원한 겁니다.

 더구나 그의 고향이 원주였어요.“

김제갑 목사는 그 해 임진왜란 때

원주 치악산 영원산성에서

아들과 부인과 함께 순절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