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기차기의 부활

<신길우의 수필 15>

2007-02-13     동북아신문 기자

어린 시절에 즐기던 놀이 중에 제기차기가 있었다. 혼자서도 여럿이서도 할 수 있고, 야외는 물론 방안 같은 좁은 공간에서도 누구나 할 수가 있어서 즐겼었다. 제기 또한 가볍고 부피마저 작아서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하고 싶으면 언제 어디서나 꺼내어 놀곤 하였다.

제기는 만들기도 쉽다. 내가 어릴 적에는 흔히 가운데에 구멍이 뚫린 엽전을 한지(韓紙) 좌우 중간에다 놓고 접는다. 송곳으로 엽전 구멍에 맞춰 뚫고는 그 구멍으로 접힌 한지 두 가닥을 같은 방향으로 집어넣어 빼낸다. 엽전이 감싸진 밑바닥은 판판하게 다듬고, 길게 빼낸 두 한지 가닥은 펴서 적당한 폭으로 세로로 찢어 내린다. 꽃술처럼 생긴 이것이 제기의 술이 된다.

엽전이 없으면 구멍이 뚫린 나사 받침이나 무겁지 않은 암나사를 이용하기도 했다. 그마저도 없을 때에는 납작한 쇠나 돌을 골라 종이로 감싸 묶어서 쓰기도 하였다. 한지는 얇고 질겨서 가장 좋은데, 갱지나 신문지 같은 것은 세로로 찢겨지지가 잘 안 되어 가위질로 술을 만들어냈다. 비난이나 헝겊 조각을 이용하기도 하고, 제기의 술을 닭이나 새의 꽁지나 날개의 깃털을 붙여서 쓰기도 하였다. 초등학교 앞 문방구나 상점에는 업자들이 만든 각종 제기들이 판매되던 시절도 있었다.

제기를 차면 엽전 쪽이 먼저 솟고 떨어질 때는 종이 술들을 나풀거리며 무거운 엽전 쪽이 밑으로 내려오게 된다. 그것을 발로 다시 차올리고 내려오면 다시 차곤 하는데, 제기가 땅바닥에 떨어지면 끝이 난다.

제기를 차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땅지기'는 한쪽발로 차고 땅을 디디었다가 다시 차곤 하는 것으로 가장 일반적인 방식이다. 두 발로 번갈아 차는 것이 '양발지기'이고, 한쪽발로만 땅을 디디지 않고 계속 차는 것이 '헐랭이'이다. 제기를 가슴 높이로 차는 것을 '가슴지기', 키높이 이상으로 차는 것을 '키지기'라 하고, 차서 입에 무는 것을 '물지기', 머리 위에 얹는 것을 '언지기'라 한다. 가장 많이 하는 방식은 땅지기인데, 잘 하는 사람은 수백 번을 차기도 한다. 양발지기나 헐랭이도 꽤 즐기는 방식이었다.

여럿이 함께 찰 때에는, 두 명이 서로 주고받는 방식과 여럿이 빙 둘러서서 차서 건네주는 방식이 있다. 둘 다 제기를 떨어뜨리는 사람이 실격이 된다. 줄을 일정한 높이로 매어놓고 그 줄을 넘겨서 상대편에게 보내는 방식도 있는데, 줄을 넘기지 못하거나 떨어뜨린 지역 사람이 실격이 된다. 여럿이 재미로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마는, 편을 갈라 시합을 하는 경우도 있다. 어느 방식이나 함께 즐기기에는 재미도 있고 건강에도 좋은 운동도 되었다.

그런데 이 제기차기가 작년부터 어린이들 사이에 다시 유행되고 있다. 재미도 있고 운동도 될 뿐만 아니라, 휴대하기가 간편해서 언제 어디서나 할 수가 있어서 요새 어린이들에게도 먹혀들게 된 모양이다. 텔레비전과 컴퓨터 앞에서만 주로 매달리는 아이들이 놀이로 재미로 운동으로 즐기는 것이다.

2004년 8월 경기도 의사회에서는 제기차기를 범국민 건강운동으로 적극 보급하기로 하였다. 개원의와 전공의들을 중심으로 활발히 전개하고 있는 제기차기를 일반인에게 널리 보급하겠다는 것이다.
제기차기는 좁은 공간에서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집중력과 심폐기능을 향상시키는 데에 뛰어난 효과가 있다. 전신운동으로 운동량도 스스로 적절히 조절하며 할 수 있어서 건강에도 아주 좋다. 비만과 운동부족 등 성인병 예방에도 뛰어난 효과를 보이고 있어서 범국민적으로 보급하겠다는 것이다.

제기차기, 이것은 재미있는 놀이요 건강을 위한 좋은 운동이다. 이것은 전통놀이의 계승 발전이요 국민 건강의 지킴이이다. 한 손으로만 치는 배드민턴보다도 훨씬 더 쉽고 재미나고 운동도 되는 놀이이다. 해서 즐겁고 건강에도 좋은 제기차기는 세계를 무대로 하는 현대 한국인들의 요긴하고도 자랑스런 놀이가 될 것이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