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 둥지(연재22)

2007-02-17     김석

어험, 어험, 산 좋고 물 맑고 농사 잘 되는 우리 연변의 어느 시골에, 동팔이란 잘생긴 노총각이 장가도 못 가고 늙은 부모님들을 모시고 힘들게 살고 있었습니다.

 

농사를 해서 벌면 얼마 벌겠습니까? 그런데 어느 날 운이 트더니 한국여자와 위장결혼을 하고 한국으로 훌쩍 떠나가버렸습니다.  

 

남자들도 위장결혼의 대상이 되는 줄 몰랐지요..^^

 

그건 그렇고 문제는 동팔이가 한국으로 건너 간 뒤였습니다. 돈을 벌러 갔으면 서울시의 어느 구석진 곳에 숨어서 열심히 돈을 버는가 했더니, 동팔이는 아예 그녀와 살림을 차리고 같이 살기 시작한 겁니다.

 

위장 결혼이 위장을 벗어버리면 뭐가 됩니까? 어릴 때부터 여자애들 꽁무니만 쫓아다니더니, 원칙이 없는 놈은 이래서 문제입니다.

 

어떤 여자와 결혼을 했기에 동네에서 소문이 자자할까. 들어보니 같이 산다는 그 한국아가씨도 동팔이씨 못지않게 엽기적이었습니다.

 

우선 그녀는 위장결혼으로 700만원이란 큰 돈을 벌었습니다. 덕분에 카드 빚을 청산하고 신용불량 딱지를 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혼수 하나 준비안하고 시집도 갔습니다. 다음은 동팔이가 열심히 노가다판을 뛰어다니며 매달 생활비를 벌어다 바치니 이젠 먹고 사는 근심도 덜게 되었습니다.   

 

어마나, 세상에 이런 횡재가 어디 있습니까? 정말 이보다 더 멋진 일이 있을까요?

 

하지만 동팔이 어머니의 울분은 하늘에 미칠 정도입니다.

 

계산해보면 아시겠지만 어머니는 밑져도 너무 밑졌습니다.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한국 여자의 차마 폭에 빠져버렸으니, 위장결혼으로 한국으로 갈 때 꿔간 돈은 물론, 3년이 지나도 이잣돈 조차 갚지 못한 처지입니다. 

 

불상한 동팔이 어머니는 마을의 유일한 십자 거리에 동네 아줌마들을 모여놓고 눈물이 글썽해서 하소연을 합니다.  

 

- 여시 같은 년이라구, 700만원이나 받았으면 됐지, 왜 끝이 없는 거야. 그 눔의 한국 계집애, 우리 동팔이 덕분에 호강하게 되었으꾸마.

 

그 모습은 언젠가 까마귀가 일본 TV프로그램에서 본 일본 여자에게 아들을 빼앗긴 경상도 어머니의 허탈해진 모습과 왜 그리도 닮았을까요?

 

스나 새끼들이란 이래서 문제입니다. 왜 모두 아들이 좋다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알고 보니 위장결혼이란 ‘모험가'들과, '노랑쥐’들이 손을 잡고 하는 비즈니스였습니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니, 어느 누구를 탓할 일도 아닌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읽고, 괜히 카드 빚에 시달리는 고국의 ‘신용불량녀’들이 이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해 무리 쳐 연변으로 몰려들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대신 우리 연변에서는 위장결혼이 장가를 가기 위한 변명이 되지 않을까 역시 걱정거리입니다.

 

그러고 보니 동팔이님, 까마귀 먼저 장가 갔네요..^^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