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에서 만나 울고 웃는 뜨거운 감동
KBS에 출연한 조선족 동포들을 찾아 -흑룡강편-
2월 11일 오전 11:30, KBS 본관 5층 사회교육방송실에서는 특별한 만남의 場이 마련되었다. KBS 사회교육방송과 흑룡강조선어방송국이 공동으로 엮은 설날특집 -“영상으로 만나는 그리운 얼굴들” 이 잔잔하고도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상봉의 마당으로 펼쳐지고 있었다.
스크린을 통한 만남이었다. 대형 화면에는 그리운 가족 얼굴이 서로에게 펼쳐지고 간간히 웃음, 좀 지나면 진한 눈물과 흐느낌도 어우러지면서 가족이라는 단 하나의 깊고도 끈질긴 인연을 새삼 확인하는 자리였다.
흑룡강에서 오신 여섯 가족 모두에게는 순간의 긴장과 옷매무시 정리하는 시간이 흐르는가 싶더니 곧 주위를 의식하지 못하는 그들만의 이야기가 오간다. 곧 전통적 설을 맞이하게 될 그리움의 계절은 어김없이 가족을 떠올리는 시간 속에서 화면을 통해 그대로 보여졌다.
김창곤 프로듀서와 흑룡강조선어방송국과의 전화연락은 녹음실에서 계속 오갔고, 한 가족 한 가족 스튜디오 영상대화는 지속되었다.
화면을 포착하여 그 자리에서 편집업무를 진행하던 KBS 박주현 프로듀서의 익숙한 영상설비 작업, 진행을 맡은 성우 김옥경씨와 김은성 아나운서의 유려한 목소리, 스크린 저쪽 흑룡강조선어방송국 유옥형 아나운서의 차분한 진행, 녹음 진행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를 비디오에 담은 흑룡강신문사 전길운선생의 푸근한 얼굴, 그 진행의 면면에는 프로그램 진행상황과 프로그램을 넘어선 현실감이 담겨 있었다.
여러 가족의 실생활이 영상 상봉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그 현실적 의미를 새삼 찾아보게 되는 것은, 화면 속 진실과 화면 밖 진실을 한곳에다 어우르는 자리라면 저절로 느끼는 느낌 그 자체일 것이다.
- 이런 자리를 마련해주신 KBS 사회교육방송에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 한국에서 돈 많이 벌고, 딴 눈 팔지 말고 이제 곧 다시 모여 부부가 같이 잘 살자.
- 불구로 있는 내 아들을 그렇게 잘 돌봐주고 있는 며느리에게 정말 감사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을 따름이다.
- 화면을 통해 처음 만나는 손주 며느리감이지만, 70을 훌쩍 넘은 이 나이에 이보다 더 큰 기쁨이 또 따로 있겠는가.
- 가족의 얼굴을 본다는 그 기쁨으로, 기차를 10여 시간 타고 온 것, 참으로 보람이 있다. 하얼빈이라는 도시도 이렇게 한번 오면서 더 구경하게 되고.
- 3년 만에 보는 영감 얼굴이지만, 별로 변하지 않았구려. 매일 통화를 하는 것과 이렇게 얼굴을 보는 것 또 많이 기분이 다르네요.
감회와 감회는 또 다른 감회로 이어지면서 생동하는 현실을 대변하였다. 영상만남을 마치고 대기실에 앉아 마저 풀어본 소감 속에서 가족들의 얼굴은 붉게 상기되기도, 그때까지도 스크린 건너의 얼굴을 잊지 못한 표정으로 약간 허탈해 보이기도 하였다. 준비해둔 말 대신 다른 얘기들만 하고 나왔다는 표현에는 가장 진실한 상황적 감각이 깃들어 있기도 했다.
중국어 위주로 이루어지는 가족 사이의 대화가 있는가 하면, 늙으신 분들은 조선어로, 젊은 층은 중국어로 이야기 나누는 가족도 있었다. 거의 대부분 가족은 그래도 조선어로 대화를 나누었다. 조선족이 조선족답게 형성되어 있는 모습을 그 자리에서 확인하는 기분은 참 의미가 심장하였다.
2시간의 녹음방송을 마치고 나니 1: 30분, 만남의 한 마당은 그렇게 일단락되었다.
하얼빈시의 신분희씨 가족, 아성시의 조옥화씨 가족, 상지시의 이철구씨 가족 등등 흑룡강성의 여섯 가족,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그 가족들의 일부와 그 가족의 나머지 일부가 KBS 스튜디오와 흑룡강조선어방송국 스튜디오에서 영상을 통하여 가족의 태고적 가치를 다시 한번 깊게 확인하는 자리였다. 전통적인 명절인 구정에 즈음하여 가장 소중하게 다루고 싶은 깊은 주제는 과연 무엇이었는가를 가족의 정으로, 삶의 진솔한 모습 그대로 보여준 한마당이었다.
마무리를 하는 자리에서 김창곤 프로듀서를 찾았다. “영상으로 만나보는 그리운 얼굴”, 본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책임자로서 느끼는 소감이 많이 궁금했다.
기자: 설날특집 “영상으로 만나보는 그리운 얼굴들”프로그램의 의미를 어디에 두고 계십니까?
김PD: 설과 추석은 우리민족의 가장 큰 전통 명절로서, 이러한 명절날에 가족의 상봉만큼 단순하고도 깊은 감격을 느낄 수 있는 경우는 따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서로 떨어져있는 가족이 요즈음은 전화통화가 빈번해서 자주 연락들은 하겠지만, 영상으로 얼굴을 볼 수 있는 기회는 나름대로 또 다른 의미를 줄 것입니다. 본 프로그램은 서로 떨어져 있으면서도 당분간 만날 수 없는 동포가족을 위한 모임의 자리로서 구실하는데 그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기자: 본 프로그램을 기획, 실행하면서 어려웠던 점이 있으셨다면?
김PD: 섭외의 문제입니다. 중국 동북3성 각 지역의 동포사회 실상을 보여줄 만한 가족을 초청하여 스튜디오에 모시는 일이 많이 어렵습니다. 한국과 달리 중국은 땅이 넓어, 심지어 어떤 가족은 10여 시간씩 기차를 타야 하얼빈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스튜디오에 대한 요구는 방송기술적인 측면이 고려되어 기타 각 지역 방송국과 직접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어느 정도 한계가 있습니다. 물론 현실적 상황을 면밀히 따져보아 보다 많은 지역과 포괄적으로 본 프로그램을 진행할 구상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 다음으로는, 영상의 효과문제입니다. 화질 화상도를 좀 더 높일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현재는 오늘 보는 정도의 효과에 그치고 있습니다. 향후 보다 나은 화질 확보에 힘쓸 생각입니다.
기자: 설이 다가왔는데, 한국에 계시는 동포 여러분에게 개인적 차원에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김PD: 먼저는 동포 여러분이 한국에 계시는 동안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하시는 일들이 다 잘 됐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 다음으로, 한국 사회에서 지킬 것은 지키고 배울 것은 배우며 좋은 성과를 얻어 중국으로 돌아가셔서 한국 오시기 전 보다 더욱 튼실하게 생활 기반을 닦아 나가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한국에 계시는 동포나, 중국에 계시는 한국인이나 서로가 서로에게 좀씩만 더 마음을 열고 오해를 풀며 향후 “한민족 공동체” 일원으로서 서로를 기쁘게 만나면서 다 같이 잘 살 수 있었으면 참으로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간단한 인터뷰에 담긴 소박하지만 현실적인 소망이 지금을 보다 훌륭하게 이룩해나가는데 가장 적절한 답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상으로 만나는 그리운 얼굴들”, 이와 같은 프로그램이 보다 보편화되고 일상화되어 한국과 동포사회가 진일보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그리고 솔직하게 만남의 場을 형성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주어지는 것, 이것은 양자 모두의 바램일 것이다.
오는 2월 17일, 아침 7시와 저녁 10시에 KBS 사회교육방송(AM 972KHz)과 인터넷 홈페이지(www.kbs.co.kr ) 사회교육방송에서 본 프로그램을 청취할 수 있다. 그 현장적 생동감과 가족화합의 진한 정을 “영상으로 만나는 그리운 얼굴들”에서 체험할 수 있다.
전통적 설 명절에 가족을 그리는 동포의 목소리에 다 같이 귀를 기울어 보는 것도 참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